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처음 본 이재용, 눈물 연신 삼키더니…20년 남몰래 후원한 사연
영등포 자선병원 직원 편지에
의원과 쪽방촌 가정 직접찾아
그자리서 1천만원 기부한 뒤
20년간 이웃 돕고 남몰래 후원
요셉의원 세워 호암상 수상한
故선우경식 설립자 책서 소개
책 ‘의사 선우경식’과 당시의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회장은 상무시절인 2003년 서울 영등포 쪽방촌에 위치한 요셉의원 직원이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받고 요셉의원을 찾기로 결정했다. 요셉의원을 설립한 선우경식 원장은 그 해 열린 13회 호암상 사회봉사상 수상자이기도 했다. 호암상은 삼성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의 아호를 따서 만든 상으로 한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 중 하나로 인정받는다.
선우 원장은 가톨릭대 의대 출신으로 미국에서 내과전문의 과정을 마쳤지만, 한국으로 돌아와 1980년대초부터 서울 신림동 달동네의 무료 주말진료소에서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이후 1987년 8월 서울 신림동에 유셉의원을 개원했으며, 2008년 별세하기까지 21년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병원 공동체를 이끌어왔다.
삼성전자 경영기획실 상무보로 복귀해 경영수업을 받던 이재용 회장은 그 해 상무로 승진했다. 평소 사회공헌에 관심을 가져왔던 이 회장은 당시 선우 원장의 선행에 감명을 받고 요셉의원을 방문하게 됐다. 삼성 측에서는 언론에 이 소식을 알리지 않기를 원해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
책에는 그해 6월 이 회장이 처음 요셉의원을 방문했을 때의 상황이 자세히 묘사돼 있다. 요셉의원을 둘러본 뒤 선우 원장은 이 회장에 쪽방촌에 방문한 적이 있는지 물었고, 이 회장이 흔쾌히 동의하면서 요셉의원 근처의 쪽방촌 가정을 찾게 된 것이다.
쪽방에서 네 명의 가족이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이 회장은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당시 동행했던 직원은 열악한 환경에서 사람이 사는 모습을 처음 봤기에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은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양복 안주머니에서 준비해온 봉투를 건넸다. 봉투 안에는 1000만원이 들어있었는데, 그 이후부터 이 회장은 매달 월급의 일정액을 기부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이 회장은 이후 선우 원장과 함께 노숙인·극빈자를 위한 밥집을 운영할 건물을 삼성전자가 짓기로 의견을 모으고 몇년에 걸쳐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삼성전자는 철도청 소유 공유지에 들어설 밥집 건물 설계도까지 준비했지만, “왜 밥집을 지어 노숙인을 끌어들이냐”고 반발한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항의 시위에 결국 프로젝트는 무산되고 말았다.
이외에도 이 회장은 20년 넘는 기간동안 외국인 근로자 무료진료소, 어린이 보육시설 등 사회 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이웃을 돌봐왔다는 후문이다. 이들 시설에 매년 상당한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 외부에 알리지 않도록 당부해 이같은 선행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이 회장은 부회장이던 지난 2019년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기념사에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바 있다.
이 회장은 승진 임원들을 축하하기 위해 종교단체 운영 시설 등에 기부금을 낸 뒤 임원 개인 명의로 발급된 기부 카드를 선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이 생일선물로 ‘사회공헌 목록’을 받았던 것처럼 승진 임원들에 대한 축하 선물을 ‘사회공헌’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삼성은 경영악화에 시달려왔지만 이재용 회장의 이같은 뜻에 따라 성금 기부액 만큼은 줄이지 않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새만금 잼버리의 운영상의 위기에도 의료·물품·대체 프로그램 운영 등을 지원해 국가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애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활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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