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리더이자 팔로어인 중간관리자, ‘연결형 리더’가 돼야
조직의 ‘접착제’로 중간 다리 역할
상사-구성원 의견 조율이 핵심
심리적 안전감 구축 선행돼야
중간관리자의 역할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자히라 제이서 영국 서식스 경영대 교수는 ‘연결형 리더(Connecting Leader)’로서의 중간관리자 역할을 강조한다. 중간관리자들은 상사와 구성원 사이에서 난처한 상황에 놓이기 일쑤다. 예컨대 팬데믹 이후 모든 구성원을 사무실로 복귀시키라는 상사의 지시와 이에 대한 구성원의 불만을 조율하는 까다로운 임무는 중간관리자의 몫이다.
제이서 교수 또한 JP모건, 영국의 금융기관 바클레이스에서 15년간 일하며 중간관리자의 딜레마를 겪고 상사와 구성원을 연결하는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연구했다. 그는 기업의 중간다리 역할을 수행하는 리더를 ‘연결형 리더’라 지칭하고, 이러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는 중간관리자가 조직의 성공을 이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직접 중간관리자들을 인터뷰하며 위와 아래에서 오는 요구가 서로 충돌하는 까다로운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리더의 유형을 4가지로 분류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4년 4월 2호(391호)에 실린 연결형 리더의 4가지 유형을 요약해 소개한다.
● 위와 아래 모두 잡는 연결형 리더
‘야누스형 리더’는 ‘두 얼굴의 사나이’라고 불리며 한 얼굴은 과거, 다른 얼굴은 미래를 보는 로마의 신 야누스처럼 양방향을 두루 볼 수 있다. 따라서 양측이 가진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팬데믹 당시 한 대형 은행에서 직원들의 업무 흐름 파악이 문제로 떠올랐다. 중간관리자는 중요한 일을 평소보다 더 자주 보고받고 있다며 상사들을 안심시켰다. 반면 이러한 조치는 구성원들에게 더 큰 업무 부담으로 다가와 거부감을 심어줄 수 있다. 이때 야누스형 리더는 “위기의 때일수록 누가 어디 있고 무슨 상황에 처했는지 파악해야 한다. 근무에 관한 내용뿐 아니라 안전에 관한 내용이면 무엇이든 함께 보고해 달라. 회사가 여러분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알아보겠다”며 구성원들을 다독인다.
‘브로커형 리더’는 상충된 입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건설적인 대화를 이끌어낸다. 통상 구성원은 임원들과 대화를 나눌 때 협상력을 갖기 어렵다. 한 은행의 중간관리자는 성과 평가 기간에 높은 등급을 받지 못해 불만을 가진 구성원과 최고경영자 사이에 조정 회의를 주선했다. 최고경영자는 그 직원의 기여를 인정했고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그에게 더 높은 성과를 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비록 성과 평과 결과는 그대로이지만 그 구성원은 업적을 인정받았으며 의욕과 충성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전달자형 리더’는 부하 직원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한다. 한 대형 금융 회사의 리스크 책임자는 관리자에 대한 보고를 효율화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새로운 보고 형식은 현장에서 보기에 지나치게 미흡해 보였다. 관리자는 구성원들의 참여 의지가 없다면 변화가 수용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현장에 있는 부하 직원 2명과 함께 책임자를 찾아가 그들이 가진 불만을 피력했고 보고 양식을 보완하기로 했다.
‘줄타기형’ 리더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묘수를 제안한다. 한 디지털 마케팅 스타트업에서는 효과적인 고객관리를 위해 영업사원들이 고객들과 나눈 대화를 기록하는 툴을 도입했다. 그러나 구성원들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게 아니냐며 반대했다. 영업팀 관리자는 툴을 도입하면서도 감시는 줄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때 줄타기형 중간관리자가 제안할 수 있는 대안은 정말 필요한 기록만 남기거나 암호화를 거쳐 직원이 특정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 팔로어십 교육·심리적 안전감 늘려야
연결형 리더로서의 중간관리자는 비즈니스가 돌아가게 만드는 톱니바퀴이자 조직을 하나로 만드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특히 하이브리드 근무가 보편화되고 구성원들의 니즈가 복잡다단해지는 지금, 연결자인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제이서 교수는 조직이 연결형 리더를 키우기 위해서는 리더십뿐만 아니라 구성원으로서 상사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팔로어십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상사와 회사에 효과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기술에 대한 교육 등이 그것이다.
중간관리자들이 연결자 역할을 할 때 겪는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서로 이야기를 나눠 보는 워크숍도 도움이 된다. 이때 무엇보다 다른 의견을 내더라도 개인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즉 ‘심리적 안전감’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구성원의 입장을 대변하고자 하는 연결형 리더의 결심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 조직 전반에 심리적 안전감이 구축돼야 중간관리자들이 주도적인 리더이자 적극적인 팔로어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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