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의사단체 카르텔, 난공불락의 성인가

경기일보 2024. 4. 22. 03: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재철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정부가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을 발표하자 전공의들이 반대를 위한 파업을 한 지도 2개월에 이른다. 전공의만이 아니라 의사마저 사직서를 내고 의대 학생도 휴학계를 내는 등 의료난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환자들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함은 물론 특히 응급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심각한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의사들의 파업은 다른 직종 근로자들의 파업과는 달리 국민의 생명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는 국민의 장래 건강복지 증진을 위해 우리의 의료 현황과 선진국들의 그것들을 비교해 앞으로 의사 수를 2천명 늘리기로 했으나 의사단체는 증원 불가는 물론 오히려 의사 수 축소를 주장하기까지 함으로써 난관에 봉착했다.

서울의 대학병원들은 예약하는 데도 5, 6개월 기다려야 하는 일이 다반사며 진료 시간은 3분 내지 5분에 지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지방 병원에서는 연봉 3억~4억원을 준대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하며 지방의 환자들은 서울로 원정 진료를 오느라 난리다. 지방 의대를 졸업한 후에도 의사들은 인구가 집중돼 있는 수도권으로 몰려와 개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지방에는 의사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민소득과 인구가 늘고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자연히 의료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정부는 오히려 의사 수를 축소 내지 동결하는 우를 범했다. 즉, 국민소득은 2000년의 8천910달러에서 2023년 3만3천745달러로 무려 3.8배 늘었고 이 기간에 인구도 474만명이나 늘어 의료 수요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었음에도 정부는 오히려 2000년부터 2006년까지는 의사 수를 점진적으로 351명 줄이고 나아가 2006년부터는 아예 동결하기로 했는데 이는 정부의 커다란 실책이었다.

아마 이런 조치들은 압력단체로서의 의사들 영향력에 기인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즉, 의사단체가 갑이고 정부가 을이었기 때문에 벌어진 사태라고 여겨진다.

서울시는 시민의 건강복지를 위해 12개의 시립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의료시설을 잘 갖추고 있음에도 필요한 의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서울시는 오래전부터 서울시립대에 의과대학을 설립 운영해 필요한 의사들을 확충하는 방안을 정하고 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해 왔다. 즉, 서울시립대에 40명 내지 50명 정원의 의대를 설립해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고 졸업 후에는 의무적으로 시립병원에 근무토록 함으로써 애로를 겪고 있는 시립병원의 의사 인력을 확보토록 한다는 계획이었다. 또 시립병원을 실습병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과거 수차례에 걸쳐 의대 설립을 추진해 왔으나 의사단체의 압력 때문이었는지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에도 신청하려 했는데 서울에는 증원을 하지 않는다는 기본방침으로 인해 좌절됐다고 한다.

서울시와 서울시립대학의 숙원사업인 40~50명 의대 설립 요구에도 성사가 안 됐는데 하물며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리겠다고 하니 의사들이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의사 자격을 부여하는 권한을 정부가 지니고 있음에도 의사 증원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지자체의 절실한 요구마저 들어주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 정부가 을이고 의사단체가 갑인 것이 맞다. 최근 의사단체의 장이 국회의원 30명 정도는 당선시킬 수도 있고 정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 점, 그리고 전 의사 단체장은 의사들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고 공언했는데 의사단체의 영향력이 얼마나 센가를 여실히 말해준다.

의사단체는 난공불락의 성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양보와 타협도 필요하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