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밀착 쓰나미’ 올여름 한반도로 밀려온다?

정의길 기자 2024. 4. 2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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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 #미·일 정상회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는?

파파고는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입니다. 예리한 통찰과 풍부한 역사적 사례로 무장한 정의길 선임기자가 에스페란토어로 지저귀는 여러분의 앵무새가 되어 국제뉴스의 행간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1.

미국과 일본 정상들이 지휘·통제 체계 개편으로 양국 군사력의 통합 작전 능력을 끌어올리고 공동 무기 개발·생산에 나서는 등 군사 협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0일(현지시각) 백악관 정상회담 뒤 ‘미래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라는 제목으로 낸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모든 영역과 모든 수준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을 건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 4월11일)

2.

미국과 일본이 “전례 없는 수준”의 안보 동맹 업그레이드를 발표한 이튿날 미국·일본·필리핀이 첫 3자 정상회의로 중국 견제를 위해 공조하기로 합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남중국해 어디서든” 미-필리핀 상호방위조약을 적용할 것이라고 중국에 경고했다. (…) 미국이 자국과 각각 동맹을 맺은 아시아 나라들과 중국 억제를 위해 군사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한 3자 정상회의 구조를 만든 것은 지난해 8월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와 같다. 이 과정에서 일본이 중심축 구실을 맡은 것도 공통점이다. (한겨레 4월12일)

Q. 외교 기사는 너무 어려워. 일단 ‘미래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가 무슨 뜻이야? 미·일은 이미 동맹국인데 굳이 ‘파트너’라고 한 이유는 뭐야?

A. 당연히 동맹이 파트너보다 강력한 거지. 미국과 일본은 미·일 안보조약(1951년)으로 이미 군사동맹을 맺었어. 평화헌법으로 ‘전쟁하지 않는 나라’를 천명한 일본이 안보 위기에 처하면 미국이 도와주기로 한 거야. 그런데 이번에 ‘글로벌 파트너’라고 하는 것은 동맹 관계가 양국 차원으로 그치지 않고 전 세계에 적용된다는 의도가 깔려 있어. 미국이 다른 나라나 장소에서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대응해야 할 일이 생기면 일본도 협력하겠다는 거지. 일본으로선 평화헌법에 따라 자국 방위만 해야 하는 ‘전수방위’의 제약을 벗어버린 거야.

Q. 동맹-동반자 말고도, ‘전략적’ ‘포괄적’ 같은 알쏭달쏭 표현들도 많이 나오더라?

A. 외교관계에서 흔히 쓰이는 ‘전략적’이란 표현은 정치·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고, ‘포괄적’은 가치를 함께 공유한다는 뜻으로 통용돼. 예를 들어볼게. 한국은 포괄적 전략적 동맹(미국), 전략적 협력 동반자(중국·러시아·베트남·콜롬비아 등),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오스트레일리아), 특별 전략적 동반자(인도·인도네시아·아랍에미리트·우즈베키스탄), 전략적 동반자(스페인·오스트리아·카자흐스탄 등), 포괄적 동반자(프랑스·브라질 등) 같은 관계를 맺고 있어.

최근 미국은 한국·일본 등 동맹국과 관계를 표현할 때 ‘글로벌’을 자주 써. 미국의 세계 전략에 협력하라는 취지야. 아마 한미 관계도 ‘글로벌 포괄적 전략적 동맹 관계’로 규정될 날이 머지않을 것 같아.

Q. 미·일정상회담 합의문 중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게 “전례 없는 수준의 군사협력”이더라. 이미 미국은 일본에 작전사령부를 두고 있고, 전시엔 후방 물자지원 등을 약속한 사이잖아. 그런데 지금보다 어떻게 더 전례 없는 군사협력을 한다는 거야?

A.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런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는 거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미국이 중국에 선전포고한다→일본도 참전한다.’ 일본은 올 연말 육·해·공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를 신설할 계획인데, 이에 맞춰 주일미군사령부도 개편하겠대.

특히 미국은 “일본의 반격 능력에 필요한 군사 장비의 효과적 개발과 배치”를 위해 물자·기술 지원을 약속했어. 반격 능력이란 ‘유사시 적의 기지를 공격·반격할 수 있는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을 완곡하게 표현한 거야. 이제 평화헌법에 따른 일본의 전수방위 개념은 유명무실해졌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부가 2019년 6월28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에 정박 중인 해상자위대 호위함 ‘가가’ 갑판에 내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Q. 일본은 이미 ‘전쟁할 수 있는 나라’ 아니었어?

A. 사실, 일본은 훨씬 이전부터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서의 역량을 꾸준히 키워왔어. 1978년 미군-자위대의 협력과 역할 분담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이 제정되면서 자위대 역할이 늘어나기 시작했어. 1997년엔 이 가이드라인을 개정해서 ‘주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일본이 미군에 보급·운송을 지원하도록 명시했어. 전수방위만 해야 하는 일본이 미군을 통해 제3국의 분쟁에 간접적으로 개입한다는 의미이지.

