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걱정되는 깡통 대출

이연섭 논설위원 2024. 4.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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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섭 논설위원

깡통은 그리 좋은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 ‘비어 있음’ 또는 ‘망했음’ 같은 의미로 상용된다. 사람을 깡통에 비유하기도 한다. ‘빈 깡통이 요란하다’, ‘깡통 찼다’는 말들이 그렇다.

깡통은 금융이나 부동산 시장 등 경제판에서 더 많이 쓰인다. 깡통 전세, 깡통 주택, 깡통 대출, 깡통 주식 등 큰 손해를 보거나 위험한 상황일 때 쓰인다.

깡통 전세는 전세보증금보다 매매가가 싼 부동산이다. 전셋값이 급등하고 집값이 떨어질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전세금을 떼일 우려가 있다. 껍데기만 있고 내용물이 비어 있는 속 빈 깡통과 같다고 해서 깡통 전세(깡통 주택)라 한다. 사회 문제가 된 전세사기도 깡통 전세로 인한 게 상당수다.

최근 은행권에선 깡통 대출이 문제다. 시중은행에서 대출해주고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 급증하고 있다. 건설·부동산업 불황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 경영공시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무수익여신이 총 3조5천207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2022년 말 2조7천900억원보다 26.2% 증가했다. 무수익여신은 이자를 제때 못 갚고 원금 상환도 어려워 보이는 부실채권으로, 보통 ‘깡통 대출’으로 불린다. 무수익여신이 큰 폭으로 증가한 차주는 건설·부동산업 회사다.

이런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경제의 ‘나 홀로 활황’으로 금리인하 시기가 늦춰졌고 환율 상승으로 공사비는 오르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 공사비 증액을 둘러싸고 시공사와 조합의 갈등으로 공사가 멈춘 곳도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분양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고금리 지속, 공사비 상승 등 비용부담 증대로 건설업 및 부동산업의 재무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5조6천억원이다. 연체율은 2.7%지만 업권별로 보면 증권(13.7%), 저축은행(6.94%), 여신전문사(4.65%) 등이 지나치게 높다. 특정 업권의 건전성 하락은 전체 금융시장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 부실채권이 금융시장의 발목을 잡지않게 선제 대응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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