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럿코 생각나면 안 되는데… 알쏭달쏭 LG 외국인, 끝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

김태우 기자 2024. 4. 2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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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에 필요한 요소를 두루 갖춘 엔스지만 마지막 점이 찍히지 않고 있다 ⓒ곽혜미 기자
▲ 엔스 는 21일 인천 SSG전에서 그간 지적됐던 결정구 문제가 다시 드러나며 5이닝 동안 8실점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좌완으로 최고 시속 150㎞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 날카롭게 꺾이는 변형 패스트볼(커터)도 가지고 있다. ABS 시대에 각광을 받는 각이 큰 커브도 던질 수 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KBO리그에서 성공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것으로 보인다.

LG가 올 시즌을 앞두고 디트릭 엔스(33)를 영입할 때까지만 해도, 서류상으로는 이상적인 투수로 보였다. KBO리그에서 시속 150㎞를 던지는 왼손 투수는 성공 확률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적어도 ‘쪽박’은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간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적게 나마 메이저리그 경력도 가지고 있고, 일본프로야구에서 동양 야구를 경험했다는 것도 긍정적이었다. 누군가는 한국시리즈 2연패를 노리는 LG의 새 외국인 에이스라고 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영 불안하다. LG의 개막전 선발로 낙점됐던 엔스는 시즌 첫 6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5.18을 기록했다. 아직 패전은 없지만 평균자책점이 5점대다. 피안타율도 0.273으로 역시 높은 편이다. 네 차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지만, 당초 기대했던 압도적인 위압감은 밋밋하다.

2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더블헤더 1경기에 선발 등판한 엔스는 자신이 그간 숨기고 있던 단점을 다 보여줬다. 이날 엔스는 5이닝 동안 홈런 두 방을 얻어맞는 등 8피안타 2볼넷 5탈삼진 8실점으로 부진했다. 그간 다소 아슬아슬하게 버텨왔다는 인상이 있었는데 이날 대량 실점하면서 평균자책점이 종전 3.54에서 5.18로 크게 올랐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평가는 둘로 나뉜다. 기본적으로 가진 게 있는 선수라는 평가다. 신규 외국인 선수 영입 상한선인 100만 달러를 꽉 채워 영입할 만한 프로필은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KBO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 번의 업그레이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결정구가 부족해 자신이 가진 무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엔스는 포심의 구속 자체는 빠르고 커터의 각도 예리한 편이다. 땅볼 유도 능력도 가지고 있다. 다만 2S 이후 결정구가 부족하다는 단점을 지적받는다. 특히 우타자를 상대로 그렇다. 올 시즌 엔스의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292에 이른다. 우타자 상대로 2S를 잘 잡아두고 확실한 결정구를 던지지 못해 유리한 볼카운트를 반납하고 결국 얻어 맞는 일이 많이 생기고 있다.

염경엽 LG 감독은 체인지업을 주목하고 있지만 아직 자신 있게 쓰지는 못하고 있다. 21일 인천 SSG전에서 엔스는 총 94개의 공을 던졌지만 체인지업(8구)의 비중은 9%도 채 되지 않았다. 이날 SSG 타선이 좌완 엔스를 맞이해 우타자들을 대거 등용한 라인업을 가지고 나왔음을 고려하면 여전히 이 구종에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상징한다. 결국 이날 2S 이후 결정구 싸움에서 고전했고, 어쩔 수 없이 던진 포심마저 커맨드가 잘 되지 않아 맞아 나가면서 대량 실점의 사슬을 끊어내지 못했다.

▲ 엔스의 향후 전망은 결정구 업그레이드에 달려 있다 ⓒ곽혜미 기자

시즌 중 어떤 새로운 구종을 추가하거나 더 발전시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엔스의 미래도 두 가지 관점에서 나뉜다. 체인지업이나 다른 변화구에서 실마리를 찾는다면 현재보다 경기력이 크게 좋아질 수 있다. 제구가 형편 없는 선수도 아니고, 2S까지 가는 과정 자체를 보면 나름대로 퀄리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정이 되지 않는다면 투구 수가 불어나고 결국 6이닝 투수에 머물 수도 있다. LG가 엔스에 바란 그림은 아니다.

전임자가 잘 던졌기에 더 비교가 될 수 있다. 엔스의 전임자라고 할 수 있는 아담 플럿코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년간 49경기에서 26승8패 평균자책점 2.40으로 잘 던졌다. 비록 지난해 부상 탓에 시즌 마무리가 좋지 않았지만 LG의 정규시즌 우승에 힘을 보탰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 플럿코도 자신의 슬라이더를 수정하고 가다듬으면서 위기에서 탈출한 바 있다. 엔스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불펜 부상자 속출로 마운드가 힘든 LG의 시즌 초반 사활을 쥐고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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