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피해서, 워라밸 찾아서… 소도시 취업 선택하는 中 청년들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4. 4. 22. 0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中 현급 도시 취업자, 4년간 5%p 증가
취업난, 긴 근로시간에 소도시행 선택
지방정부, 각종 인재 유치 정책 발굴

대학 졸업 후 소도시에서 일자리를 찾는 중국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졸자는 급격히 늘어나는 반면 대도시 일자리는 경기 둔화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소도시 일자리는 근로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도 요즘 중국 청년들의 소도시행을 앞당기는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인재 유치를 위해 생활비와 주택을 지원하는 등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다.

19일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중국 고등교육 컨설팅 기업 마이코스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8~2022년 대졸자 양성 품질 추적 및 평가 블루북’을 인용해 현급 도시에 취업한 대졸자 비율이 2018년 20%에서 2022년 25%로 5%포인트 증가했다고 전했다. 특히 59%가 졸업 후 5년 내에 현급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았고, 41%는 일정 기간 1선 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에서 근무하다 현급 도시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도시는 규모에 따라 중앙 직할시와 성급, 지급, 현급, 향급 등 5개 등급으로 구분된다.

지난달 중국 안후이성 푸양시 취업박람회에 참석한 대학생들./AFP 연합뉴스

대졸자가 급증하는 반면 대도시 일자리는 부족한 상황이 이같은 변화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2018년 821만명 수준이었던 중국 대졸자는 2022년 1076만명으로 1000만명대를 돌파했고, 지난해엔 1158명까지 늘어났다. 올해 역시 1179만명의 대졸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이들 모두 대도시에서 일자리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 둔화로 기업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신규 일자리가 늘어나는 속도도 크게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제일재경은 “대도시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많은 대졸자들이 중소도시로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은 3월 15.3%로 2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1월(14.6%)보다 0.7%포인트 악화된 수준에서 개선되지 않았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여름 청년 실업률이 20%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돌연 발표를 중단하고 집계 방식을 바꾼 바 있다. 그럼에도 14~15%대로 청년 실업률이 나타나면서 현실 취업난은 더욱 극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올해 제시한 도시 일자리 창출 목표는 1200만개 이상이지만, 특단의 정책적 지원이 없다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대도시 대비 여유로운 생활도 대졸자들이 현급 도시로 가는 이유다. 2022년 기준 현급 도시의 하루 근로 시간은 7.2시간으로 집계됐다. 공식 근로 시간인 8시간보다 짧은 것은 물론, 중국 전국 기업자(3월 말 기준 주당 평균 48.6시간)보다 적게 일하는 것이다. 이외 현급 도시 근로자들의 수면 시간은 8시간, 여가 시간은 2.5시간이었다. 이에 따른 현급 도시 취업 만족도는 2018년 67%에서 2022년 76%로 9%포인트 증가했다.

경제적으로도 대도시 대비 크게 부족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급 도시 대졸자의 평균 월 소득은 2018년 4640위안에서 2022년 5377위안(약 102만원)으로 늘었다. 중국 전국 대졸자의 평균 월 소득이 6000위안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이는 각 지방정부의 인재 유치 노력에 따른 결과물로 풀이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급 도시에서 일하고 있는 대졸자 중 40%는 정부·연구소 등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는 전국 평균(22%)보다 높은 수준이다. 제일재경은 “현급 도시로 온 대졸자 상당수가 정부, 국영기관 등에 취업했는데 현급 도시 경제 발전과 인재 유치 노력이 강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청년 실업률을 해결하기 위해 이들의 소도시행을 독려하는 정책을 지속 발굴해 시행하고 있다. 3년간 인재 규모 증가율이 연평균 15.8%에 달하는 장쑤성 쑤첸시는 인턴십 보조금과 인재 생활 보조금 등 전 생애주기 인재 서비스 정책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윈난성 쿤밍시는 저렴한 임대 주택을 기업 인재에 제공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선 도시 청년들을 농촌으로 내려보내는 정치 캠페인인 ‘신(新)하방’을 실시 중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졸자도 농촌으로 내려가 경력을 쌓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