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안 돼" vs "수능 7개월 남았는데"…의대교수·수험생 모두 '불만'
정부가 2025년도 입시에 한해 의대 정원 증원분을 각 대학 자율로 50~100% 조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의대 증원분이 2000명이 아닌 1000명까지 줄어들 수 있게 된 가운데, 의사들은 "원점 재논의 없이는 아무 의미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수능을 불과 7개월 앞둔 시점에서 입시 판도가 또다시 출렁이면서 대학가와 수험생들도 혼란에 빠졌다.
21일 의대 교수들은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동결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의 협의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이날 '의대 증원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대정부 호소문'을 통해 이런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2025학년도 의대 입시에서 1명도 더 늘리지 말고 종전대로 정원 3058명을 고수해야 한다는 것인데, 2025학년도 증원 규모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대학 총장들의 건의 사항과 거리를 둔 것이다.
KAMC는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유급은 의료 인력 양성 시스템의 붕괴와 회복 불가능한 교육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하면서 개강 연기와 휴강을 반복해, 이달 말이면 법정 수업 일수를 맞추기 어렵게 됐다.
KAMC 신찬수 이사장은 "전공의와 학생들의 복귀, 2025학년도 입학 전형 일정을 고려해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은 동결해야 한다"며 "2026학년도 이후 입학정원의 과학적 산출과 향후 의료 인력 수급을 결정할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의료계와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해 논의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학가와 수험생들도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불과 7개월,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까지 5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의대 정원 규모가 4058~5058명(기존 3058명)으로 다시 불투명해져서다.
각 대학은 일단 의과대학 등과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지방거점국립대 9곳 중 7곳은 의대 정원이 2~4배씩 급증해 200명으로 증가했고, 나머지 2곳도 2배 이상 뛰었지만, 일각에서는 의대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불만이 나오고 있었다. 학칙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학장회의, 교수회, 평의회 등을 거쳐야 한다. 각 대학이 증원 축소 규모를 결정하더라도 이를 학칙에 반영해 대교협에 제출하려면 내부적으로 합의가 필요한데, 축소 규모에 대한 이견이 생기면 절차가 늦어질 수 있다.
의대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치대·약대·한의대 등 '메디컬 계열'과 이공계열 합격선은 물론 'N수생 유입 규모' 등 입시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변수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의대 정원이 지금보다 1000명 늘어날 경우 현재 의대 수능 기준 최저 합격선 국어·수학·탐구 백분위 합산점수가 285.9점에서 2.4점 하락하지만, 당초 예정대로 2000명이 확대되면 3.9점이 내려갈 것으로 추정된다.
입시학원 관계자는 "최상위권 합격선이 어느 정도 결정돼야 주요 이공계 학과 등 나머지 학교와 학과의 라인이 결정되는데 아직 이를 모르니 합격선도 알 수가 없고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번 결정으로 대학가의 갈등이 봉합될지도 미지수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학생들이 다 돌아와야 한다"며 "이번 정부 제시를 근거로 개별 대학이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들은 의대를 둘러싼 전반적인 갈등이 풀려야 학생들이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강했는데도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출석 일수 미달로 유급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 의대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주고,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대학들은 '집단 유급' 마지노선이 다가오고 있어 계속해서 개강을 늦출 순 없다는 입장이다. 고등교육법상 정해진 1년 수업시수(30주)를 확보하기 위해 개강을 연기할 수 있는 시점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10개 대학 의대학생들은 22일 대학 총장에게 의대 정원 관련 학칙 변경을 하지 말아 달라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이병철 변호사는 "(정부의 건의 수용에도 불구하고) 예고대로 22일에 가처분 소송을 접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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