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현장서 참상 세계에 전한 전 AP 기자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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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주화운동 현장 취재를 통해 신군부의 학살 진상을 알린 테리 앤더슨 전 에이피(AP) 통신 기자가 21일 별세했다.
앤더슨은 1980년 5월22~27일 광주에서 현장 취재로 신군부의 발표와는 다른 실상을 세계에 알린 인물이다.
줄리 페이스 에이피 통신 수석부사장 겸 편집국장은 "테리 앤더슨은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보도하는 데 매우 전념했으며 큰 용기와 결의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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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주화운동 현장 취재를 통해 신군부의 학살 진상을 알린 테리 앤더슨 전 에이피(AP) 통신 기자가 21일 별세했다. 향년 76. 앤더슨의 딸은 그가 심장 수술 합병증을 앓다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앤더슨은 1980년 5월22~27일 광주에서 현장 취재로 신군부의 발표와는 다른 실상을 세계에 알린 인물이다. 현장에 도착한 그는 계엄군이 사망자가 몇 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듣고 다른 외신 특파원들과 함께 직접 광주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망자 숫자를 확인했다. 그는 에이피 통신 도쿄지국을 통해 타전한 기사를 통해 계엄군은 사망자가 셋뿐이라지만 시민군 쪽은 261명이 숨졌다고 했다며, 이렇게 많은 시체를 본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앤더슨은 1996년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나의 주된 업무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 종일 광주를 돌아다니며 주검 숫자를 셌다”며 “고등학교들, 체육관들, 교회들에서 하루에 179구의 주검을 확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앤더슨은 “광주 시민들은 시위는 처음에 평화롭게 시작됐으나 공수부대가 일요일과 월요일 오전 시위자들을 무자비하게 소총과 총검으로 진압하면서 격렬한 저항으로 변했다고 말했다”며, 신군부의 왜곡된 발표만을 전달하는 국내 언론과 달리 광주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또 “박충훈 국무총리 서리와 관계자들은 공산주의자를 지칭하는 말인 불순분자들이 시위를 부추겼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순분자가 개입된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앤더슨은 광주 상황을 기록한 자신의 원고 등을 국내 언론 관계자를 통해 광주시 쪽에 기증하기도 했다.
앤더슨은 미국에서는 에이피 통신 중동지국장 때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7년 가까이 붙잡혀 있으면서 미국 언론 사상 최장기 억류 기록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1985년 레바논 내전 취재 중 납치돼 장기간 가혹행위, 살해 위협, 독방 수감 등 고통을 겪다 풀려났다. 이 얘기를 적은 ‘사자굴’이라는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앤더슨은 2015년 플로리다대 강단에서 은퇴하고 작은 말농장에서 살았다. 그의 딸은 “아버지는 영웅으로 불리는 것을 싫어했지만 모두가 계속 그렇게 불렀다”고 에이피 통신에 말했다. 또 아버지를 일주일 전에 봤을 때는 자신의 파트너가 여생 동안 하고 싶은 게 있냐고 물으니 “난 오래 살았고 많은 일을 했다. 만족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줄리 페이스 에이피 통신 수석부사장 겸 편집국장은 “테리 앤더슨은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보도하는 데 매우 전념했으며 큰 용기와 결의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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