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잘못 알려진 이순신의 마지막 명령
4월28일은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이다. 1973년 국가기념일로 제정됐을 때는 ‘충무공 탄신일’이었으나 2013년에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충무(忠武)라는 시호만으로는 이순신 장군을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순신 외에 김시민·남이·정충신 등 나라에 무공을 세운 많은 사람이 ‘충무’라는 시호를 받았고, 이들 모두가 ‘충무공’으로 불린다.
<표준국어대사전>도 과거 ‘충무공 탄신일’로 올려놓았던 것을 정부의 명칭 변경에 따라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로 수정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여전히 옛날 명칭을 그대로 쓰고, 신문과 방송에서도 잘못된 표기를 자주 볼 수 있다.
이순신 장군과 관련해 잘못 알려진 사실도 의외로 많다.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숨을 거두면서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얘기가 대표적 사례다. 전투가 한창인 상황에서 아군 지휘관의 죽음을 적군에게 알려줄 바보는 없다.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장군도 아들 이예에게 “적과 대적하고 있으니 삼가 발상(發喪)하지 말라”고 했다는 기록이 <승정원일기>에 남아 있다. 즉 장군은 아군의 사기가 떨어질 것을 염려해 수하 병사들이 자신의 죽음을 알지 못하도록 하라고 마지막 명을 내린 것이다.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이끈 조선 수군의 판옥선 수를 12척으로 잘못 적은 글도 눈에 많이 띈다. 이는 장군이 전투를 앞두고 선조에게 올린 장계에서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고 한 때문인데, 이후 판옥선 한 척이 보강돼 명량해전에 실제 투입된 배는 13척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거북선을 ‘구선’으로 잘못 쓰는 일도 많다. 이는 한자 ‘龜’가 여러 음으로 읽히는 데서 빚어진 일이다. 하지만 龜는 ‘거북’의 뜻으로 쓰이면 ‘귀’, ‘터지다’나 ‘갈라지다’란 뜻으로 쓰이면 ‘균’, 이름에 쓰이면 ‘구’로 읽는 것이 일반적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무찌르는 데 크게 이바지한 거북 모양의 철갑선”으로 ‘귀선(龜船)’이 올라 있고, ‘구선’은 없다.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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