2015년 4월 가이드라인 2차 개정으로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어떤 나라가 공격을 받으면 그와 밀접한 다른 국가가 공동으로 방위에 나서는 것)이 명문화됐어. 2021년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만나서 합의문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이란 내용을 담았어. 중국을 딱 정조준한 거야. 결국 2022년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정상회담을 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일본의 방위비를 두 배까지 늘리기로 하고,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선언했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1일 워싱턴 정상회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Q. 2022년과 비교해볼 때 올해 미·일 정상회담의 중요한 포인트는 뭐야?

A. 이번엔 미·일 정상회담에 이어 바로 미·일·필리핀 3자 정상회의가 열렸다는 점이야.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 체제는 미·일, 한·미, 미·필리핀 등 양자 동맹 중심이었어.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체제라고 해. 가운데 있는 미국이 각 동맹국들과 자전거 바퀴살처럼 연결되는 구조이지. 집단방위 기구인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시스템이 달라.

그런데 미국은 아시아의 양자동맹을 삼자동맹, 다자동맹으로 확대해 동맹국들의 역할과 의무를 늘리려고 하고 있어. 한-미-일 삼각동맹도 미국의 이런 전략 와중에 나온 거야. 미국은 이런 ‘소다자주의 동맹’을 격자망으로 촘촘히 연결하려는 생각이야.

Q. 미국 입장에서 한국, 일본을 같이 엮으려는 의도는 알겠어. 중국, 북한, 러시아가 있으니까. 일본과 필리핀은 왜 연결하려는 거지?

A. 미·일·필리핀 정상회의에선 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 중국의 공격적 행동에 함께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어. 필리핀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분쟁 중이야. 일본도 동중국해 센카쿠(댜오위다오) 열도 때문에 중국과 다투고 있잖아. 이런 분쟁들에 미국, 일본, 필리핀이 공동 대응한다는 거야. 여기에다가 미-일 정상회의 직전엔 미-영-오스트레일리아(호주) 군사 동맹인 오커스(AUKUS)가 일본도 같이하자고 했어.

Q. 미국, 진짜 계획적이다. 오커스 동맹 회의→미-일 정상회담→미-일-필리핀 정상회의 이 순서로 일본을 점차 끌어들이는 거구나.

A. 오커스도 눈여겨 봐야 해. 미-영-호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같은 뿌리(앵글로색슨)잖아. 2021년에 오커스가 결성된 것은 중국 견제를 위해 앵글로색슨 삼각동맹을 인도·태평양으로 확장하기 위해서야. 오커스로 인해 호주는 핵잠수함 능력을 갖추게 됐어. 이번에 일본은 오커스에 ‘부분 참여’를 공식화했어. 오커스는 분야에 따라 ‘필라 1’과 ‘필라2’로 나뉘어. 필라 1은 미-영-호를 주축으로 한 핵잠수함 분야 협력이고, 필라 2는 퀀텀(양자) 컴퓨팅·인공지능(AI)·극초음속 무기·전자전·수중전·사이버전 분야 협력이야. 일본 참여가 공식화된 건 필라2야.

곧 한국에도 불똥이 튈지 몰라. 미국은 오커스 국방장관 회의 끝나고 나서 “우리는 비슷한 뜻을 가진 파트너들의 ‘필라 2’ 참여가 우리의 목표 추구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어. 뭔 소리겠어. 한국 참여를 요청하겠다고 밑밥을 깐 거지.

Q. 그럼 우리도 일본처럼 미국이 주도하는 여러 가지 다자동맹에 들어가게 되는 건가?

A. 7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나토정상회의 때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야. 여기에서 한국은 또다시 ‘이중의 요구’를 받게 될 거야. 이중의 압박이란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확대하려는 중국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를 견제하는 걸 가리켜.

2023년 8월 한·미·일 정상회의에선 중국을 직접 언급하며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고 했잖아. 올해 7월 회의에선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중대한 조처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한국은 대만 사태가 벌어질 경우 미·일과 “신속히 협의”하도록 돼 있는데 협의를 넘어 한국이 좀 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올 수 있단 얘기야.

2023년 9월13일(현지시각)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리는 회담에 앞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우회 지원해서 러시아와 관계가 1991년 수교 이후 역대 최악이야. 이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북한, 중국, 러시아는 초밀착하고 있고.

우리 정부가 일본,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건 거대한 세계질서의 맥락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어. 하지만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숙명적 이웃으로 두고 있어. 동족인 북한은 핵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고. 한국이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동맹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서 부탁하는 요구를 모두 들어주다간 우리에게 어떤 비극이 닥칠지 몰라.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로 판이 짜이면서 갈수록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데, 지정학적으로 볼 때 한반도는 이 갈등의 한복판에 있거든.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패배 뒤 처음 연 국무회의에서 여러 가지 실망스러운 말을 많이 하던데, 파파고가 특히 걱정스러웠던 대목은 미국과 일본의 관계 강화를 자신의 큰 치적으로 내세우는 모습이었어. 분단국가의 지도자로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야. 미국, 일본하고 친해지는 건 수단일 뿐이라고.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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