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밀착 군사·방위 동맹…불안한 한국
“한계 없는 방위공약” 최고 수준
중국·북한 견제 명분 이익 공유
일, ‘보통국가’로서 ‘군사적 부상’
양국 주도하는 ‘한·미·일 도원결의’
미-일 동맹은 진정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고 있는가. 지난 10일 미국 워싱턴 미-일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은 지난해 8월 한·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비해 4배 정도 긴 내용으로써 글로벌 차원의 동맹의 연계에서부터 대중국 견제와 대북 억제, 연구개발과 방위산업 협력, 미래 기술 공동 개발, 교환 교육 프로그램 지원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협력 계획이 망라되어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의 가장 중요한 업그레이드”라고 자평할 만하다.
지난 11일 개최된 미국·일본·필리핀(이하 미·일·필) 3자 정상회담에서는 ‘동반자 관계의 새 시대’를 선언했다. 일본과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방위공약을 재확인하면서 남중해 영유권 관련 중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재발신했다. 경협 분야에서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인프라를 위한 동반자 관계’(PGI)에 의거하여 ‘루손회랑’(필리핀 수비크만-클라크-마닐라-바탕가스)에 각종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오픈랜 도입 등의 정보통신기술 3자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중국 포위망 완성 향해
미국은 이번 두개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동남아 유일의 동맹인 필리핀을 끌어들여 중국 견제를 위한 기존의 유사동맹체들을 더 단단히 묶어낼 수 있게 되었다. 한·미·일은 동북아를 확고히 담당하고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는 인도양까지 확장된다. 여기에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는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범세계적 앵글로색슨 영향권을 커버하고 있으며 영국을 통해 나토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제 상대적으로 느슨한 지역이었던 동남아를 미·일·필 협력을 통해 막아내고 마지막 공백인 대만은 군사적 지원으로 ‘방어’하면 지전략적 대중국 포위망은 완성된다.
미-일 간 다양한 협력을 약속했지만 핵심은 군사동맹의 강화다. 두가지 면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통합적 군사체계의 수립이라 할 수 있다. 하나는 지휘통제구조의 현대화와 군의 상호운용성 증대다. 정상회담 전부터 미국의 연구소와 언론에서는 주일미군 사령관이 현 3성에서 4성 장군으로 격상될 것이라는 전망과 일본 자위대가 내년 3월까지 신설할 계획으로 알려진 ‘통합사령부’를 아예 ‘미일 통합사령부’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동성명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실무급에서라도 논의는 되었을 수 있다. 미·일 정상들은 호주와 함께 3국 미사일방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영국과 함께 3국 정기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오커스에 일본이 합류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한미연합사와 유엔군사령부를 지휘하고 있기 때문에 주일미군도 어떤 방식으로든 통제하고 유엔사 회원국에 가입시켜 기존 회원국인 영국, 호주, 필리핀과 통합적 군사지휘체계를 만들기 원할 것이다. 군사작전의 효율성과 무기체계의 상호운용성 관점에서 틀리지 않다. 그러나 일본이 한국처럼 주일미군 사령관에게 주권 문제인 전체 자위대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을 부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2015년 9월 통과된 ‘3대 안보법제’를 통해 일본은 미군 작전에 대한 자위대의 후방지원 역할을 공식화했으며 국가 존립의 위기 시에 제한적 집단자위권 발동과 외부의 무력공격에 대한 선제공격을 합법화했다. 헌법의 교전권 포기 조항은 사실상 무력화되었고 일본은 이미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다. 일본이 가장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중국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센카쿠열도를 포함한 대일 방위 공약에 흔들림이 없으며 양국이 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없다”고 천명했다. 얻을 것 얻은 마당에 일본은 독자적인 ‘통합사령부’를 설치하고 필요하다면 일부 부대만 ‘미·일 연합사령부’에 배속시킬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미래의 미·일 지휘통제구조 문제는 조건과 상황에 따라 걸쳐 진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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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비용 커지는 한국
미·일의 통합적 군사체계의 다른 한 면은 군사기술과 방위산업 관련 협력이다. 이는 미래뿐 아니라 현재에서 무기체계의 상호운용성을 높이고 첨단무기를 개발하고 군사장비의 수출을 통하여 돈도 벌 수 있기에 양국의 이익 계산이 완벽하게 일치한다.
미·일 공동성명은 미사일 군사정보체계 제트훈련기의 공동 개발과 생산, 극초음속 위협 대응을 위한 활공단계요격기(GPI) 개발과 지구저궤도 탐지추적 협력, 지휘통제체계의 업그레이드, 방위산업의 협력 획득 지원에 관한 포럼(DICAS) 소집 등을 적시했다. 추가로 바이든 대통령은 오커스 무기개발 협력의 ‘두번째 기둥’(Pillar 2)에 일본의 참여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첫번째 기둥인 핵잠수함 개발은 아니지만 최근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인공지능과 자율무기체계 등을 포함하는 첨단 군사능력의 신장에 관한 것이다.
미국은 방위산업 협력을 통해 군사적으로 동맹관계와 ‘통제’를 강화하고, 무기의 개발 생산 판매를 통한 경제적 이득을 취해왔다. 일본은 2027년까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늘릴 계획이다. 2022년 국내총생산 4조2천억달러를 기준으로 해도 800억달러가 넘을 것이고 이 중 일부로 미국의 무기를 구매할 것이다. 일본의 기술력과 방산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그동안 전수방위(수동적 방위를 기본으로 하는 전략) 원칙 때문에 공격용 미사일 전력 등 중요한 부분이 결여되어 있었다. 따라서 향후 필요한 무기를 우선은 구매하되 점차 독자 내지 합작 생산으로 갈 것이다.
일본의 진정한 관심은 53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무기시장 진출에 있다. 일본은 2014년 4월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제정하여 일정 조건하에서의 무기 수출 길을 열었다. 작년 3월에는 각의 의결로 조건을 더 ‘완화’하여 완성 장비의 수출이 가능해졌고 실제로 미국의 라이선스로 생산한 패트리엇 미사일을 미국에 되팔기도 했다. 2022년 세계 무기시장 점유율을 보면 미국이 40%로 압도적 1위이고 러시아, 프랑스, 중국 기타 유럽국가들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170억달러 수주로 2.4% 8위였다. 이제 일본은 0%에서 출발하여 조만간 수위권으로 진입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군사전략과 방위산업의 ‘쌍끌이’로 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 동안 한국은 어디에 있을까. 작년 8월 한·미·일 3국이 사실상의 동맹을 추구하자고 ‘도원결의’를 했지만 그 구체적인 기획은 철저히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은 자유진영 최강대국들과 어깨를 겯고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인도·태평양과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냉철히 보아야 한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과 북한에 대한 견제를 명분으로 쏠쏠한 이익을 함께 챙기는 동안 우리는 항상 연루의 위험성을 안고 피 같은 기회비용을 치러야 한다. 상황은 점점 돌이키기 어렵게 되어간다. 특히 일본의 군사적 부상은 ‘우방국’인 한국에도 위험이 될 수 있다. 바이든은 기시다 환영 연설에서 “한·일 정상이 모든 상처를 치유하고 우정의 새 장을 열기로 했다”는 칭찬을 잊지 않았다. 우리는 춤출 수 없다.
전 국방대 교수
노무현 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기획실 국방담당,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군사과학 기술의 이해’ 등의 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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