총선후 野 독주…한국 정치에서 ‘협치’ 가능할까[핫이슈]
언제부턴가 정치권에서 ‘협치(協治)’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패하고 나니 협치란 단어가 더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말만 요란할 뿐 실제 쓰임은 요원하다. 개인적으로 협치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좀 있다. 정치인들이 ‘국민’ ‘민생’과 함께 습관적으로 내뱉는 실없는 소리로 들린다. 여야 간 ‘협업’ ‘협조’ 라고 하면 될 것이지, 굳이 ‘협치’라고 해서 실행도 못할 것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려는 모양새가 맘에 들지 않는다.
다들 협치를 입에 달고 살지만 뭐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각론으로 들어가면 막힌다. 각자마다 협치의 개념과 방법, 수준 역시 다르다. 야당 출신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 기용설까지 나왔지만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런 걸로는 민주당을 움직일 수 없으니 협치가 아니라며 토를 단다. 대통령이 국정을 책임지고 국회는 정부를 견제하는 시스템 하에서 서로 협조는 있을지언정 ‘통치’와 ‘책임’을 함께 하는 협치는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협치를 위해서는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 변화가 절실한데 총선 이후 행태를 보면 과연 협치라는 게 가능할지 의심부터 든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23일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가맹사업법) 개정안과 민주유공자예우법(민주유공자법) 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건을 단독 처리했다. 지난 18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5개 법안을 직회부한데 뒤이은 것이다. ‘채상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도 기어이 처리하겠다고 한다.
민형배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22일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된다”며 “협치를 대여(對與) 관계의 원리로 삼는 건 총선 압승이란 민심을 배반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차기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의장이) 기계적으로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갖기 때문에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국회의장은 물론 17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직을 모두 맡겠다고 벼른다. 야당의 이런 자세로는 온전한 협치는 하세월이다. ‘말로만 협치’라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협치의 한 방편으로 연립내각을 구성하려 해도 의원의 정당 기속이 심한 한국 정치문화에서는 쉽지 않다. 2020년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를 보면 국내 정당은 기율이 강해 야당 인사가 내각에 참여하기 어렵다. 당 기율이 약하면 야당 의원이 자율과 독립성을 갖고 내각 참여가 용이하지만 기율이 강할수록 의원의 선택 여지가 줄어든다. 또 정당 공천을 못 받으면 재선이 어렵기 때문에 당보다 연립정부에 헌신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보고서는 “연립정부를 제도화한 국가에서조차 각료로 참여한 인사들은 소속 당에서 공격받고 퇴출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임기 5년 전체를 여소야대 국회 속에 보내야 하는 유례없는 국면을 맞고 있다. 22대 국회에는 민주당뿐 아니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까지 가세해 대정부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조국 대표와 이준석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 처리에 공동 대응 입장을 밝히며 벌써 압박한다. 추미애, 이언주 같은 목소리 큰 민주당 의원들도 새로 포진했다. 지난 2년 간 야당 폭거를 경험한 윤 대통령으로선 그들과 타협하거나 아쉬운 소리를 하기 싫겠지만 남은 임기를 버티려면 취임 때 모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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