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리튬값 반등시킨 중국의 힘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기)으로 주춤하면서 작년 말 연초 대비 80%까지 급락했던 배터리 핵심 광물 리튬 가격이 올 1분기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 캐즘이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별개로 리튬 가격이 이례적으로 반등에 성공한 것은 중국의 감산 조치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리튬 매장량은 세계 10위권이지만, 세계 곳곳 광산을 인수해 정제 리튬은 점유율 60%대인 중국이 가격까지 좌우하며 시장을 계속 장악해 나가고 있다는 방증이란 분석이다.
중국 3위 즈춘리튬 등 중국 주요 리튬 기업의 생산 거점인 장시성 이춘시의 생산 감소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년 리튬 가격 급락으로 올 초 폐기물 처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기업들이 우선 감산에 들어갔고, 이춘시가 리튬 잔류물 처리가 부실한 업체 상대로 생산 중단도 명령하면서 추가 감산이 발생했다. 업계에선 이춘시 리튬 광산이 한 달 동안 가동을 중단하면 탄산리튬 1만3000t 공급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한다. 글로벌 생산량의 13%에 달한다.
중국은 리튬 매장량 기준으로 약 11%(10위권)에 그치지만 배터리 가격을 좌우하는 정제 리튬 시장에선 60%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신흥 리튬 생산지로 떠오르고 있는 아프리카도 사실상 중국 기업이 독식하고 있다. 기존 남미와 호주 중심으로 이뤄지던 리튬 개발이 아프리카까지 이어졌다. 원자재 시장 조사 업체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아프리카 리튬 생산량은 작년 대비 거의 3배 늘어, 작년 글로벌 생산 점유율 4%에서 올해는 10%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 리튬 생산 급증은 최근 몇 년간 중국 투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화유코발트, 시노마인리소스그룹, 청신리튬그룹 등 중국 기업들은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에서 리튬 광산을 경쟁적으로 인수했다. 아프리카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광물을 선점하기 위해 중국 정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차관을 제공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아프리카에서 생산하는 리튬 중 90% 이상이 사실상 중국 기업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인 것으로 추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태양광 사업에서도 물량 공세를 내세워 경쟁국 기업을 고사시키고 시장을 장악했었다”며 “아프리카 등 해외 광산을 매입해 안정적으로 리튬을 조달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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