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복귀' 성공한 올드보이들, '난세 속' 존재감 높인다
민주당 정동영·박지원, 국회의장 후보군에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4.10 총선 이후 여야 정치권 내 '올드보이'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최근 몇 년간 '정치적 수난기'를 겪으며 일선에 물러나 있던 이들은 총선 전후 각 당의 권력구도 재편에서 '화려한 귀환'에 성공하면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복귀는 청년·초재선들의 목소리가 주목받는 현 정치권에 부족한 '관록'을 채워준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원로급 정치인들이 통합을 위한 메시지보다는 여전히 권력에 매몰돼 격에 맞지 않는 막말·도발로 각 진영의 돌격대장이 되어서는 본인 뿐만 아니라 진영에도 누가 될 거란 지적이 나온다.
한동훈 견제 나선 홍준표·6선 대업 이룬 주호영
지난 2022년 20대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이후 '중앙과 거리를 두고 싶다'며 대구행을 결정한 홍 시장은 총선 전후로 용산과 여의도를 향해 쓴소리를 거듭하고 있다.
구체적 타깃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그는 총선 유세가 한창 진행 중인 지난 3일 페이스북에서 한 전 위원장을 향해 "셀카나 찍으면서 대권놀이나 하는것이 어처구니 없다"라고 포문을 연 이후, 총선 패배가 확정되자 본격적으로 한 전 위원장을 직격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믿고 그 사냥개가 돼 우리를 그렇게 모질게 짓밟던 사람(12일)", "전략도 메세지도 없는 철부지 정치초년생이다. 우리에게 지옥을 맛보게 해준 사람이 무슨 염치로 이 당의 비대위원장이 되느냐(13일)", "주군에게 대들다 폐세자가 됐다. 당 내 독자세력은 전혀 없는 사람(18일)" 등, 총선 후 일주일 동안 홍 시장은 한 전 위원장 공격 관련 메시지로 자신의0 페이스북을 도배했다.
홍 시장이 한 전 위원장 공격에 열을 올리는 배경은 '대권'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보수 유력 주자인 한 전 위원장의 대권 가도가 총선 패배로 일정 부분 흠집이 난 상황에서, 총선 국면에서 중앙당과 거리를 두며 그를 바짝 뒤쫒던 홍 시장이 '보수 지도자 공백' 상황에 타이밍을 잡았다는 것이다.
미디어리서치가 뉴스핌 의뢰로 지난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범보수 진영 차기 대권 주자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 물은 결과, 홍 시장은 12.1%로, 한 전 위원장(21.3%)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무선 RDD 100% 전화ARS·응답률 3.9%·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홍 시장도 이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일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일부가 자신의 대권 경쟁자로 한 전 위원장을 언급한 데 대해 "애초부터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았고 그의 등장은 일과성 해프닝으로 봤다"며 "윤 대통령과 같은 기적은 두 번 다시 없다"고 덧붙였다.
원내 '올드보이'로는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 당선인)이 꼽힌다. 주 의원은 4.10 총선으로 국민의힘 내에서 유일하게 6선 고지에 오르게 됐다. 17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주 의원은 4선(공천 탈락으로 인한 무소속 출마)까지는 수성을에서 의원직을 지낸 후, 지난 2020년에는 지역구를 수성갑으로 옮겨 5선에 성공했고, 이번 총선에서도 압도적인 표차로 6선에 올랐다.
앞서 지난 11월 인요한 당시 혁신위원장의 영남권 중진 험지 출마 요구에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드러낸 바 있는 주 의원은 비교적 무난하게 공천을 받았다. 또 총선 이후에는 국무총리 하마평에도 올라 주목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로 거센 국정 쇄신 요구를 받는 상황에 비교적 계파 색이 옅고, 지난 2022년 9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며 야당과 협상을 해본 경험도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다선 의원으로 자연스럽게 차기 당권 주자로도 거론되고 있다.
'MB 맞상대' 정동영 · 81세 '정치 9단' 박지원
지난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에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맞붙었던 정동영 전 의원은 8년 만에 전북 전주병 지역구 당선으로 여의도에 복귀, 5선 고지에 오르게 됐다.
야권 거물로 꼽히는 정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안철수 당시 대표의 국민의당에 합류한 이후 한동안 더불어민주당을 떠나있던 만큼, 그의 민주당 소속 원내 입성은 많은 화제가 됐다.
이재명 대표가 정 전 의원의 17대 대선 캠프에서 선대위 비서실 수석부실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두 사람의 인연이 깊은 만큼, 정 전 의원은 22대 국회에서 친이재명계 원로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그는 지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복당해 상임고문을 맡으며, 지난해 9월 이 대표 단식농성장에도 방문하는 등 이재명 체제에서 입지를 굳힌 바 있다.
지난 1월 총선 출마를 선언하며 자신을 "이재명을 지킬 사람"이라고 소개한 정 전 의원은, 이에 조정식 의원·추미애 전 대표(이상 6선) 등과 함께 이 대표가 낙점한 차기 국회의장 후보군으로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정 전 의원과 같이 국민의당 소속으로 활동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맡으며 일찌감치 '민주당 사람'이 된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이번 총선에서 전남 해남·완도·진도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되며 5선 의원이 됐다.
대통령비서실장, 국정원장, 문화관광부장관, 야당 대표 등 박 전 원장이 가진 화려한 정치경력 만큼이나 그의 나이 역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그의 나이는 만 81세로, 22대 국회 여야 당선자 중 최고령이다.
5선에 최고령인 만큼 박 전 원장 역시 차기 국회의장 후보군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거론 중인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내 6선 중 하나인 조정식 의원이 만 60세로 '의장직 수행 후 은퇴'라는 정계 관행을 따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박 전 원장이 후반기 의장직을 맡아 '유종의 미'를 거두고 오는 2028년 정계은퇴를 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원로 역할 중요…격 맞게 행동해야 대접 받아"
이같이 총선을 계기로 '올드보이'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정치적 경륜이 풍부한 이들의 존재는 분명 한국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다만 나름의 '위치'에 맞게, 현재 권력을 향한 과잉 충성 등 '자리에 목맨' 행보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미국 의회 안에서도 고령자는 굉장히 많다"며 "결국은 유권자들이 원한 결과인데, 역량있는 올드보이들이 정치를 오래 한다고 해서 그것을 탓할 일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도 사회와 같이 한국 사회의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등의 일종의 원로 역할이 있는 것"이라며 "선수와 나이가 잔뜩 쌓인 상태에서, 의원 배지 한 번 더 달기 위해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면, 이런 분들을 과연 원로 대접을 해줄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도 "누구나 국민의 선택을 받으면 국민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라며 올드보이의 정계 복귀를 문제시 하는 것은 그를 뽑아준 국민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박 교수는 누가 어디서 몇선을 했는지는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한 사람이 한 지역에서 다선을 하는 것은 '기회의 평등' 측면에서 적절하지 못한 것"이라며 "여야 소속으로 각각 영·호남에서 3선 이상을 한 사람들은 험지에 가서 당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 이유 중 하나도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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