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퇴비’라더니…알고 보니 ‘썩힌 흙’
[KBS 대전] [앵커]
공주의 한 마을 농민들이 농사에는 쓸 수 없는 썩힌 흙인 '부숙토'를 고급 비료라고 속아 농경지에 뿌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무려 천 톤이 넘는 양이 뿌려졌는데, 복구할 길도 막막합니다.
조정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천 제곱미터 규모의 고추밭 한 켠에 검은 흙이 무더기로 쌓여 있습니다.
빗물에 쓸려 내려가 주변 개울까지 시커멓게 오염됐습니다.
밭 주인은 지난 2월, 지인을 통해 '고급 퇴비'라고 소개받아 논과 밭에 쓸 8백여 톤을 무료로 받았는데, 알고 보니 음식물 쓰레기와 폐수 찌꺼기, 가축 분뇨를 함께 썩혀 수은, 크롬 등의 중금속이 포함돼 식용 작물 퇴비로 사용이 금지된 '부숙토'였던 겁니다.
[농민 A 씨/음성변조 : "고추도 잘 되고 호박도 잘 되는 좋은 퇴비가 있다 그래서 동물 배설물로 알고 처음에는 받았습니다. 넣다 보니까 냄새가 악취가 나고..."]
같은 이유로 속아 부숙토를 받아 쓴 인근 농경지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고구마와 나무를 심으려던 땅은 백여 톤에 달하는 부숙토로 덮여 있어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농민 B 씨/음성변조 : "고구마밭이었고 땅도 좋더라고요. 나무는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심어야 되는데, 한 3천만 원어치 갖다 놓은 거 다 말라죽고 있어요."]
공주에서 이렇게 피해를 본 농경지만 만 3천여㎡.
공주시 조사 결과, 인근의 한 퇴비 공장이 해당 부숙토 수백 톤을 대전의 한 유통업체에 팔았는데, 업체 담당자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처치 곤란이 되자 업체 직원들이 농민들을 속여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주시는 농민과 유통업체 등을 상대로 회수 조치 명령을 내릴 계획입니다.
[공주시 관계자/음성변조 : "아예 토지주 분들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순 없거든요. (퇴비를) 받아 오시면서 보통 확인을 잘 안 하시더라고요. 정확히 알고, 확인하시고 받으셔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해 농사를 망친 농민들은 해당 유통업체를 경찰에 고발 예정이지만, 연락조차 닿지 않으면서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정아입니다.
촬영기자:안성복
조정아 기자 (righ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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