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썰] 김건희 여사는 정말 '공포'를 느꼈을까…경찰의 스토킹 판단 막전막후

윤정주 기자 2024. 4. 22.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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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눈높이와 다른 스토킹 범죄 입건
"의사 반한 문자와 영상 유포…스토킹 성립 가능"
김 여사 감정이 관건…피해자 조사 가능할까
4월 19일 'JTBC 뉴스룸' 보도화면

'스토킹', 크게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 싫다는데 접근해야 합니다. 둘째, 그래서 상대방이 두려워해야 합니다. 거칠게 정의하면 이렇습니다. 이걸 기억한 뒤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전달한 재미교포 최재형 목사가 입건 됐습니다. 그런데 혐의가 '스토킹 처벌법 위반'입니다. 지난 19일 JTBC 단독 보도입니다. 보도를 본 시청자들, 대부분 의아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명예훼손도, 몰래카메라 범죄도 아닌 스토킹?” 정치적 입장, 지지 정당과 관계없이 “그게 왜 스토킹이지?”란 물음이 많았습니다.

일반인 상식과 경찰 판단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얘기일 겁니다. 경찰은 왜 이런 수사에 나섰을까요. 최 목사가 '스토킹'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만납시다” 메시지 살펴보니



스토킹 행위는 다양합니다. 따라다니거나 기다립니다. 전화나 우편, 정보 통신망으로 연락합니다. 물건을 억지로 주고, 놔두고 오기도 합니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 이런 행동 하면 문제가 됩니다. 최 목사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최 목사도 연락을 반복했습니다. 경찰이 주목한 대목입니다. 김 여사가 원하지 않는데도 계속 만남을 종용했다는 겁니다. 공개된 메시지 일부를 보겠습니다.

(2022년 6월 17일)
[최재영 목사 ] 그냥 평범한 만남 인사이고 말씀하신 대로 티타임 기대하고 가는 거 자나요. 아시다시피 저는 청탁이나 그런 거 아니고 요란하게 떠벌이는 사람도 아니고요.

[김건희 여사] 아고 이번주일은, 너무. 꽉 차 있었네요.

[김건희 여사] 언론.보셨으면.아셨겠지만요.

[김건희 여사] 일요일,저녁시간 어떠세요. 아님. 월요일은 어떠세요. 월요일 두 시 정도 어떠세요. 티타임.

만나 달라는 최 목사, 김 여사는 거절합니다. 하지만 애매합니다. 다른 날짜를 제안하기도 합니다. 완전히 싫다는 의사를 밝힌 건 아닙니다. 그러자 최 목사, 포기하지 않습니다.

(2022년 7월 26일)
[최재영 목사] 뉴스 들어보니 담주에 휴가가시네요^^
[최재영 목사] 가시기 전에 티타임이나 간단한 특강이 가능하실까요?

(2022년 8월 21일)
[최재영 목사] 100일 기념 약주와 램프는 받으셨나요?
[최재영 목사] 어찌되었던 건강관리 잘하세요. 신경 쓰일 일이 너무 많으시니 안위가 걱정됩니다.

(2022년9월7일)
[최재영 목사] 디올 가방 사진
[최재영 목사] 여사님. 추석인사 드리려 가려는데 언제가 좋을까요?

이 메시지들에 김 여사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이 답하지 않아도 최 목사는 반복해서 만나자고 하고, 물건을 보내기도 합니다. 글 첫머리에서 봤던 '원하지 않는데도 접근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경찰은 이런 연락이 10여 차례 있었던 거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또 달라집니다. 김 여사 측은 이해 9월 12일 “시간을 내주겠다”고 연락합니다. 그리고 하루 뒤 서울 서초동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만납니다.

최 목사는 “시간 장소를 알려줘서 갔다. 스토커에게 접견 일시를 알려주는 경우도 있느냐“고 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이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도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속마음은 원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최 목사로선 다소 억울할 수 있어도 스토킹 처벌법 대상이 될 수도 있어 보이는 대목입니다.

공포가 요건...“몰카와 영상 공개에 주목”


2022년 9월 13일 김건희 여사와 최재영 목사는 서초동 코바나 컨텐츠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스토킹 범죄가 성립하려면 아직 조건이 하나 더 남았습니다. 피해자가 불안과 공포감을 느껴야 합니다. 즉 김 여사가 최 목사 행동 때문에 두려워했어야 합니다.

두 사람 대화와 메시지에서 김 여사가 공포를 느꼈다고 볼만한 대목은 찾기 어렵습니다. 물론 제3자가 김 여사 감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김 여사가 최 목사보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강자인 점은 분명합니다.

다만 원하지 않은 몰래 카메라 촬영과 '서울의 소리' 영상 공개 때문에 불안과 두려움을 느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경찰은 이 지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법률가들 “스토킹 성립은 가능”



이 사건, 한 보수 단체 대표가 고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경찰청은 서초경찰서에 배당했습니다. 서초서는 최 목사와 '서울의 소리' 기자 등을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여기까지 술술 진행됐습니다. 고발 사건이기 때문에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각하 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일단 내사를 해 본 뒤 아니다 싶으면 종결 할 수도 있지만 역시 그러지 않았습니다.

정말 스토킹 범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요. 법률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한 전문가는 “행위만 봤을 때는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 의사만 있으면 실제로 처벌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역시 관건은 김 여사 감정인 겁니다. 다른 변호사는 "의사에 반해 영상이 촬영되고 공개되는 과정이 무서웠다"고 하면 가능성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경한 경찰...피해자 조사 실현될까



사건을 수사 주인 서울 서초경찰서 〈사진=JTBC〉
경찰 내부 분위기는 미묘하게 엇갈렸습니다. '법률적으로 가능한 것과 타당한 것은 다른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다른 혐의로 충분히 수사할 수 있는데 굳이 스토킹 처벌법까지 끌고 오는 이유가 뭐냐“고도했습니다.

지휘부는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습니다. 서울경찰청 한 관계자는 “그동안 수사를 강하게 독려한 거로 안다. 지휘부 의지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도 “엄정하게 수사해서 엄벌해야 한다는 기세”라고 표현했습니다.

다시 변수는 김 여사의 감정입니다. 스토킹 범죄가 성립하려면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해야 합니다. “두렵고 불안했다”는 진술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조사를 못 하면 이 모든 일은 해프닝으로 끝납니다.

과연 경찰은 김 여사에게 피해자 조사를 요구할까요. 김 여사는 이를 받아들일까요. 거부할까요. 아니면 모든 게 없던 일이 될까요. JTBC는 이 과정을 끈질기게 보도하겠습니다.

관련기사: [단독] "원하지 않는 만남 종용"…김 여사에 '명품' 건넨 목사, 스토킹 혐의 수사
https://n.news.naver.com/article/437/0000389273?ntype=RANKING&type=journal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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