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축·구축 가격차 더 벌어졌다
지난해 격차보다 2배 많아
분양가 오르고 공사비 급증
"신축 귀하다" 몸값 치솟아
올해 역대급 공급감소 예상
"입지는 좋은데 공사비가 올라 앞으로 재건축이 잘될지 모르겠어요."
최근 이사를 고민하던 김 모씨는 서울 구축 아파트 30평대와 신축 24평을 놓고 저울질하다가 신축으로 결정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 준공 4년 차 아파트를 매수한 그는 "입지는 구축이 더 좋았지만 앞으로 재건축이 힘들 것 같아 신축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공사비 상승과 '똘똘한 한 채' 선호가 맞물리면서 신축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선 서울 일부 지역만 상승하고 나머지는 침체가 장기화하는 '차별화 장세'가 펼쳐진다. 지난 상승장 땐 같은 입지 아파트 가격이 전체적으로 오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입지와 연식 등에 따라 오를 곳만 오르는 상황이다. 이에 수요자들은 입지와 연식, 지역 공급량 등을 따져 똘똘한 한 채를 고르는 '옥석 가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21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신축(준공 1~5년 차)과 구축(준공 10년 초과) 간 가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2020년 서울 신축 아파트 평균 가격과 구축 평균 가격의 격차는 3억1700만원에서 2021년 4억200만원으로 늘었다. 2022년 3억4100만원으로 격차가 좁혀지더니 지난해 2억5900만원으로 더 줄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신축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올해(4월 12일 기준)는 5억5800만원으로 크게 벌어졌다. 서울 신축 아파트 평균 가격이 지난해 15억100만원에서 올해 17억9000만원으로 뛰는 사이 구축 아파트는 12억4100만원에서 12억3900만원으로 하락하면서 신축과 구축 간 격차가 커졌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분양가 상승이 본격화하고 공사비가 급증하면서 현재 가장 최신상인 신축 아파트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경기 수원·의왕시 등에서도 분양가 10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속출했고 공사비는 역대 최대로 치솟았다. 앞으로 분양가는 더욱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짙어지면서 수요자들이 신축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분양권과 입주권의 상승세도 가파르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은 올 들어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전용면적 95㎡ 입주권은 지난달 8일 22억1820만원(23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1월 거래된 해당 평형 직전 최고가 21억8931만원(9층)보다 2889만원 오른 것이다. 국민 평형인 전용 84㎡는 지난달 25일 20억1374만원(9층)에 거래된 것을 비롯해 지난달에만 총 8건의 거래가 성사됐다. 분양가(12억~13억원대)보다 7억원가량 뛰었다. 2022년만 해도 고분양가 논란으로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지난 1~2년간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몸값이 치솟았다.
신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은 유독 서울에서만 나타나고 있다. 공급이 쏟아진 수도권에서는 오히려 신축과 구축 간 가격 차이가 줄어들었다. 인천에서는 신축과 구축 아파트의 평균 가격 격차가 2020년 3억5000만원이었지만 올해 2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인천에서는 신축 평균 가격이 같은 기간 6억9000만원에서 6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구축은 3억4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올랐다. 공급 물량이 쏟아지면서 신축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인천의 적정 공급 수요는 1만5000가구인데 2022년부터 초과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2022년 4만1000가구, 2023년 4만2000가구가 입주했고 올해 2만4000가구, 내년 2만2000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서울은 역대 최대 공급 감소가 예고되는 상황이어서 신축 쏠림을 더욱 부추긴다. 국토교통부 주택 건설 인허가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주택 인허가 실적은 2만5567가구로 통계 작성(1990년) 이후 최저치다. 2022년보다도 40% 급감했다. 인허가 실적은 주택을 짓겠다고 지방자치단체에 승인받은 것을 뜻한다. 인허가를 받고 3~5년 뒤에 주택을 공급하는데 앞으로 서울에 공급될 주택이 급감한다는 뜻이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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