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살포는 마약”이라던 尹, 李와 ‘25만원’ 접점 찾을지 주목

장관석 기자 2024. 4. 2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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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DB
정부 출범 2년 만에 가시화된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첫 영수회담의 핵심 의제를 놓고 대통령실과 야당 모두 ‘민생’을 꼽았지만 셈법은 각기 다르다. 대통령실은 민생 법안 통과를 위해 야당 협조가 절실하고, 야당은 수권 능력을 입증하기 위한 존재감을 강조해야 하는 만큼 이 대표의 총선 공약인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어젠다로 제시하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핵심 쟁점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민주당은 이 대표가 꺼내 들 민생 의제의 핵심은 자신의 총선 공약인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과 이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지원금 편성에 약 13조 원이 드는 만큼 민생회복 긴급조치를 위한 추경안 편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같은 일괄적 지원금 정책을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는 추경에도 부정적이다. 윤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 “우리 미래에 비춰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도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현금살포식 포퓰리즘 공약을 맥없이 뒤따라 가는 것은 여당으로서 무책임한 일”(안철수)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현재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더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바로 정부의 임무”라고 강조한 상황에서 이 대표 면전에서 이를 물리치기는 조심스러울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가 제안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서민의 아픔을 어루만질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공감을 보이고 뒤 접점을 찾아갈 수도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생회복지원금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이 지금 없다”고 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전세사기 특별법, 채 상병 특검법,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태원참사 특별법 재표결 등 민주당이 다음 달 국회 본회의 통과를 벼르고 있는 법안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날 “(영수회담) 의제에는 채 상병 특검법과 이태원참사법, 전세사기 특별법을 비롯해 민생 대책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행여나 윤석열 정부가 이 부분을 발목 잡는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 측은 개헌이나 저출산 위기 대응을 위한 여·야·정 대화 기구 마련, 국익 중심의 외교 기조 전환 등 큰 어젠다도 제안해 ‘큰 리더십’을 강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력 차기 대권 주자인 이 대표 입지 강화를 위해 굵직한 어젠다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김건희 특검법’ 등을 의제를 올릴 것인지를 두고는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민생 우선’이 이번 회담의 기본 원칙이다 보니 예민한 이슈인 특검법은 후순위 의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강성 지지층은 특검법 논의를 원하는 만큼 당 지도부가 해당 의제를 무조건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에서 “채 상병 특검법과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처음부터 대통령실을 압박하지는 않으리라 본다”는 기류다.

“尹, 의대 정원 문제 해결 협력 요청 계획”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증원 및 의료공백 해결, 3대 개혁(교육·노동·연금), 민생 법안 입법에 대한 야당 협조를 이 대표에게 요청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3대 개혁과 의료 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진통을 겪고 있는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다음 주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논의 틀에 야당이 함께 해달라고 협조를 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에 관한 법률(단통법), 공시가격 현실화, 금융투자세(금투세) 폐지와 법인세 부담 완화 등 역시 야당의 입법 협조가 필요하다.

또 국무총리, 대통령실 비서실장 후임 인선이 의제로 거론된다. 야당 대표와의 첫 회동이라는 밥상을 차려가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비서실장 인선을 먼저 발표하기보다 이 대표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대통령이 데리고 일할 사람인 만큼 비서실장 인선에 대승적 양해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총리 인선은 민주당 동의 없이는 어려운 만큼 이 대표에게 폭넓은 의견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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