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OECD 최고 수준 '식품 인플레'…예상 뛰어넘은 강력한 변수는

권애리 기자 2024. 4. 2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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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이번 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합니다. 권 기자, 오늘(22일)도 물가 소식 한번 알아보죠. 최근에 우리 식품 물가상승률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요?

<기자>

OECD 평균 집계가 끝난 최신 자료인 지난 2월까지를 보면, 식음료 물가 상승률 우리나라는 1년 전에 비해서 6.95%나 올랐는데요.

같은 기간 OECD 회원국 중에서 세 번째로 높습니다.

우리 식품물가가 OECD 평균보다 더 오른 건 2년 3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사실 우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OECD 안에서 식품 물가에 비교적 선방해 온 편이었습니다.

물가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데 무슨 소리냐 싶으시겠지만요.

세계적인 물가 상승세가 더욱 악 소리가 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는 좀 나았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제 OECD 다른 나라들의 식품 물가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지난해 여름부터 다시 오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식품 물가가 20% 안팎씩 치솟던 독일 같은 나라들이 포함된 유럽도 최근 들어서는 우리보다 상승률이 낮은 수준으로 안정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전체 물가가 오르는데 식품 물가 상승세가 미친 영향이 일곱 번째로 큰 나라로도 OECD 안에서 꼽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과일 같은 신선 식품 가격이 너무 오른 게 영향이 크겠죠.

<기자>

식품 물가가 다시 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8월, 5.21% 오르기 시작한 8월은 우리나라의 대표 과일 사과와 배가 기록적인 흉작을 보이기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지난해 사과 수확량이 전년보다 30%가 줄어들면서 최근에는 사과 가격이 1년 전보다 88% 넘게 올라 있습니다.

식료품 물가 산정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과일과 채소 가격이 여러 가지 크게 오르면서 전반적인 물가 상승폭이 다시 커진 겁니다.

사과와 배는 수입이 되지 않죠.

수입했을 때 함께 들어올 수 있는 병해충에 대한 위험 평가가 끝까지 돼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한국 과수 농가의 대표 수입원인 사과와 배에 대해서 수입 빗장을 푸는 데 대한 부담감도 사실 큽니다.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올해는 작황이 좋아져서 올가을부터는 사과와 배를 지금보단 덜 부담스럽게 먹게 되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요.

문제는 지난해 사과와 배 작황을 강타했던 기후 문제가, 기후 리스크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력한 물가 상승 요인으로 점점 더 꼽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박상현/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 전 세계 농산물 가격이 작황 자체가 워낙 불투명하다 보니까 뭐가 언제 튈지 모르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 부분은 금리 (변화 등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거든요.]

우리나라도 지금 과일 물가로 기후 문제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지만요.

세계경제포럼이 각국의 주요 인사들과 전문가들에게 올해 인류에게 제일 큰 위협이 뭐일 것 같냐는 질문을 올초에 던졌을 때 기후 리스크가 AI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나 전쟁 불안 같은 것도 제치고 1번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지난해는 기온 관측이 시작된 이래 지구가 가장 뜨거웠던 해로 기록됐죠.

우리 사과나 배뿐만 아니라 최근에 말도 안 되는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는 코코아나, 최근 몇 년간의 커피, 설탕, 올리브, 토마토 그야말로 대표적인 식재료들이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로 수확에 타격을 받아왔습니다.

<앵커>

지난주에 여러 번 전해 드렸던 환율도 큰 불안 요인이죠.

<기자>

올해 들어서 우리나라 돈의 달러 대비 가치 무려 7% 넘게 하락했습니다.

15년 전인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큰 하락폭입니다.

그런데 사실 올해 들어서 유럽 정도를 제외하고 달러 대비해서 웬만한 화폐들의 가치가 더 떨어지고 있기는 합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을 제외한 지역에서 식품을 사 올 때는요.

달러로 환산했을 때 전보다 값이 좀 떨어져 있는 효과도 있어서요.

원화만 약해진 환경인 것보다는 수입가격 상승세가 약간 상쇄될 수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문제는 달러 대비해서 가치가 떨어진 그 폭이 원화가 세계 주요 26개 나라 중에서 일곱 번째로 큰 편이라는 겁니다.

다른 나라 물건값이 달러로 환산했을 때 저렴해져서 누리는 가격 인하 효과보다는 원화 가치가 더 많이 떨어져서 수입 부담이 커지는 영향이 대체로 더 큰 상태라는 거죠.

여기에 당분간 유가도 불안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동안 식료품을 필두로 한 물가 불안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걸로 보입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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