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러브콜 쏟아진 '넷스파'… 배경엔 '폐어망 리사이클링'

김동욱 기자 2024. 4. 22.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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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정택수 대표, 환경 보호에 사업성까지 챙겨
정택수 넷스파 대표(사진)가 폐어망 리사이클링 사업 속도를 높인다. /사진=넷스파 제공
바다에 버려진 폐어망에서 사업적 가치를 발견한 인물이 있다. 리사이클링 소셜벤처 기업 넷스파를 이끄는 정택수 대표(33)다. 그는 폐어망을 수거해 나일론 등을 생산하는 리사이클링 소재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SK그룹 등 대기업과 협업해 올해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자신한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리사이클링 기업 대표로 변신


정 대표 모습. /사진=넷스파
정 대표는 2016년 HD현대에 입사해 환경안전 업무를 맡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수년째 이어지던 일상적인 삶은 고등학교 동창의 말 한마디로 바뀌었다. 당시 뜨거운 감자였던 플라스틱 리사이클링 사업을 함께 하자고 제안받은 것. 동창은 의류 관련 학과를 전공하고 섬유 분석 기관에서 일했던 덕분에 친환경 재생 소재의 가능성을 알아봤다. 정 대표는 HD현대에서 갈고 닦은 실무자로서의 역량을 제공하기로 했다.

정 대표는 폐어망에서 사업 성공 가능성을 발견했다. 어업에 사용되는 어망은 연간 4만4000톤이 버려지고 주로 소각·매립 형태로 처리된다. 폐어망에서 소재를 추출·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고 리사이클링 제품에 대한 시장 니즈가 적었다. 정 대표는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이 중요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 리사이클링 기술만 개발하면 제품 수요는 뒷받침될 것으로 봤다. 사업을 결심한 정 대표는 2020년 4월 HD현대를 퇴사하고 2020년 10월 넷스파를 설립했다.

정 대표는 "폐어망은 어업에서 굉장히 많이 발생하는 폐기물 중 하나"라며 "페어망을 소각·매립하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재활용할 경우 경제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나일론,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등 플라스틱 섬유 형태로 구성된 폐어망은 물리적 결합을 끊고 리사이클링하기 쉽지 않다"며 "유럽에서 리사이클링 나일론을 생산하는 모습을 참고해 한국에서 폐어망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잇따른 협업 제안… 비법은 '뛰어난 기술력'


정 대표 모습. /사진=넷스파
넷스파 핵심 경쟁력은 기술이다. 폐어망에서 99%에 가까운 고순도 나일론을 추출·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국내에서 넷스파가 유일하다. 연간 4000톤 규모의 폐어망 처리시설을 구축해 규모의 경제도 이뤘다. 리사이클링 소재는 그린 프리미엄이 붙어 비싸다는 인식이 있는데 넷스파는 일반 석유화학 제품 수준으로 가격을 낮췄다. 넷스파가 생산한 나일론 등 소재는 석유화학 업체들에 유통된 후 후처리 공정을 거쳐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한다.

SK·LG·효성·삼양사 등 국내 대기업들은 넷스파의 기술력을 알아보고 협업을 제안했다. ESG 경영 차원에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자 했던 대기업들의 눈 안에 넷스파가 들어온 것이다. 넷스파 역시 시장 확대를 위해선 사업 네트워크가 뛰어난 대기업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서로의 요구사항이 맞물린 덕분에 대기업과의 협업은 큰 어려움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정 대표는 "폐어망에서 소재를 추출하는 게 처음이었던 만큼 기술개발 등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대기업들의 기술 인력 파견 등에 힘입어 문제를 해결했다"며 "SK그룹의 임팩트유니콘 육성기업 대상에 선정되면서 SK 계열사와의 협업 및 투자 유치, 폐어망 수거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등 다양한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재무성과 '정조준'… "사업 지속 가능성도 챙길 것"


정 대표 모습. /사진=넷스파
정 대표의 올해 목표는 회사가 가시적인 재무성과를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설립 초창기에는 제품 성능 검증 및 고객사 확보에 집중했고 올해부터 사업이 본격 개화할 예정이다. 올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매출을 키우고 내년에는 흑자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재무적 성과를 바탕으로 본사가 위치한 부산 외에 국내 다른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방침이다.

정 대표는 "글로벌 추세를 살펴보면 국가별로 산업 규제를 통해 리사이클링 소재 필수 사용 비율을 정하고 있다"며 "이 이유로 리사이클링 소재 시장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아직은 저희가 생산한 소재를 산업 쪽에서 바로 사용하지는 못하고 석화업체들의 후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자체적인 후처리 기술을 개발해 사업 확장성을 넓힐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폐어망 리사이클링 사업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폐어망 문제는 이전부터 이어져 왔는데 시장 상황과 실질적인 해결방안이 부족해 1~2년 만에 사업을 접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폐어망으로 리사이클링 소재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희 솔루션이 오랫동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폐어망 문제를 조금 더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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