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군비, 이란 3배지만… GDP 대비 비율 높아 장기전 부담[권오상의 전쟁으로 읽는 경제]

권오상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공동대표 ‘전쟁의 경제학’ 저자 2024. 4. 21.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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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전쟁비용 감당 가능할까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방공망은 이란의 13일 공습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이날 하룻밤에만 아이언 돔 운용에 약 1조5000억∼1조8000억 원의 금액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스라엘 연간 국방 예산의 7∼8%에 달하는 규모라 장기전으로 가면 지출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12일 아이언 돔이 레바논에서 발사된 로켓을 막기 위해 요격 미사일을 발사한 장면. 훌라=신화 뉴시스
《19일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습했다. 이란의 13일 이스라엘 공습에 대한 보복이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습한 이유는 이달 1일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이 미사일로 공격받아 16명이 숨졌기 때문이었다. 영사관과 같은 외교 공관은 ‘외교 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의해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된다. 즉 이란은 이슬람 경전인 꾸란에 나오는 ‘당한 만큼 앙갚음하라’라는 이른바 키사스 원칙을 따른 모양새였다. 외교 공관의 피습은 종종 있었다. 가령 2022년 9월 아프가니스탄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자살 폭탄 공격을 받아 최소 8명 이상이 숨졌다. 러시아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공격의 주체는 실효 지배하는 영토는 있으나 국가로 인정받지는 못하는 이슬람국가-호라산이다.》




이스라엘 남부 아스글론에 배치돼 있는 ‘아이언 돔’ 미사일 요격 시스템 포대. 아스글론=AP 뉴시스
정규군의 공격으로 유명한 사례는 1999년 5월 세르비아 주재 중국대사관의 피폭이다. 공격의 주체는 스텔스 폭격기 B-2를 동원한 미국이었다. 당시 코소보 전쟁에 개입했던 미국은 폭격이 순전히 실수였다고 사과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에 사과할 의향이 없다.
권오상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공동대표 ‘전쟁의 경제학’ 저자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일이 과거에 없지는 않다. 가령 올 1월 16일 이란은 이라크 북부의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첩보 본부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외교 공관과 달리 첩보원이 활동하는 시설은 빈 협약의 대상은 아니다. 공식적인 항의는 영토를 공격받은 이라크가 했다. 이란은 2021년 12월 미사일과 드론의 소나기 공격으로 모의 이스라엘 핵시설을 부수는 훈련 장면을 국영 방송에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1979년 이란 혁명 이래로 이스라엘 본토를 향한 이란의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이전까지 이란을 미사일로 직접 공격한 적은 없었다. 암살과 파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2010년 1월 12일, 집 앞에 세워진 오토바이에 장착된 폭탄이 원격으로 터지면서 테헤란대 물리학과 교수였던 마수드 알리모하마디가 죽은 이래로 수십 명의 과학자, 엔지니어, 군인 등이 이란 안에서 숨졌다. 2018년 이후로는 폭탄이 장착된 드론으로 이란 내 시설이 여러 번 공격받기도 했다. 이란은 이번 공격도 드론이라는 입장이다. 사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유대인의 경전인 구약의 레위기와 신명기에도 나온다. 알고 보면 이는 기원전 18세기 바빌론 왕인 함무라비의 법전에 나온 게 먼저다.

전쟁을 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각국의 군사비 혹은 국방비를 알아보는 것은 이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한 자연스러운 출발점이다. 그런데 단순히 그 숫자만으로는 전체 그림을 놓치기 쉽다. 가령 권위 있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의 2022년 통계에 따르면 864억 달러인 러시아의 군사비는 440억 달러인 우크라이나의 2배에 가깝다. 돈을 더 쓰는 러시아가 전쟁에서 이기고 있는 건 당연할 수 있다. 한편 그게 지속 가능하냐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다. 즉 군사비 자체가 아니라 군사비를 다른 기준에 비교하는 게 더 의미가 있다.

비록 지난번 글에서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국내총생산은 이런 쪽으론 요긴하다. 국내총생산의 창시자가 러시아에서 나고 자란 사이먼 쿠즈네츠라는 주장도 있으나 사실 쿠즈네츠가 제안한 건 국가의 지출이 아닌 세입을 따지는 국민총소득이라 전시의 경제 활동을 측정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어쨌든 국내총생산에 대한 군사비의 비율은 각국이 진행 중인 전쟁에 혹은 전쟁의 대비에 얼마나 경제적으로 힘을 쏟고 있는지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지표다.

