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기업 시공사들도 두 손 든 'KT에스테이트'

신유진 기자 2024. 4. 22.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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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공공자산 개발해 배 불린 'KT에스테이트'(3)] "을인데 어떻게 목소리 내나요…공사비 협상 진전 없었다"
[편집자주] 민영화 22년째를 맞는 이동통신사 KT가 100% 출자한 부동산 개발회사 KT에스테이트와 천문학적 영업이익을 내고도 시공사들에는 공사비 상승분 지급을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급계약상 '물가변동 배제특약'에 합의한 시공사가 준공을 완료한 후에 공사비를 요구한 것은 법적으로 이행할 이유가 없다는 게 KT에스테이트 측의 주장이다.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천재지변 등 예외사항이 아닌 경우 공사비 상승분을 인정하지 않는 관행 계약이다. 경쟁 입찰에서 협상력이 약한 도급사에는 부당특약이라는 게 시공사들의 항변이다.

지난 4월15일 서울 광진구 자양1구역 공사 현장. 비가 내린 날씨에도 제날짜에 공사를 끝내기 위해 비옷을 입고 바삐 움직이는 공사 관계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신유진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위성도 팔아먹던 'KT', 개발이익 수천억 내고도 시공사 적자는 외면
(2) 코로나·전쟁 때문에 오른 공사비 "어쩌라고"… 냉정한 KT에스테이트
(3) [르포] 대기업 시공사들도 두 손 든 'KT에스테이트'


원자잿값 급등으로 공사 적자에 신음하는 시공사들이 발주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3대 이동통신사 중 한 곳인 KT와 공사업무대행을 수행하는 KT에스테이트가 발주한 수도권과 부산 현장에서 대기업 시공사들도 두 손 두 발을 들게 한 공사비 분쟁이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 4월15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자양1구역) 공사 현장.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현장은 화물 차량들과 노동자가 쉴새 없이 드나들며 바쁘게 움직이는 상황이었다.

이곳은 과거 KT 전화국 부지였던 땅에 롯데건설이 공동주택(주상복합) '롯데캐슬 이스트폴' 1063가구(공공임대 포함)와 호텔 150실, 판매시설, 광진구청사·보건소 등 공공시설을 짓는 사업지로 사업비 규모만 1조원이 넘는다. 롯데건설은 2020년 6월 자양1구역 공사계약을 체결해 2021년 3월 착공했다. 준공(입주)은 내년 1월 예정으로 현재 공정률(4월16일 기준) 62%다.

건물은 꼭대기 층까지 외형을 갖춰 세부 공사와 페인트칠 정도만 남겨놓은 것으로 보였다./사진=신유진 기자

롯데건설은 착공 이후 공사비가 급등하자 KT 측에 1000억원대 추가 공사비를 요청했지만 '물가변동 배제특약'에 따라 증액 의무가 없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시공사나 하도급업체의 시위 모습이나 항의 현수막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제날짜에 공사를 끝내기 위해 비옷을 입고 바삐 움직이는 공사 관계자들의 모습만 보였다. 건물은 꼭대기 층까지 외형을 갖춰 세부 공사와 페인트칠 정도만 남겨놓은 것으로 보였다.

공사장 외벽에 '광진구 공공청사가 새롭게 이전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자양1구역 공사 개요, 시설물 조감도 등의 이미지가 큼직하게 걸려있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분을 못 받은 상태인데 공사를 정상 진행하고 있다"면서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비 증액 문제로 KT 측과 갈등을 빚는 곳은 롯데건설만이 아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과 한신공영, 현대건설 등도 KT·KT에스테이트가 발주한 현장의 공사비 문제로 대립하고 있다.

현장은 화물 차량들과 노동자가 쉴새 없이 드나들며 바쁘게 움직이는 상황이다. /사진=신유진 기자

하지만 KT에스테이트 측은 시공사들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쌍용건설은 글로벌세아에 인수된 후 올해 흑자전환했고 글로벌세아가 대기업집단에 지정될 만큼 자금력이 우수한 대기업이면서 계약을 위배한 공사비 증액을 강요하고 있다. 한신공영의 경우 정산이 완료되지 않은 설계변경 등에 대해 협의 후 공사비를 지급할 예정"이라며 "현대건설, 롯데건설은 분쟁조정을 신청한 사실이 없고 공기에 맞춰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KT에스테이트의 주장과는 다르게 한 시공사 관계자는 "타협점을 찾고 싶지만 KT 측이 공사비 문제에 있어 협상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발주자 눈치 보여, 원만한 합의 희망"


발주사를 상대로 공사비 갈등을 표출한 쌍용건설은 2020년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위치한 KT 판교 신사옥 건립 공사를 맡아 진행했다. 계약 당시 공사비는 총 967억원이었다. 지난해 4월 사옥 공사가 완료됐다. 쌍용건설은 원자잿값 상승을 이유로 추가 공사비 171억원을 지급해달라는 공문을 KT 측에 수차례 보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10월 1차 시위와 유치권 행사에 돌입했고 이달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2차 시위를 계획했다가 KT 측의 요청으로 시위를 연기했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국토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한 상태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정부에서 개입하지 않는다면 기업끼리 협의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중재안이 나온다면 KT의 수용 여부에 따라 제3의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악의 경우 소송이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쌍용건설과 하도급업체가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공사비 인상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쌍용건설
쌍용건설 측은 하도급업체의 불이익이 발생 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을 수 있어 일부 하도급업체에 기존 공사비 대비 두 배까지 인상 재계약을 진행했다. 시공사는 공사비 증액분을 받지 못하고 하도급업체에는 공사 완료를 위해 대금을 올려준 것이다.

부산광역시 동구 중앙대로 185 일대에 오피스텔과 근린생활시설(부산 초량 오피스텔 개발사업) 시공을 맡은 한신공영도 발주사인 KT에스테이트로부터 공사비 증액분을 받지 못했다. 2020년 6월부터 시작된 공사는 2023년 6월30일에 준공을 완료했다. 한신공영은 공사비 140억원 증액을 요청했다.

한신공영 관계자는 "현재 시공 손실이 발생한 상황"이라며 "KT가 시공사들의 의견과 어려움을 적극 수용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시공사들은 소송 등 법적 해결보다 원만한 협의를 원하는 분위기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시공사와 발주사는 상호협력하는 관계이므로 불황에는 어느 한쪽이 힘들면 다 같이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시공사의 입장에선 향후 공사 수주를 위해 발주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분쟁조정 신청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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