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도 팔아먹던 'KT', 개발이익 수천억 내고도 시공사 적자는 외면

김노향 기자 2024. 4. 22.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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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공공자산 개발해 배 불린 'KT에스테이트'(1)] 공사비 분쟁의 서막
[편집자주] 민영화 22년째를 맞는 이동통신사 KT가 100% 출자한 부동산 개발회사 KT에스테이트와 천문학적 영업이익을 내고도 시공사들에는 공사비 상승분 지급을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급계약상 '물가변동 배제특약'에 합의한 시공사가 준공을 완료한 후에 공사비를 요구한 것은 법적으로 이행할 이유가 없다는 게 KT에스테이트 측의 주장이다.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천재지변 등 예외사항이 아닌 경우 공사비 상승분을 인정하지 않는 관행 계약이다. 경쟁 입찰에서 협상력이 약한 도급사에는 부당특약이라는 게 시공사들의 항변이다.

쌍용건설롯데건설현대건설·한신공영 등 대형 건설업체가 발주사인 KT, KT에스테이트와 공사비 증액 문제로 대립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1) 위성도 팔아먹던 'KT', 개발이익 수천억 내고도 시공사 적자는 외면
(2) 코로나·전쟁 때문에 오른 공사비 "어쩌라고"… 냉정한 KT에스테이트
(3) [르포] 대기업 시공사들도 두 손 든 'KT에스테이트'


국내 3대 이통통신사 KT와 100% 출자회사 KT에스테이트가 발주한 주요 건설 현장마다 공사비 문제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일부 현장의 경우 유선전화 시절 KT가 보유하던 전화국 부지를 개발해 천문학적 이익을 내고도 시공사와 하도급업체들의 적자를 외면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롯데건설·현대건설·한신공영은 발주사인 KT, KT에스테이트와 수개월째 공사비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KT 판교 신사옥을 준공한 쌍용건설은 2020년 공사 도급계약 체결 시 공사비 967억원에 합의했지만 같은 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해 1138억원의 공사비가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에 쌍용건설은 171억원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했다.

쌍용건설은 KT 측에 수차례 공문을 보내 적정 공사비 지급을 요청했고 지난해 10월엔 사옥 앞에 모여서 항의 집회를 했다. 하도급업체들도 집회에 참여했다.

옛 전화국 부지를 아파트로 개발하고 공공임대주택을 지자체인 서울시에 매각하면서 공사비 인상분을 지급하지 않기도 해 논란이 됐다.

KT는 서울 광진구 자양1재정비촉진구역을 재개발한 '롯데캐슬 이스트폴'(1063가구)을 내년 3월 준공 예정이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6149억원에 공사계약을 체결, 쌍용건설과 비슷한 수준의 공사원가를 가정시 1000억원 이상 초과 공사비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양1구역은 KT가 보유했던 전화국 부지 일대로 사업비가 1조원대다. 심지어 KT는 사업장에 포함된 공공임대주택의 표준건축비 인상률 9.8%를 반영해 서울시에 매각해놓고 정작 시공사의 어려움을 외면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표준건축비 인상은 2016년 이후 동결된 공사비를 현실화하기 위해 7년 만인 2023년 이뤄진 정책이다.

건설업계는 코로나19와 전쟁 등이 예측 불가했고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예외 상황인 만큼 사업자들이 협의해 리스크를 분담하는 것이 상식적이라는 입장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시장 플레이어가 통제할 수 없는 경제위기에 시공사가 도산하면 시행사도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MDM 계열 한국자산신탁 등 대형 시행사들은 리스크 분담을 위해 공사비 인상에 합의했다. 현재는 사기업이라고 해도 긴 시간 국민 공기업이던 KT가 지자체에 매각하는 공공임대주택 가격을 공사비 인상 기준으로 올리고 시공사엔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는 건 비상식"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수준의 물가상승이 아닌 점도 지목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주거용 건축물의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8월 118.59에서 지난해 8월 150.37로 26.8% 인상됐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시행사도 경기침체 리스크 부담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의 공사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KT에스테이트는 지난해 매출 6036억원(이하 연결기준)과 영업이익 77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6%, -25.4% 변동했다. 영업이익률은 12.8%를 달성했다. 부동산 불황에도 개발사업으로 수익성을 강화해 배당금 175억원을 지급했다.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전년 대비 매출은 20%대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25%대 감소했고 시공사와 동일하게 부동산 경기침체에 노출돼 있다"면서 "쌍용건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KT그룹이 법적 의무가 없는 사항을 지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공공자산을 개발이익화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이 관계자는 "옛 전화국 부지가 공공성 있는 자산에서 출발한 것이나 그룹 민영화 과정에 자산 가치를 재무제표 등에 반영했고 KT 판교 사옥 부지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매입했다"면서 "공공자산을 이용해 고수익을 올리고 시공사들의 어려움을 외면한다는 지적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쌍용건설이 스스로의 합리적인 예측에 따라 입찰에 참여했고 결과에서 예측이 실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 무효를 주장하며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공정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공사비 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KT 역사상 최악의 비리 사건인 인공위성 해외 매각도 재조명되고 있다. 과학기술의 결정체인 인공위성을 해외 기업에 불법 매각한 해당 사건은 '우주영토 상실' 논란을 일으켰다. 2014년 주요 피의자의 해외 출국으로 수사 중단된 지 9년 만인 지난해 검찰 수사가 재개됐다가 올해 무혐의 종결됐다. KT는 연구·개발에 약 3000억원을 투자한 무궁화3호 위성을 2011년 홍콩 회사에 2085만달러(당시 환율 약 205억원)로 정부 허가 없이 매각해 국부 유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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