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네타냐후의 ‘위험천만 생존법’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금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을까. 미국의 도움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으면서도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싸움마저 불사하더니, 급기야 이란 본토를 공격해 전선을 위험천만하게 넓히고 있다.
이런 행보는 ‘전략적 실용주의 대가’로 불리던 과거의 네타냐후에 비춰 이해되지 않는다. 집권기간만 17년에 달하는 이스라엘 ‘역대 최장수 총리’가 전략적 사고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극단적 선택을 반복하는 원인은 하나의 키워드로 좁혀진다.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이다.
정치적 생명이 끝나가는 듯했던 네타냐후 총리가 2022년 극우정당과의 연정을 통해 기사회생한 후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은 사법부 무력화 법안이었다. 이 법안은 세 건의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네타냐후 방탄법’으로 불렸다. 이 법을 둘러싸고 이스라엘 사회는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네타냐후가 사법부 무력화에 쏟은 노력의 극히 일부라도 국경 안보에 쏟았다면, 지난해 10월7일의 재앙은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쟁 발발 후 잠시 수그러들던 네타냐후 퇴진 요구는 이스라엘 인질 구출이 요원해지고 가자지구의 무고한 인명 피해만 급증하자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의 정치적 라이벌인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 지지율이 그를 앞질렀다. 정치적 실각이 곧 ‘부패 혐의로 인한 감옥행’이 될 가능성이 큰 네타냐후는 다시 생존을 위한 도박을 벌였다. 지난 1일(현지시간)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을 타격한 데 이어,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제한적인 보복에 또다시 이란 본토 공격으로 응수했다. 이란과의 대립 구도가 형성되자 급락했던 그의 지지율은 보란 듯이 회복됐다.
네타냐후는 지금 정치인이 국익보다 자신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삼을 때 어떤 일까지 벌일 수 있는지 몸소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순위로 삼은 정치인이라면, 작은 불씨 하나도 어디로 번질지 알 수 없는 지금의 중동 정세 속에서 그런 도박을 할 수는 없다. 그 도박 비용은 이스라엘 국민은 물론 가자지구 주민 200만명과 지정·지경학적 불안에 휩싸인 전 세계인이 치르고 있다.
정유진 논설위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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