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시론] 복지·돌봄정책 부족 총선 공약…향후 입법활동 지켜봐야
무상급식 논쟁으로 뜨거웠던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복지 이슈가 각 정당과 후보자의 공약 전면에 등장한 첫 선거로 기억된다.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은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에 대한 논쟁으로 확대됐고 국민들 사이에 보편적 복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기회가 되었다고 평가된다. 이를 기점으로 무상교복, 아동수당, 기초노령연금 확대 등 다양한 복지 의제들이 범정부 및 광역자치단체 중심으로 추진됐다.
국민들의 높아진 의식을 반영하듯,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는 주요 정당들이 앞다퉈 노인, 보건의료, 보육, 노후소득보장(연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을 중심으로 복지공약을 내놓았다. 노인 일자리의 양적 확대 및 전담 인력의 처우개선, 홀몸노인 서비스 확대 및 사회관계 활성화, 경로당 다기능화, 장기요양과 노인돌봄의 통합, 공공요양시설의 확대 등 노인 공약이 다양해졌고, 간호와 간병 통합,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공적 보건의료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공약도 처음 등장하게 된다. 공립 보육시설 확대, 보육료 지원 현실화 등 아동돌봄 관련 이슈가 등장한 것은 물론, 2017년 대선에서 병설·단설 유치원 논쟁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사스,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공공병원 역할 강화,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등의 공약이 등장한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반면 고령사회 진입을 계기로 노후 소득보장 관련 정책의 수정, 연금 보장성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각 정당이 상이한 해법을 내놓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민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 선거 때마다 제기되던 저소득층 중심의 공약이 소극적으로 제시됐고, 국공립 어린이집의 확충이라는 보육 이슈는 이전 선거 공약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로 노인돌봄 정책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 아래, 실현 방안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 구축과 공적사회서비스 인프라 확대 등의 공약이 모든 정당에서 제시된 것은 고무적으로 평가됐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국회의원선거 정책제안’을 통해 저출산 고령화, 1인가구 증가, 가족돌봄 약화, 자립준비 및 가족돌봄 청년 등 신(新) 복지사각지대에 대응하기 위해 전 생애 국가책임 돌봄체계 구축, 사회서비스원 확대를 통한 인프라 확충, 분절적인 노인·장애인·아동돌봄 체계의 통합화, 전문 분야별 복지 전문인력 확대 배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복지 정책을 주요 정당에 제시했었다.
그러나 22대 총선은 최근 선거 가운데 복지공약 및 이슈가 사라진 선거로 평가되고 있다. 주요 정당들은 ‘일·가족 모두 행복’, ‘결혼·출생·양육의 양립이 가능한 사회구조 실현’ 등 저출생 극복과 돌봄확대 공약을 제시했고, 특히 노인복지 영역에서 간병비 부담 국가책임 강화, 활기찬 노후 지원, 간병인 양성 체계 마련 등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돌봄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선언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공약은 21대 총선 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이같은 한계는 강원지역 당선자들의 공약에서도 드러난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공개한 각 당선자 핵심공약 중 복지 분야를 살펴보면, ‘은퇴자 도시 조성, 경계선 지능인 지원’, ‘서울-지방 상생형 골드시티 유치, 지역교육문화복합타운 조성 및 국제학교 유치’, ‘지역 내 병원 유치 및 어린이 전문병원 지정, 교육여건 강화 등 학교·교육걱정 없는 지역 추진’,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 건립, 지역 소아전문 응급체계 구축’ 등이다. 지역개발 및 경제활성화 이슈와 비교할 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부족함이 많아 보인다. 특히 인구소멸 및 지역 격차, 청년층 급감, 노인·청소년 자살 등 강원지역의 심각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복지 정책과 돌봄 대안이 제시되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다.
지난 3월 ‘의료 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과 ‘강원특별자치도 통합돌봄 지원 조례’가 각각 국회와 도의회에서 제정됐다. 전 생애에 걸쳐 촘촘하고 질 높은 돌봄 서비스를 만들고 누리는 것은 모든 정당이 함께 만들어야 할 미래사회의 핵심 이슈이다. 새롭게 구성되는 22대 국회와 강원지역 국회의원들이 앞으로 지역의 복지현안과 돌봄 문제를 어떤 입법활동으로 해결해 나갈지 꼼꼼히 지켜보아야 한다. 이는 유권자인 도민과 돌봄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종사자의 권리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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