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벨트’ 서아프리카, 국제 마약 밀매 주요 통로로 부상

신기섭 기자 2024. 4. 2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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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쿠데타가 계속 이어지면서 '쿠데타 벨트'라는 악명을 얻은 아프리카 사헬의 서부 지역이 국제 마약 유통의 주요 통로로 부상하고 있다고 유엔이 경고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19일(현지시각) 공개한 보고서에서 부르키나파소, 차드, 말리, 모리타니아, 니제르 등이 남아메리카 마약의 유럽 수출 통로가 되면서 안보와 경제 개발, 법치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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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정국 불안이 마약경제 키우고, 이는 다시 불안 부추겨”
스페인 경찰이 서아프리카를 거쳐 대서양의 카나리아 제도로 들어온 마약을 압수해 운반하고 있다. 라스팔마스/EPA 연합뉴스

군부 쿠데타가 계속 이어지면서 ‘쿠데타 벨트’라는 악명을 얻은 아프리카 사헬의 서부 지역이 국제 마약 유통의 주요 통로로 부상하고 있다고 유엔이 경고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19일(현지시각) 공개한 보고서에서 부르키나파소, 차드, 말리, 모리타니아, 니제르 등이 남아메리카 마약의 유럽 수출 통로가 되면서 안보와 경제 개발, 법치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국가들은 사하라 사막 남쪽을 지칭하는 사헬 지역 중 서부에 위치해 있다. 사헬 지역은 2019년 수단에서 군부 쿠데타가 벌어진 이후 서쪽으로 쿠데타가 계속 번지고 있다. 이런 혼란을 틈타 이슬람 반군 등 무장 세력의 활동도 활발하다. 이 지역은 마약의 주요 생산지인 남아메리카와 최근 마약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는 유럽의 중간에 있어, 자연스럽게 마약 밀매의 경로가 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서부 사헬 지역에서 대마 수지, 코카인, 합성 진통제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특히 코카인 유통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5~2020년 이 지역에서 압수된 코카인은 한해 평균 13㎏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1466㎏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압수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6월 모리타이나에서만 2.3톤(t)의 코카인이 압수돼 전년도 이 지역 압수 물량을 이미 넘어섰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는 이 지역 마약 밀매에는 정치 지도자, 지역 사회 유력 인사, 무장 세력 지도자 등 다양한 인물들이 개입하고 있다며 “마약 유통 업자들은 (마약 유통으로 번) 수입을 국가의 다양한 분야에 침투하는 데 사용함으로써, 처벌을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정국 혼란에 부패와 돈세탁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사헬 서부 지역에서 마약의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법치가 약화되면서 마약 경제가 크게 확산됐고, 이는 다시 분쟁과 갈등을 유지할 자금줄이 되고 있다”며 “분쟁과 갈등 지속은 법치를 더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말리 정부에 맞선 반군 세력인 ‘아자와드 운동’이나 ‘플랫폼’ 같은 무장 세력에게 마약 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자와드 운동은 2014년 말리 북부에서 구성된 이슬람계 무장 단체이며 플랫폼은 비슷한 시기에 구성된 친정부 세력이다.

아마도 필립 데 안드레스 유엔마약범죄사무소 서·중앙아프리카 지역사무소 대표는 “마약 유통 조직을 무너뜨릴 결정적인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며 근거에 기반한 마약 예방·치료 제공, 규제 법률 강화, 국제 협력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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