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반장 1958' 이제훈, 우리 시대 최불암이 될 수 있을까 [연記者의 연예일기]

연휘선 2024. 4. 2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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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배우 이제훈이 '수사반장' 리메이크작인 '수사반장 1958'에 출연한다. 원작 최불암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이제훈이 왕년의 최불암처럼 이 시대 국민배우 반열에 접어들 수 있을까. 

MBC 새 금토드라마 '수사반장 1958'이 지난 19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정의로운 청년 경찰 박영한(이제훈 분)이 종남경찰서에 발령받으며 정치깡패인 동대문파 세력을 잡기 위해 분투하고, 부패한 경찰들 사이 반장 유대천(최덕문 분), '종남서 미친개' 김상순(이동휘 분)과 같은 의지할 수 있는 동료들을 찾아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여기에 쌀집 임꺽정 조경환(최우성 분)과 엘리트 수사관을 꿈꾸는 명문대생 서호정(윤현수 분)의 합류까지 2024년 버전 '수사반장 1958' 드림팀의 결성을 기대하게 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첫 방송 도입부분 노년이 된 박영한(최불암 분)의 등장이다. 국민 드라마로 사랑받은 원작 '수사반장'에서 박영한 반장으로 활약한 최불암이 리메이크이자 프리퀄 작품인 '수사반장 1958'에 특별출연한 것. 더욱이 그의 손자로 또 다른 청년 박 형사(이제훈 분)가 등장, 대를 이어 정의로운 경찰로 활약하는 이야기가 뭉클함을 선사했다. 

'수사반장 1958'은 1958년을 배경으로 야만의 시대, 소도둑 검거 전문 박영한 형사가 개성 넘치는 동료 3인방과 한 팀으로 뭉쳐 부패 권력의 비상식을 상식으로 깨부수며 민중을 위한 형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특유의 오프닝 시그널 송으로 기억되는 한국 첫 수사드라마 '수사반장'을 MBC가 자사 IP로 활용해 프리퀄로 리메이크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모범택시 시즌2'로 SBS 연기대상에서 공동 대상까지 수상한 배우 이제훈이 청년 박영한을 맡아 전면에 나섰다. 원작에서 '국민 배우' 최불암이 연기한 캐릭터를 이어받은 셈이니 그의 부담감도 상당했을 터. 제작발표회에서도 이제훈은 그 부담감을 인정하며 혀를 내둘렀으나 동시에 박영한을 자신만의 캐릭터로 새롭게 소화하기 위해 최불암으로부터 조언까지 구하며 '정의로운 울분을 토해낼 줄 아는 휴머니스트 박영한'을 표현하려 노력했음을 강조했다. 

실제 '수사반장' 속 박영한은 범죄자를 검거할 때도 국밥 한 그릇을 사주며 자백을 위해 설득할 줄 아는 인간미를 갖춘 형사였다. 묻지마 잔혹 범죄가 만연하기 이전의 시절을 그렸기에 가능한 그 시절의 낭만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만큼 인간적인 캐릭터였기에 소위 '장발장' 같은 피치 못할 경범죄자의 상황을 헤아리며 동료 경찰들의 품을 줄였다. 무엇보다 그렇기에 피해자의 아픔을 헤아릴 줄 알았다.

'수사반장 1958'에서 박영한이 '소 절도범 검거율 1위'의 시골 형사로 설정된 이유도 그 때문일 터다. 저 시절 시골 필부들에게 소 한 마리는 가축 이상의 가족 같은 존재였다. 동시에 아픈 부모의 수술비였 병약한 자녀의 약값, 집안 기둥이 될 청년의 학비, 아들 장가보낼 밑천이자 딸 시집 보낼 살림이었다. 이를 도둑질한 소도둑을 향해 청년 박영한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친 범죄"라고 규정했다. 

흔히 경찰을 향해 '민중의 지팡이'라고 했던가. 어떤 경찰도 의무감 만으로 버틸 수는 없다. 소시민의 아픈 곳을 알지 못해서는 약한 곳을 지탱해줄 수도 없는 탓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사반장 1958'의 청년 박영한은 고향인 경기도 황천에서도 새로 발령받은 종남경찰서에서도 거뜬히 주위의 지팡이가 돼 줄 수 있는 존재다. 

tvN '시그널'에서는 패기 있는 젊은 형사로, SBS '모범택시' 시리즈에서는 부족한 사법 형벌을 대신해 사적 복수를 대신해주는 택시운전수로 활약한 이제훈은 이러한 정의로운 휴머니스트에 퍽 잘 어울린다. 작품 홍보 차 출연한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국민 사위', '하트 중독자'라는 수식어를 얻을 정도로 서글서글함을 장착했던 그의 폼이 수적 열세인 동대문파 검거를 위해 뱀까지 풀어버리는 기상천외한 캐릭터의 기지를 고스란히 소화해 보여준다. 부패한 경찰에 분개하고 정의를 위해 울분을 토해내는 모습은 전작들에서 본 듯하지만 시청자가 이제훈에게 기대해온 모습 그 자체다. 

이러한 이제훈이 2024년, 우리 시대의 '최불암'이 될 수 있을까. 단지 '수사반장', '전원일기' 등 국민 드라마에 출연했던 것을 넘어 최불암은 84세의 나이에도 작품을 위해 특별출연을 하고 동네 할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친근함을 선사하는 진정한 국민 배우의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 특히 '수사반장'에서 그가 보여준 열정 넘치는 푸근한 형사의 모습이 여전히 그를 '한국의 콜롬보'로 남아있게 했다. 그런 '박 반장'의 모습에 젊은 피 이제훈이 수혈된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 정권 말기에 정치깡패까지 동원할 정도로 부패한 자유당 정권은 물론, 민간인 총살 명령을 받았던 학도병 시절의 악몽에서 6.25 전란의 아픔까지 간직한 '수사반장 1958'의 배경은 결코 가볍지 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를 찡긋하며 애교 섞인 미소를 뿌리고 술수도 수사의 일환으로 포장해낼 수 있는 이제훈의 능청스러움과 맞춤정장을 입은 듯한 정의로운 울분이 그를 기대하게 한다. 이제훈이라는 배우가 보여줄 정의로운 휴머니스트는 무엇일까, '수사반장 1958'이 보여줄 답을 기대한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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