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국가 해법 지지"…한국, 팔레스타인 유엔가입 찬성표 던진 이유
한국 포함 12개 안보리 이사국 찬성…영·스위스 기권
"가입열망 공감·글로벌 사우스 국가 가교 역할"…찬성 배경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팔레스타인 유엔가입을 권고하는 안보리 결의안 표결이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된 가운데, 우리나라가 찬성표를 던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의 유엔가입 열망에 공감하고, 두 국가 해법 지지를 재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21일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유엔총회에 추천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대다수 전망대로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부결됐다. 이번 표결에서 우리나라를 포함 12개 안보리 이사국들은 찬성투표했고 영국, 스위스는 기권했다.
유엔 정회원국 가입은 안보리가 가입승인을 총회에 권고하면, 총회에서 투표 회원국의 2/3 다수결로 최종 승인된다.
팔레스타인은 2011년에도 안보리 정회원국 가입을 신청하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안보리 이사국들간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표결까지 이르지 못했다. 이듬해인 2012년 유엔총회 결의를 통해 비회원국 옵서버 국가(non-member observer state) 지위를 획득하면서 유엔논의에 참여해 왔다.
이번 팔레스타인 가입승인 건을 두고 안보리 이사국인 한국은 팔레스타인의 가입 적격성 뿐만 아니라, 가자에서 지속되고 있는 비극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이 문제가 이-팔 문제 해결과 중동의 항구적 평화에 달성하는데 갖는 함의와 영향 등을 종합 검토하면서 고심했다.
고심 끝에 우리 정부가 찬성표를 던진 배경에는 팔레스타인 가입 열망에 대한 공감과 두 국가 해법을 위한 정치적 추동력 확보 등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우리나라는 1949년 유엔가입을 신청한 이후 안보리에서 구 소련의 거부권 행사 등으로 수차례 가입이 좌절되는 아픔을 겪은 끝에 무려 42년 후인 1991년 유엔 가입이 이뤄졌다.
정부 관계자는 "대한민국은 팔레스타인의 유엔가입 열망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국가"라며 "비록 이번 안보리 표결에서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 가입 권고는 부결됐지만, 한국의 이번 찬성투표는 역사 속에서 같은 열망을 공유했던 국가로서의 공감대가 반영됐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국제평화와 안보에 일차적 책무를 지닌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한국이 이-팔 분쟁의 해결과 중동지역의 평화를 위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도 고려했다.
국제사회는 이-팔 문제의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해결방안으로서 오랜 기간 두 국가해법(two-state solution)을 지지해 왔다. 그러나 가자사태 발생 이후 이스라엘의 두 국가 해법 거부 발언 등으로 문제해결의 근본적 토대가 위협받고 있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합의해 독립국을 상호 인정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이번 찬성투표는 국제사회가 지지하는 유일한 해결방안으로서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 것"이라며 "이를 위한 정치적 프로세스의 추동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을 포함한 많은 이사국들이 이번 표결에 대한 찬성 입장을 설명하면서 두 국가 해법의 진전을 위한 새롭고 강화된 노력이 중요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두 국가 해법을 강력히 지지함에도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직접 협의가 필수적이라는 이유 외에도, 팔레스타인이 유엔 가입시 유엔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토록 규정한 국내법상 제약요인도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이번 표결에서 국제평화와 안보를 논의하는 15개 이사국의 일원으로서의 무게감과 함께,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협력을 견인해야 하는 필요성도 고려했다.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사태 등으로 글로벌 안보지형이 급변하면서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라고 불리는 개도국 또는 비동맹 진영국가들이 발언권과 존재감을 높여 가고 있다.
특히 이-팔 문제는 이들 국가들의 대표적인 관심사안 중 하나로, 금번 표결도 알제리가 아랍그룹 및 비동맹그룹 등을 대표해 결의안 상정 및 표결을 주도했다.
국제 무대에서 한국은 이미 선진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식민지, 전쟁, 빈곤 등 아픈 역사를 함께 겪은 국가로서 한국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실현한 국가로서 영감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번 우리의 찬성투표는 한국이 글로벌 사우스와의 가교 역할을 하고 이들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관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okdol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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