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안 가린다고?…기로에 선 한남2구역 '118프로젝트'
서울시 "남산은 시민의 것"…3구역은 포기
2구역 대우건설 '안간힘'…실패땐 조합에 '보상'
뒤에는 남산을, 앞에는 한강을 둔 한남뉴타운(한남재정비촉진구역). 서울에서도 최고의 입지지만 남산 조망을 위해 해발고도 90m까지만 건물을 지을 수 있다. 하지만 6호선 이태원역과 가까운 한남2구역은 최고 14층으로 계획된 아파트를 21층까지 높여보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고도제한을 118m까지 풀겠다며 일명 '118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시공권 박탈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조합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으며 오는 8월말까지는 시간을 벌었다. 한남2구역과 대우건설은 과연 이곳에 21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을까?
'90→ 118m'…대우건설 "8월까지 서울시 설득"
한남2구역 재개발은 용산구 보광동 일대에 지하 6층~지상 14층, 31개동, 1537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3.3㎡(평)당 770만원, 총 7909억원 수준이다.
한남2구역을 비롯한 한남뉴타운은 2016년 정해진 '한남재정비촉진지구 변경 지침'에 따라 건축물 높이가 해발고도 90m이하로 제한된다. 반포대교 남단에서 남산 7부 능선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기준이다. 남산 경관보호 목적이다.
대우건설은 2022년 수주전 당시 '118프로젝트'를 내세워 시공권을 따냈다. 재정비촉진계획상 높이계획(90m)를 118m로 완화해 최고층수를 14층에서 21층으로 높이겠다는 게 골자였다. ▷관련기사 : 한남2구역 '한남 써밋'으로…승자는 대우건설(2022년11월4일)
하지만 서울시와 용산구가 반대 입장을 고수해 인허가 작업이 난항을 겪었다. 조합은 시공사 해지를 검토했다. 그래도 대우건설은 지난해 9월 조합 임시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았다. 대우건설은 프로젝트 이행이 미흡할 경우 공사비에서 물가인상률을 차감하고 착공기준일을 유예한다는 보상안을 내놨다. 프로젝트 가능 여부는 오는 8월31일까지 판단하기로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고도제한 완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인허가 소요기간을 고려할 때 8월쯤이면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날 거라 판단했다"며 "서울시와 협의 중인 내용을 공개할 순 없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약속한 날짜가 되면 최종 결과물을 가지고 조합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남산은 시민의 자산" 일관된 입장
서울 전역에서 고도제한 완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한남뉴타운은 예외였다. 서울시는 '2040 서울 도시기본계획(2040 서울플랜)'에서 "그동안 일률적·정량적으로 적용됐던 '35층 높이기준'을 삭제하고, 유연하고 정성적인 스카이라인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한남2구역이 층수 상향을 추진하는 것도 이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한남지구 최고높이 계획은 시민 모두의 자산인 남산의 경관 보호를 위해 많은 시간과 고민을 거쳐 결정된 것"이라며 "매우 신중하게 다뤄져야 하는 사항"이라는 입장을 냈다. 서울시가 높이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인 '신(新) 고도지구 구상안'을 봐도 남산고도지구에 한남뉴타운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달 9일 한남5구역의 건축심의를 통과시키면서도 "한강~문화공원~남산을 잇는 통경축을 확보해 주민과 시민이 어디서든 한강과 남산을 즐길 수 있는 통경가로 공간을 계획했다"고 언급했다.
한남3구역 조합원들은 지난달 유창수 서울시 부시장을 만났다. 하지만 고도제한 완화 요구에 유 부시장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자 결국 포기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달 조합장들과의 소통회의에서 '한남3구역처럼 한남2구역도 도시계획 변경을 통해 사업성을 확보하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층 되면 조합원 좋겠지만…"현실성 낮아"
한남2구역이 서울시의 마음을 돌려 층수를 높인다면 비례율 상승과 일반분양 증가로 사업성이 향상될 수 있다. 보광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 매물에 프리미엄(웃돈)이 평균 9억~10억원 붙었는데 118프로젝트로 층수가 올라가면 5억원은 더 오를 것"이라면서도 "주민들은 '되면 좋겠지만 아마 안될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다채로운 스카이라인과 도시 미관을 만드는 효과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는 도시미관을 이유로 높이 규제를 하고 있는데, 한남뉴타운의 건폐율은 30~40%대로 신축(20%) 대비 높아 거대한 병풍이 남산 중턱에 자리잡은 모습"이라며 "건물을 높이고 동 간격을 넓히면 시야도 확보되고 통풍, 채광 등 주거 편의성도 높아진다"고 했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한남2구역은 기본적으로 시작 고도가 다르다. 한강과 가까운 3구역과 5구역 대비 2구역은 저층도 고도가 꽤 된다"며 "2구역에서 21층으로 높이는 건 생각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용산구 관계자도 "서울시가 고도제한을 일괄로 완화하지 않는 이상 한남뉴타운 모든 구역은 90m 기준을 준수하도록 돼 있다"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한남3구역도, 나인원한남도 고층으로 짓고 싶지 않았겠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며 "높이와 용적률은 공공의 것인데 규제를 풀면 조합에만 좋은 일이 된다. 특정 지역의 특정 조합을 위해 공공성을 포기해야 하는지를 시가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남뉴타운은 구역이 해제된 1구역을 제외하고 2~5구역이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구역과 3구역은 각각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이 수주했다. 2구역은 조합원 분양 신청 중이며 3구역은 이주를 시작했다. 시공사 선정을 앞둔 4구역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5구역은 DL이앤씨가 공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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