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전 최강자'의 굴욕…자폭드론 막으려 그물 덮는 탱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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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전 최강자'로 군림하던 전차의 위상이 '드론(무인기) 전쟁'의 시대가 열리면서 곤두박질친 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3년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선 이미 확인된 것만 수천대의 전차가 파괴됐다.
오픈소스 정보 웹사이트 오릭스(Oryx)는 2022년 2월 24일 전쟁이 발발한 이후 현재까지 우크라이나군이 상실한 주력전차가 최소 796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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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지상전 최강자'로 군림하던 전차의 위상이 '드론(무인기) 전쟁'의 시대가 열리면서 곤두박질친 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3년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선 이미 확인된 것만 수천대의 전차가 파괴됐다. 상대방 전차와 정면으로 교전한 경우는 드물고 상당수가 드론의 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경우라고 한다.
20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 지난 두 달 사이 우크라이나군이 보유한 미국제 M1 에이브럼스 주력전차 31대 중 5대가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작년 가을 우크라이나군에 인도돼 올해 초에야 본격적으로 전투에 투입됐는데 벌써부터 파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생한 장비 손실 현황을 추적해 온 오스트리아군 훈련교관 마커스 레이스너 대령은 이밖에도 수리는 가능하지만 상당한 손상을 입은 M1 전차도 3대가 있다고 말했다.
오픈소스 정보 웹사이트 오릭스(Oryx)는 2022년 2월 24일 전쟁이 발발한 이후 현재까지 우크라이나군이 상실한 주력전차가 최소 796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러시아군의 전차 손실 규모는 이보다 훨씬 커서 최소 2천900여대가 파괴, 노획되거나 버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손실된 전차 대부분은 서방 전차보다 상대적으로 생존력이 약한 옛 소련제 전차들이었다. 하지만 훨씬 강력한 방어력을 지녔다고 평가되는 미국제 M1 전차도 자폭 드론을 상대로는 생각 이상으로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의 캔 카사포글루 연구원은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분쟁이 또다른 방식으로 현대전의 본질을 다시 쓰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의 전차는 방어선을 돌파하고 상대방의 전차를 격파하는 등 임무를 위해 대전차 로켓이나 전차포 등 직사(直射)화기에 대한 방어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반면 전차 윗부분과 후방 엔진룸 등을 덮은 장갑판은 상대적으로 얇아서 공중으로부터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특성이 있었는데, 자폭 드론은 그런 전차의 약점을 정확하게 찌르는 무기로 평가된다.
그런데도 로켓추진유탄(RPG)나 폭발성형관통자(EFP) 등이 실린 대전차 자폭 드론은 적게는 500달러(약 70만원)에 생산이 가능하다.
M1 전차 한 대의 가격이 1천만 달러(약 138억원)에 이른다는 점에 비춰보면 비교가 힘들 정도로 값싼 무기인데도, 정확성은 기존 무기체계를 능가하고 전파교란(jamming) 외에는 딱히 방어할 수단도 마땅찮다.
그런 까닭에 우크라이나에서는 드론 공격을 막으려고 산탄총은 물론 낚시용 그물까지 동원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사방에 드론 방어용 철망을 둘러쳐 원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게 된 전차들도 나타나고 있다.
전차가 쓸모없는 무기체계가 됐다고 보긴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스트리아 테레지아 육군사관학교 소속인 레이스너 대령은 "지역을 점령하길 원한다면 전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처럼 인간이 직접 탑승하는 형태의 전차는 차츰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드론 조종사들이 지하 은신처에서 원격으로 작전을 벌이는 것처럼 무인화된 전차들을 조종해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레이스터 대령은 미래 지상전의 주인공은 드론과 무인전투차량들이 될 것이라면서 "이것들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처럼 서로 전투를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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