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발언'에 박수 갈채? 그에 앞서 생각해 볼 두 가지 용기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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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테러 공격을 벌인 뒤 그에 대한 반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작전 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벌써 반년이 더 지났습니다. 평화적인 해결은커녕 잠시 총을 내려놓고 민간인들의 목숨부터 살리자는 휴전 논의도 번번이 무산되는 가운데 인도적 지원 활동을 펴던 구호단체 직원 7명이 이스라엘군의 명백한 실수로 숨지는 일도 있었고,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을 감행해 전선이 오히려 늘어날 조짐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RDspXf0XDWl ]
세상 사람들 모두의 의견을 모아볼 수 있다면, 싸움을 멈추고 어떻게든 평화롭게 공존하는 법을 찾기 바라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겁니다. 그러나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건 한쪽의 잘못과 책임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주장도 얼마든지 접할 수 있습니다. 편을 가르고 상대방에 더 큰 책임을 묻는 주장이 아무래도 언론에 더 많이 보도됩니다. 지금 세상은 마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한쪽 편에 서기를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미국에서도 평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지만, 똑같이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도 문제의 원인을 다른 데서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이스라엘 친구나 이스라엘에 가족이 있는 유대인 친구들도 있고, 팔레스타인 혹은 아랍계로서 이스라엘, 특히 네타냐후 총리의 배타적인 민족주의 정책을 강력히 규탄하는 친구들도 있다 보니,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전쟁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조심하게 됩니다.
이 글의 첫 문장에도 지금 상황을 전쟁으로 봐야 할지, 압도적인 군사력을 앞세운 이스라엘군의 일방적인 군사 작전으로 불러야 할지 확신하기 어려워서 두 가지 용어를 같이 썼습니다. 이스라엘 친구 앞에서 하마스가 벌인 테러를 조금이라도 두둔하는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는 말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반대로 아랍 친구 앞에서는 이스라엘의 공격적인 정착촌 건설부터 가자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사실상의 민간인 학살을 간과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끔찍하게 목숨을 잃은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지금 이 순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연히 어느 쪽도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 가운데 이번에 새삼 눈에 띄는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문제의 원인을 규탄하고 해결을 촉구하는 주장이 세상에 격문을 띄우는, '공개 서한(open letters)'의 형태로 세상에 나온다는 점입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W_R0yBTFEtY ]
[ https://premium.sbs.co.kr/article/W_R0yBTFEtY ]
뉴욕타임스 오피니언에 글을 기고하는 작가 록산 게이가 "공개 서한의 시대"를 끝내자는 글을 썼습니다. 게이는 공개 서한의 의의를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을 방해하기도 하는 등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해진 세상에서 상대방의 의견을 듣기보다 내 주장을 한 번 더 외치는 셈인 공개 서한의 범람은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늘은 공개 서한과 정치적인 용기에 관해 생각해 보려 합니다.
내 주장을 밀어붙이는 용기
색깔이 선명할 주장을 펴는 건 나와 생각이 비슷한 이들이야 환영할 일이지만, 반대로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 무엇보다 내가 문제의 원흉으로 지목한 반대편 진영에서는 비난을 각오해야 하는 일입니다. 내가 저들을 적으로 몰아붙일수록 저쪽 진영에서는 내가 적이 될 수밖에 없다 보니, 공개 서한을 쓰고 위험을 감수하며 목소리를 내는 데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공개 서한을 통해 편 주장에는 어느 정도 책임이 따르기도 합니다. 혼자서 머릿속으로 생각한 게 아니라, 또 친구들끼리만 주고받은 이야기가 아니라, 공론장에서 화두를 던지고 특정한 행동이나 변화를 촉구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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