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지하공간 안전, 실내정보가 좌우한다
올해는 1994년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사고가 일어난 지 30년이 된 해다. 아현동 사고와 이듬해 대구 지하철 가스 폭발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국내에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전격 도입했다. 지하에 매설된 각종 관로시설물의 정확한 정보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2014년 서울 송파구 일대를 시작으로 대전, 광주, 경기 평택, 충북 단양 등 전국 각지에서 싱크홀이 발생하며 지하에 매설된 관로뿐 아니라 지하공간 전체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2016년 정부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지하공간통합지도 구축을 시작했다. 기존의 관로시설물뿐 아니라 6종의 지하구조물과 3종의 지반정보 등 15종의 지하정보를 3차원으로 표현한 지도이다. 2022년에는 송유관까지 포함되며 구축 대상은 16종으로 늘어났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지하정보 전담기구로서 통합지도의 구축과 갱신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지하공간통합지도는 지하철, 지하보도, 지하도상가 등 구조물형 지하시설물의 외곽 구조에 대한 데이터만을 구축하는 한계가 있다. 예상치 못한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피와 진압을 위해서는 외곽 구조 데이터뿐 아니라 지하구조물 내부의 실내공간정보 구축이 필요하다.
지하철, 지하차도, 지하상가 등 지하구조물들은 점차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또한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1일 이용객 수는 720만 명에 달한다. 규모가 커지는 만큼 지하공간의 구조도 복잡해졌다. 미로 같은 지하공간을 편리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지하공간의 실내공간정보 구축으로 사용자의 위치와 경로를 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는 올해 3월 600개가 넘는 상가와 여러 개의 출입구가 존재하는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 도로명 상세주소를 부여하고 실내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전도 올해 안에 대전역에서 중앙로까지의 16만㎡ 공간에 실내공간 정보를 구축하고 도로명주소를 부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지하공간에 대한 데이터 구축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다행히 2022년도에 전국 시·군·구 지역의 지하공간통합지도가 1차로 구축 완료된 상태이다. 하지만 지하공간통합지도의 지하구조물 등은 외곽경계 정보만을 등록하고 있다. 지하공간통합지도의 구축 취지와 시민들의 안전한 지하공간 활용을 위해서는 구축된 외곽 경계와 지하구조물의 실내공간 정보를 연계하는 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LX공간정보연구원은 몇 년 전 지표 중심의 토지이용 한계를 극복하고, 안전한 지하공간의 활용을 위해 국토교통부, 서울특별시 등이 별도로 구축한 지하도상가 중심의 실내공간정보를 통합하고, 표준화 및 개별 객체 단위의 등록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이러한 방향은 이용자의 편리성뿐 아니라 지하공간의 소유자들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연구라 할 수 있다. 또한 지하공간의 실내공간정보 구축은 화재, 침수 등 재난상황에서도 정확하고 신속한 출동과 구조를 도울 것이다.
서울, 경기, 인천에서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개발이 한창이다. GTX가 완공되면 경기도나 인천에서 서울 주요 도심까지 20~30분이면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지하공간의 개발 덕분이다.
지하공간에 대한 개발과 이용은 분명 인간의 생활을 더 편리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급속한 개발은 자칫 안전에 대한 소홀로 이어질 수 있다. 1995년 대구 지하철 사고 당시 MBC 뉴스데스크 앵커의 멘트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후진국형 참사가 계속돼야만 합니까?" 지하공간에 대한 개발과 이용이 나날이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정확한 지하공간 실내정보 구축은 안전하고 편리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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