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인적 쇄신에 ‘불통 방통위·방심위’도 포함해야
여당이 22대 총선에서 참패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윤석열 정부가 경제, 통일외교, 안전 분야 등에서 지난 2년간 행한 바가 부실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자신도 말했듯이 무엇보다 소통 부족이 본질이었다. 사실 좋게 표현해서 소통 부족이지 언론자유 훼손이 맞는 말이다. 윤 정권은 그간 국가 기구들을 동원해 개인과 언론의 비판을 억누르면서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사건 등 업보만 켜켜이 쌓아놓았다.
윤 대통령은 “올바른 국정의 방향”이었지만 선거에 졌다고 자평했다.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뜻에서의 ‘소통 부족’을 패인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다. 소통은 뜻이 ‘서로’ 통한다는 말이다. 영어로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라고 하는데 생각을 ‘나눈다’는 의미다. ‘공유’의 뜻을 지닌 라틴어 코뮤니스(communis)에서 파생됐다. 공동체(community), 공산주의(communism) 등의 영어도 같은 어원이다. 권력자의 일방적 전달은 ‘선전’(프로파간다)이라고 한다. 선전이 아닌 소통을 위해선 비판을 포함해 남의 말을 잘 듣고 해명하고, 설득하고, 수용하며 서로의 뜻을 나눠야 한다. 권력자의 장광설에 사람들이 말없이 경청하는 이유는 아첨이거나, 위세에 눌림, 또는 지위에 대한 예의를 갖추려는 태도일 뿐이다.
비판의 입 자체를 아예 틀어막으려는 ‘입틀막’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법정 제재 및 검찰의 명예훼손 수사 등을 통해서 지속됐다. 황당하기까지 한 징계 소식은 총선 뒤에도 하루가 멀다고 보도된다. ‘김건희 특별법’에 여사를 뺀 것이 국가가 나서서 처벌할 정도의 나쁜 짓이라며 심각하게 의결하는 모습은 이솝우화에서 본 듯한 장면이다. 이런 행위는 최고 권력을 향한 헌사일지 모르나 실상은 치명적 독약이다. 영화 속 장면처럼, 이른바 ‘넘버 3(스리)’들은 ‘넘버 원’과 유대관계가 그리 깊지 않기 때문에 요란한 칼질로만 충성을 증명할 수 있는 듯하다. 이들의 소동은 불통의 극단만 만방에 알리며 대통령이 그토록 부르짖는 “자유!”가 무색하게 대한민국 유권자의 자부심을 훼손했다.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는 이번 인적 쇄신에 이 기구들이 우선 대상이 되어야 한다.
정부 부서에서 사회의 소통 문제를 담당하는 곳은 방송통신위원회다. 이곳 홈페이지에 가보면 영어로 ‘Korea Communications Commission’(한국 소통 위원회)이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윤 대통령은 법에 정한 야당 추천 위원은 자르거나 임명을 거부해 정부·여당 추천 위원 2명만으로 부서 이름과 다른 독선적 운영을 하게 했다. 그 결과는 KBS 이사장 및 이사 해임, 방문진 이사장 및 이사 교체 실패, KBS 수신료 제도 개악, 민영화를 통한 YTN 흔들기 등이었다. 인적 쇄신에 한국 사회의 소통을 방해한 방통위도 포함해야 한다.
이 정권이 지난 2년간 언론 분야에 공헌한 게 있다면 아슬아슬하게 존속해오던 한국 사회 소통 기구들의 문제점을 폭발시켜 아예 뜯어고칠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나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방심위, 선거방송심의위, 방통위를 원점에서 새로 생각해보자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우선은 당장 벌어지고 있는 일부터 중단시켜야 한다. 언론 괴롭히기에 나서는 국가 기구들뿐 아니라 이에 대응하는 피해 언론사들의 역량이 엉뚱한 데 소진되는 일을 이젠 막아야 한다. 그간 방조 또는 독려의 역할을 하다 이제야 불통(不通)을 지적하는 정파 언론들도 적어도 공동의 문제인 언론자유 침해엔 함께 저항하길 권한다. 국정 쇄신에 나선다는 윤 대통령은 고위 권력자만이 아니라 소통 일선에서 엉뚱한 짓을 하며 겉으로만 잘 보이려 하는 간사한 자들을 먼저 쇄신해야 한다. 대간사충(大姦似忠). “크게 간사하면 도리어 충신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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