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봄을 보내는 마음
절기에 맞춰 생활할 때 곡우(穀雨)는 봄의 마지막이지만 농사를 시작하는 희망의 절기였다. 우리는 얼마전 22대 총선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준비했다. 언제부터인지 생활환경은 풍족한 소비와 인간중심적 경제활동보다 ‘공존(coexistence)과 회복(resilience)’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치·사회적 현실은 정의를 빙자한 ‘왜곡된 심판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유엔이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발표한 이후 국제사회는 느슨한 형태이지만 당사국총회(COP)를 통한 다양한 시도를 전개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들은 탄소중립 선언과 더불어 자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보이지 않는 장벽 쌓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 경제는 ‘RE100’, ‘기후(환경)정보 공시(CDP)’, ‘ESG’, ‘VCM’(자발적 탄소시장) 등 수많은 민간 주도 이니셔터브를 통해 탈탄소 패러다임하에서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우리는 60여년간 양질의 노동력과 값싼 쌀값, 그리고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에 기반한 양적 팽창의 관성에 빠진 채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떠냐’는 식의 우물안 개구리가 굴 파는 소리를 서슴없이 내뱉고 있다.
공자는 시경(詩經)에서 ‘철피상토(徹彼桑土), 綢繆牖戶(주무유호)’라는 구절을 통해 “뽕나무 껍질을 벗겨 둥지를 보수해 장마철을 대비하면 무시하는 자들이 없을 것이고, 그런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면 누구도 업신여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선거를 통해 정부를 감시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지역의 일꾼을 선택했다. 진정한 일꾼은 ‘심판과 정파의 선택’보다 ‘변화와 혁신의 징후’를 통해 인정받아야 한다. 비록 22대 총선이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했지만 정치적 척결과 심판에만 몰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새로운 선거가 있기 전까지 2~3년의 기간은 기후위기에 대처하고 탄소중립의 길로 전환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경험해보지 않은 탈탄소의 미래는 두려움과 우려를 낳고 있다. 중앙정부와 17개 광역지자체, 226개 기초지자체는 지난해부터 탄소중립을 위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자연환경이 다르고 생활방식이 다르지만 하나 같은 226개의 실행계획이 만들어지고 있다. 계획이 지역의 수용성보다 상급 정부의 지침과 가이드라인에 충실하게 되면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즉, 구체적인 행동과 동기 부여가 마련되지 않은 계획은 무의미하다. 탈탄소 사회 전환에 있어 공공의 역할은 상급 정부의 시책을 전달하고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보다 스스로 실천함으로써 지역사회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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