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에서 칼로 난도질한 돼지는 실제 사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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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영화 '파묘'에서 칼로 난도질당한 돼지들은 실제 사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카라는 지난달 12일 '살아있는 동물을 촬영에 동원했는지', '영화 속 돼지가 실제 사체인지 모형이었는지', '촬영 중 다치거나 죽은 동물은 없었는지' 등 7가지 질문이 담긴 공문을 쇼박스에 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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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영화 ‘파묘’에서 칼로 난도질당한 돼지들은 실제 사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단체는 “죽은 동물이라도 촬영 소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19일 동물권행동 ‘카라’는 최근 ‘파묘’ 제작사인 ‘쇼박스’로부터 받은 답변을 공개했다. 카라는 지난달 12일 ‘살아있는 동물을 촬영에 동원했는지’, ‘영화 속 돼지가 실제 사체인지 모형이었는지’, ‘촬영 중 다치거나 죽은 동물은 없었는지’ 등 7가지 질문이 담긴 공문을 쇼박스에 보낸 바 있다. 쇼박스는 카라가 공문을 보낸 지 37일 만에 답변을 보내왔다.
쇼박스는 답변에서 “영화상 표현을 위해 필요한 일부 장면에서는 살아있는 동물이 출연했다”고 인정했다. ‘파묘’에는 돼지, 닭, 개, 은어 등 여러 동물들이 등장한다. 쇼박스는 “닭, 개(강아지), 축사 내 돼지 외 일부 동물들은 실제 생존해 있는 동물이 출연했다. 동물 촬영 섭외 전문 업체 및 양식장, 그리고 해당 동물을 보유한 이들을 통해 섭외했으며, 촬영 종료 뒤에는 바로 관리 주체 및 업체로 반환됐다”고 밝혔다.
‘촬영 중 다치거나 죽은 동물이 없었는지’를 묻자 쇼박스는 일부 은어가 촬영 뒤 죽었다고 인정했다. 영화에서 은어는 흙 위에서 펄떡거리다 등장인물의 맨손에 붙잡힌다. 쇼박스는 “섭외 시 통상의 생존 연한을 넘긴 은어들을 선별했고, 은어 특성상 외부 환경에 취약한 부분이 있다 보니 물 밖 촬영 직후 수조에 옮겼으나 일부는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대살굿 장면에 나온 돼지 다섯 마리도 모형이 아닌 실체 사체였다. 해당 장면에서 무당 이화림(김고은)은 혼을 달래기 위해 돼지들을 칼로 난도질한다. 쇼박스는 “축산물을 정상적으로 유통·거래하는 업체를 통해 기존에 마련되어 있는 (사체) 5구를 확보해 운송했고, 영화적 표현으로 필요한 부분은 미술 연출 등이 추가됐다”며 “촬영 뒤에는 해당 업체에서 회수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라는 “죽은 동물은 촬영 소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아무리 식용 목적으로 도축되었더라도, 오락적인 이유로 다시 칼로 난도질하는 것은 생명을 대하는 인간의 합당한 태도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022년 국내 대형마트에 상어 사체가 전시되자, 시민들의 비판으로 철수한 사례가 있다”며 “2년이 지난 지금 시민들의 생명감수성은 더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카라의 설명을 들어보면, 국외에서는 이러한 윤리적인 이유와 함께 ‘제작진의 건강과 안전’ 등을 위해 소품 사용을 권장한다고 한다. 사체가 부패하면서 질병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카라는 “공장식 축산으로 길러진 동물 사체에는 동물용 의약품이 잔류했을 가능성이 높고, 인수공통전염병 위험까지 있음에도 국내 촬영 현장에서는 동물 사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쇼박스는 답변에서 “(향후)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함에 있어 살아있는 동물이 불필요하게 다치거나 희생되는 등의 일이 없도록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여 촬영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카라는 “쇼박스의 약속을 기억하겠다”며 “쇼박스와 함께 국내 동물 촬영의 변화를 함께 고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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