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과 거리 두는 한동훈… “잘못 바로잡기는 배신 아니라 용기”

조병욱 2024. 4. 21.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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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수습책 지연 속 ‘尹·韓 갈등’ 표출
홍준표 ‘韓, 尹 배신한 사람’ 발언 응수
회동 거부 맞물려 정치적 의도 설왕설래
독보적 與 차기 대권주자 韓 재등판설
“시간 두고 성찰”… 전대는 불출마 관측
與 비대위 방향 ‘실무형 vs 혁신형’ 팽팽
22일 2차 당선자 총회서 최종 결정할 듯
4·10 총선 참패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오찬 초청을 국민의힘 한동훈(사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거절한 것으로 21일 알려지면서 ‘윤·한 갈등’의 장외전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 패배 이후 열흘이 지나도록 국민의힘은 패배 수습 방안의 가닥조차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0일 오후 늦은 시각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도 했다.

이는 앞서 같은 날 홍준표 대구시장이 “한동훈의 잘못으로 역대급 참패를 했고, 우리에게 지옥을 맛보게 했던 정치검사였고 윤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라고 비난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한동훈 비대위 소속 인사들에게 오찬 회동을 제안했지만 한 전 위원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거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전 위원장의 말에 복합적인 뜻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한 전 위원장은 “사심 없고 신중하기만 하다면, 누가 저에 대해 그렇게 해 준다면, 잠깐은 유쾌하지 않더라도 결국 고맙게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게 우리 공동체가 제대로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홍 시장의 비난에 대한 반박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시점상 윤 대통령을 겨냥한 메시지로도 읽힐 여지가 있다. 앞선 1·2차 윤·한 갈등 국면에서 윤 대통령이 ‘가장 아끼던 사람에게 바보같이 뒤통수를 맞느냐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했다는 전언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한 홍 시장이 지난 16일 윤 대통령과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홍 시장의 발언에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이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라 이들의 설전이 더 주목받고 있다.
낙선자들 “당 쇄신 촉구” 결의문 4·10 총선에서 인천 남동갑에 출마했던 손범규 조직위원장(가운데) 등 국민의힘 낙선자들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외 조직위원장 간담회를 마치고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한 관계자는 “총선 패배 이유 중 하나로 한 전 위원장이 1차 윤·한 갈등 때 너무 빨리 숙이는 모습을 보였던 점이 많이 거론됐다”며 “이번 회동 거부는 이를 고려한 정치적 고민이 담겨 있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전 위원장이 오찬을 완전히 거절했다기보다 건강상의 이유로 미룬 것이니 조만간 다시 날짜가 잡히지 않겠느냐”며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당 일각에서는 홍 시장의 ‘한동훈 때리기’가 차기 대권주자를 견제하는 차원으로도 본다. 지난 16∼18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한 전 위원장은 15%를 얻어 3월 조사 대비 9%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여권 후보 중 독보적인 1위를 고수했다. 홍 시장 등 다른 여권 후보들의 지지율은 3∼1%에 머물렀다. 다만 한 전 위원장은 전날 “정교하고 박력 있는 리더십이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만날 때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다”며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고 밝혀 차기 전당대회는 불출마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당내에서는 한 전 위원장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동대문갑에서 낙선한 김영우 전 의원은 “지금 와서 한 전 위원장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건 정말 아니다. 총선 내내 한동훈은 누가 뭐래도 홍길동이었다”고 옹호했다. 그러면서 “한 전 위원장의 지원유세로 보수층의 자포자기와 분열을 막을 수 있었다”며 “대통령과 한동훈을 갈라치기하려는 아주 묘한 보수 내 움직입(움직임의 오타 추정)”이 있다며 “이런 비열한 흐름에는 올라타지 맙시다”라고 했다.

검사 출신의 친윤(친윤석열)계 유상범 의원은 홍 시장의 발언에 대해 “항상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본인이 나서 누군가를 비난하면서 이렇게 당내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누구의 책임이라고 이번 선거는 단정 짓기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22일 총선 이후 두 번째 당선자 총회를 열고 차기 지도부 구성에 대해 논의한다. 당초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중심의 ‘실무형 비대위’ 체제로 가닥이 잡히는 듯했던 당 수습 방안도 수도권과 비주류 그룹에서 주장하는 ‘혁신형 비대위’ 방안까지 고려해 최종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병욱·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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