군사비와 국내총생산의 비율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 걸까?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각국의 군사비 지출 총액은 2조2400억 달러다. 이는 전 세계 각국의 국내총생산 합계의 2.2%다. 2015년에도 이 비율이 다르지 않았으니 일단 약 2%가 평균적인 수준이라고 이야기할 만하다.

단, 그렇다고 그게 적정하다고 이야기해서는 곤란하다. 여기에는 평균의 함정이 있다. 전 세계 군사비의 39%를 쓰는 미국의 영향이 큰데 미국의 군사비 대 국내총생산 비율이 3.5%이기 때문이다. 즉 미국이 군사비를 국내총생산의 2.2%로 줄이면 전 세계의 군사비-국내총생산 비율은 1.9%까지 떨어질 수 있다. 미국이 요즘 포위에 힘을 쏟는 중국의 군사비는 국내총생산의 1.6%다.

군사비는 경제학의 게임 이론으로 해석하기 좋은 대상이다. 상식적으로 군사비는 안 쓸 수 있으면 최선이다. 그 돈으로 가치 있는 다른 일을 더 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상대방이 군비를 증강하면 침공당할 가능성을 걱정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선제공격을 억제하고 물리칠 정도의 군대 보유는 필요악이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은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쓰지 않아도 될 군사비를 두 나라 모두 쓰는 꼴이다.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이다.

군비 경쟁은 단순히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선을 넘으면 파멸적 경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름하여 ‘치킨 게임’이다. 치킨 게임이란 195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무모한 자동차 대결을 가리키는 말이다. 서로를 향해 차로 전속력으로 돌진하다가 겁을 집어먹은 한쪽이 핸들을 꺾으면 패배자를 뜻하는 속어인 치킨이 된다. 그러다 끝까지 고집을 부리면 결국 둘 다 죽는다.

2014년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군사비 비율을 2%까지 올리기로 합의했다. 합의의 배경은 바로 같은 해 벌어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었다.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려면 모두가 일정 수준의 군사비를 지출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였다. 즉 경제학이 이야기하는 시장 실패의 한 형태인 ‘무임승차자 문제’를 해소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미국인의 약 절반이 지지하는 도널드 트럼프는 2%라는 세계 평균에 만족하지 않는 듯하다. 2019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그는 2%가 너무 낮다며 4%를 요구했다. 트럼프는 올 2월 10일 적정 군사비를 지출하지 않는 회원국을 공격하도록 러시아를 격려하겠다고도 했다.

2%라는 기준은 말은 쉬워도 현실은 그보다 까다롭다. 단적으로 국가마다 군사비를 계산하는 기준이 다르다. 가령 스페인의 이른바 ‘과르디아 시빌’, 즉 경찰 역할을 맡는 헌병은 내무부 소속이라 이들의 운용 비용은 군사비로 잡히지 않는다. 또 군인 연금의 유지에 드는 비용은 스페인에서는 군사비에 포함되지 않지만 그리스에서는 군사비로 포함된다. 단순히 2%를 맞출 게 아니라 유엔평화유지군의 활동에 기여하는 걸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면 이란과 이스라엘은 실제로 얼마나 많은 군사비를 쓰고 있을까? 이스라엘의 2022년 군사비는 234억 달러로 세계 15위인 반면 이란의 군사비는 68억 달러였다. 국내총생산에 대한 비율은 각각 4.5%와 2.6%다. 이스라엘의 비율은 러시아의 4.1%보다 높고 이란의 비율은 한국의 2.7%보다 낮다. 과거 칠레의 군사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정권이 가두고 고문한 감리교 목사 울리세스 토레스는 군사 정권을 판별하는 방법으로 “국가 예산을 보라”고 했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에 의하면 이스라엘군 재정고문을 지낸 예비역 준장 람 아미나흐는 이란의 13일 공습을 막은 방공망을 운용하는 데 “하룻밤에만 약 1조5000억∼1조8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2023년 이스라엘 연간 국방 예산의 7∼8%에 달하는 규모다.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이러한 규모의 지출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권오상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공동대표 ‘전쟁의 경제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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