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기업 시공사들도 두 손 든 'KT에스테이트'
[편집자주] 민영화 22년째를 맞는 이동통신사 KT가 100% 출자한 부동산 개발회사 KT에스테이트와 천문학적 영업이익을 내고도 시공사들에는 공사비 상승분 지급을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급계약상 '물가변동 배제특약'에 합의한 시공사가 준공을 완료한 후에 공사비를 요구한 것은 법적으로 이행할 이유가 없다는 게 KT에스테이트 측의 주장이다.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천재지변 등 예외사항이 아닌 경우 공사비 상승분을 인정하지 않는 관행 계약이다. 경쟁 입찰에서 협상력이 약한 도급사에는 부당특약이라는 게 시공사들의 항변이다.
(1) 위성도 팔아먹던 'KT', 개발이익 수천억 내고도 시공사 적자는 외면
(2) 코로나·전쟁 때문에 오른 공사비 "어쩌라고"… 냉정한 KT에스테이트
(3) [르포] 대기업 시공사들도 두 손 든 'KT에스테이트'
지난 4월15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자양1구역) 공사 현장.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현장은 화물 차량들과 노동자가 쉴새 없이 드나들며 바쁘게 움직이는 상황이었다.
이곳은 과거 KT 전화국 부지였던 땅에 롯데건설이 공동주택(주상복합) '롯데캐슬 이스트폴' 1063가구(공공임대 포함)와 호텔 150실, 판매시설, 광진구청사·보건소 등 공공시설을 짓는 사업지로 사업비 규모만 1조원이 넘는다. 롯데건설은 2020년 6월 자양1구역 공사계약을 체결해 2021년 3월 착공했다. 준공(입주)은 내년 1월 예정으로 현재 공정률(4월16일 기준) 62%다.
롯데건설은 착공 이후 공사비가 급등하자 KT 측에 1000억원대 추가 공사비를 요청했지만 '물가변동 배제특약'에 따라 증액 의무가 없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시공사나 하도급업체의 시위 모습이나 항의 현수막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제날짜에 공사를 끝내기 위해 비옷을 입고 바삐 움직이는 공사 관계자들의 모습만 보였다. 건물은 꼭대기 층까지 외형을 갖춰 세부 공사와 페인트칠 정도만 남겨놓은 것으로 보였다.
공사장 외벽에 '광진구 공공청사가 새롭게 이전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자양1구역 공사 개요, 시설물 조감도 등의 이미지가 큼직하게 걸려있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분을 못 받은 상태인데 공사를 정상 진행하고 있다"면서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비 증액 문제로 KT 측과 갈등을 빚는 곳은 롯데건설만이 아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과 한신공영, 현대건설 등도 KT·KT에스테이트가 발주한 현장의 공사비 문제로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KT에스테이트 측은 시공사들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쌍용건설은 글로벌세아에 인수된 후 올해 흑자전환했고 글로벌세아가 대기업집단에 지정될 만큼 자금력이 우수한 대기업이면서 계약을 위배한 공사비 증액을 강요하고 있다. 한신공영의 경우 정산이 완료되지 않은 설계변경 등에 대해 협의 후 공사비를 지급할 예정"이라며 "현대건설, 롯데건설은 분쟁조정을 신청한 사실이 없고 공기에 맞춰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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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은 지난해 10월 1차 시위와 유치권 행사에 돌입했고 이달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2차 시위를 계획했다가 KT 측의 요청으로 시위를 연기했다.
부산광역시 동구 중앙대로 185 일대에 오피스텔과 근린생활시설(부산 초량 오피스텔 개발사업) 시공을 맡은 한신공영도 발주사인 KT에스테이트로부터 공사비 증액분을 받지 못했다. 2020년 6월부터 시작된 공사는 2023년 6월30일에 준공을 완료했다. 한신공영은 공사비 140억원 증액을 요청했다.
한신공영 관계자는 "현재 시공 손실이 발생한 상황"이라며 "KT가 시공사들의 의견과 어려움을 적극 수용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시공사들은 소송 등 법적 해결보다 원만한 협의를 원하는 분위기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시공사와 발주사는 상호협력하는 관계이므로 불황에는 어느 한쪽이 힘들면 다 같이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시공사의 입장에선 향후 공사 수주를 위해 발주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분쟁조정 신청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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