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손웅정, 박지성, 이운재의 인생 키워드
호랑이나 표범보다는 덩치가 작지만 사냥을 잘하는 야무진 존재 ‘스라소니’로 불렸던 그의 삶을 대하는 치열한 태도가 담겨 있다.
독서광이기도 한 손 씨의 독서노트를 기반으로 김민정 시인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이 책에서 손 씨는 줄곧 ‘기본’을 바탕으로 한 노력과 태도를 이야기한다. 그는 이를 “대나무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려면 한 오 년 걸린다고 하죠. 그렇게 묵묵히 뿌리에만 집중하다가 순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하루 이십오센티미터까지도 매일같이 쑥쑥 큰대요”라고 설명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노력에 따르는 ‘불편함’을 극복할 것을 강조한다. 노력에는 불편함이 따르지만 이를 지속하여 습관이 되면 쇠줄처럼 단단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런 말은 흔하고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가 손흥민과 함께 지옥훈련에 가까운 강훈련을 꾸준히 해왔다는 점, 손흥민에게 하루에 1000개씩 슈팅 연습을 시켰다는 점 등을 상기해 보면, 그 말에 담긴 진정성과 실행력을 느낄 수 있다.
그가 특히나 강조하는 또 다른 요소는 ‘태도’와 ‘인성’이다. “일에 있어서 실력으로 진 사람에게는 언제고 기회가 주어지지만 인성으로 패배한 사람에게는 절대로 패자부활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손흥민에게도 “영원한 것은 없어. 무조건 겸손해야 해”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타인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가 삶에서든 축구에서든 기본이라고 보는 그의 생각은 리더십에 대한 고찰로 이어진다. 그는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서 가고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며 ‘멀리’와 ‘함께’를 강조했다. 이는 축구대표팀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주장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 왔던 손흥민의 모습과 겹친다.
기본을 다지며 자신에게 엄격하면서도 타인과는 조화를 이루는 것을 키워드로 하는 그의 생각은 앞선 스타 박지성의 모습과 비슷하다. ‘두 개의 심장’ 또는 ‘산소 탱크’로 불렸던 박지성은 축구 선수로서는 치명적인 평발을 지니고도 쉬지 않고 뛰면서 팀플레이를 위해 헌신했다. 그러나 그의 자서전 ‘박지성 마이스토리’를 통해 그는 무릎 연골이 찢어진 상태에서 극심한 통증을 안고 뛰었음을 밝혔었다. 박지성은 또한 선수 시절 한 번도 울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기고 지는 게 일상인 스포츠에서 몇 번의 패배와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듯 선수 시절 위기가 올 때마다 그는 ‘긍정의 자기암시’로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국내는 물론이고 중동과 중국에서 제의한 백지수표를 거부하고 돈이 아닌 더 큰 꿈을 위해 유럽무대 진출 및 잔류를 결정했다고 밝혔었는데, 이러한 박지성의 키워드는 ‘긍정’과 ‘꿈’이라고 할 만하다.
가난과 청소년 시절의 굴곡과 폐결핵 등을 이겨낸 또 다른 스타 이운재는 저서 ‘이기려면 기다려라’에서 ‘기다림’을 강조한 바 있다. 골키퍼로서 2002 한일 월드컵 8강전 스페인과의 승부차기에서 호아킨 산체스의 킥을 막아내며 한국의 4강 진출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그는 “내가 먼저 움직일 줄 알았는데 안 움직이니까 호아킨이 당황해 주춤하는 사이 볼의 방향을 읽어냈다”고 했다. 결정적인 순간까지 인내하며 준비하고 기다려야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요소들이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문제는 시도와 실행이다. 이들이 다만 고난 앞에서 고민과 생각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손 씨의 이 말은 행복을 향해 나아가려 할 때 필요한 전제로 보인다. “지금 우리들 중에 사면초가에 놓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건 다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용기 있는 사람은요, 일단 가기부터 해요. 그리고 용기 있는 놈한테는요, 길이 생겨요.”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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