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고환율 먹구름’… “대외 리스크 불확실성 가중” [뉴스 투데이]
이희경 2024. 4. 22. 06:16
원·달러 연초대비 7%대 급등
美 경기호조로 달러 강세 지속
국제 유가마저 올라 부담 초래
수출 의존도 높은 韓에 직격탄
원자재값·생필품 물가도 ‘들썩’
이창용 “중동 향방에 상황 달려
확전 않으면 유가·환율 안정화”
美 경기호조로 달러 강세 지속
국제 유가마저 올라 부담 초래
수출 의존도 높은 韓에 직격탄
원자재값·생필품 물가도 ‘들썩’
이창용 “중동 향방에 상황 달려
확전 않으면 유가·환율 안정화”
원·달러 환율이 올해 들어서만 7%대 오름폭을 기록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당시를 웃도는 상승 흐름을 보였다.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의 기지개를 켜고 있던 한국 경제에 환율 리스크가 불거진 셈이다. 고환율은 수입 제품의 가격을 밀어올려 우리나라 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로 유가마저 출렁이고 있어 물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고물가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 금리 인하 지연에 따라 소비 위축이 깊어지는 등 각종 부작용이 불거질 수밖에 없어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1일 외환당국에 따르면 지난 19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82.2원으로 거래를 마쳐 작년 말 종가(1288.0원) 대비 7.3%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이 연초 7%를 뛰어넘는 급등세를 보인 건 이례적이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과 2009년에는 같은 기간 6.9%, 5.8% 상승한 바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건 대외 요인에서 주로 비롯됐다. 무엇보다 먼저 미국 경기 호조세에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전망이 강해지면서 달러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 인덱스는 작년 말 대비 4.8% 상승했다. 아울러 반세기 가까이 ‘그림자 전쟁’을 벌여온 이스라엘과 이란이 직접 상대방 영토를 공격하는 새로운 대치 국면이 연출되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 수요가 높아진 점도 환율을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제조업 중심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 역시 원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급격한 환율 상승은 국외에서 들여오는 원자재의 국내 가격을 높여 이를 원료로 수출하는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국내 생필품 물가도 들썩이게 한다. 먹거리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 부담이 더 커지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월 한국의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상승률은 6.95%로 OECD 평균(5.32%)을 웃돌았다. 한국의 먹거리 물가가 OECD 평균을 넘어선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021년 11월 이후 2년3개월 만이다. 지난 2월 기준 우리나라의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상승률은 통계가 집계된 35개 회원국 중 튀르키예(71.12%), 아이슬란드(7.52%)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고유가도 물가에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4월 셋째주(14∼18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ℓ당 1695.1원으로 직전 주 대비 21.8원 올랐다. 주간 단위로는 3주 연속 상승이다. 일간 기준으로는 지난 18일 1701.69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11월10일(1703.13원) 이후 5개월여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휘발유값 5개월여 만에 1700원대 21일 보통휘발유 가격이 ℓ당 1724원으로 표시된 서울 시내 주유소에서 한 운전자가 주유하고 있다. 전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4월 셋째주(14∼18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ℓ당 1695.1원으로 직전 주 대비 21.8원 상승했다. 일간 기준으로는 18일 1701.69원을 기록하며 5개월여 만에 1700원대에 진입했다. 연합뉴스 |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난주까지 국제유가가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 강세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휘발유와 경유 모두 국내 가격이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상치 못한 고환율·고유가로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하면 정부가 당초 계획한 올해 경제성장률(2.2%)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고금리로 이미 상당히 위축된 소비 여력이 추가로 약해질 수 있는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재화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3.1% 줄어 지난해 7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크게 감소한 바 있다.
우리나라 향후 경기 전망은 대외 여건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춘계총회 참석차 방미 중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9일(현지시간) 특파원 간담회에서 “많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우리처럼 석유 소비가 많은 나라는 중동 향방에 따라 상황이 불확실하다”면서 “(이스라엘-이란 충돌이) 확전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 유가가 크게 더 올라가지 않고,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제 생각엔 환율도 다시 안정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환율은 우리나라와 미국 금리 차가 기본적으로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승 가능성은 항상 있어 왔는데, 최근 들어 중동정세 불안으로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은 기준금리 조정과 미국과의 달러 스와프 등 환율 상승을 전제로 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종=이희경 기자, 박미영·이진경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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