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단축 개헌·대연정…윤 ‘제2의 6·29선언’ 내놓을 때

성한용 기자 2024. 4. 2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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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29
“국정 방향 옳다”는 국무회의 이전 조사서
”윤 대통령 국정기조 변화 기대 안해” 58.7%
연정·임기 1년 단축 개헌 등 제언 줄이어
‘민생입법’ 위해 야당과 협치부터 시작해야
지난 16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설치된 티브이(TV)에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생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 참패 뒤 지난 16일 국무회의 머리발언을 통해 드러난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진단은 이렇습니다.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모자랐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줄이면 ‘나는 잘했는데 국민이 체감하지 못했다’입니다. 처방은 이렇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구조 개혁은 멈출 수 없습니다.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 의견은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습니다.”

한마디로 줄이면 ‘지금 이대로 주욱 가겠다’는 것입니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때려 부수고 싶었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신문 사설도 비판 일색이었습니다.

“윤 대통령, 총선 민의와 정치 현실 제대로 읽고 있나”(동아)

“국민 앞 아니라 비공개 자리서 ‘죄송’ 말했다는 대통령”(조선)

“윤 대통령은 총선 민의를 제대로 깨닫고 있나”(중앙)

세 신문의 사설은 비슷해 보이지만, 윤 대통령의 변화에 대한 기대는 좀 달랐습니다.

“그런 독선으론 앞으로 국정 운영에도 큰 차질을 빚을 것이다. 그 결과가 부를 국정의 위기, 나라와 국민이 겪게 될 어려움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동아)

“윤 대통령이 가시밭길을 헤쳐가려면 국민을 직접 설득하고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오만과 불통에서 벗어나 낮은 자세로 이해를 구하고 대화 정치에 나서야 한다.”(조선)

“정말로 회초리를 맞았다고 생각한다면 윤 대통령부터 행동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중앙)

동아일보는 기대를 아예 접었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의 변화 가능성에 미련을 두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원로들도 윤 대통령의 변화를 당부했습니다. 당 상임고문단 회장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7일 간담회에서 “대통령실 스태프들이나 주변 분들에게 언로를 열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자유토론식 이상으로 말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많은 지혜를 가져달라”고 말했습니다.

자, 이처럼 수많은 사람이 윤 대통령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변화할까요?

그가 변하지 않으면 나라가 불행

지난 17일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하나 발표됐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한 정례 조사입니다. 이런 항목이 있습니다.

“지난 4월10일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총 175석의 의석을 확보하며 압승했는데요. 여권에서는 패배의 책임을 지고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 주요 인사가 사퇴했습니다. 귀하께서는 선거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기조 변화가 얼마나 있을 것으로 기대하십니까?”

응답은 ‘매우 기대한다’ 15.7%, ‘어느 정도 기대한다’ 22.1%,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17.3%,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41.4%, ‘잘 모르겠다’ 3.5%였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기대한다’는 답변이 37.8%, ‘기대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58.7%입니다. 특히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41.4%나 된다는 게 놀랍습니다.

조원씨앤아이는 이 여론조사를 4월13일부터 15일까지 했습니다. 우리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의 16일 국무회의 발언이 나오기 전에 이미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던 셈입니다. 답변 내용보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총선에서 참패한 대통령의 변화 가능성을 국민에게 물어보는 여론조사 그 자체입니다. 윤 대통령이 도대체 얼마나 고집불통이면 이런 설문까지 나온 걸까요?

사실은 저도 윤 대통령이 변화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은 대체로 옳습니다. 그래도 윤 대통령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두 가지 이유입니다. 첫째, 윤 대통령이 잘 몰라서 그렇지 본성 자체가 나쁜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기 때문입니다. 둘째, 윤 대통령이 변화하지 않으면 그가 불행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이 불행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잘 모르는 윤 대통령 ‘설득의 시간’

저는 지난주 정치 막전막후에서 총선 이후 정국 수습 방안으로 대연정과 개헌을 제안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총리와 장관직 절반을 민주당에 할애하는 대연정을 추진하고, 4년 중임제로 개헌해 2026년 지방선거 때 대선을 함께 치르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파격적 제안을 한 이유는 ‘정치인 윤석열’ 개인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는 것보다 오히려 국민의힘과 민주당, 대통령과 국회가 협치할 수 있도록 정치 구조를 변경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저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닙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치 중앙일보에 ‘윤 대통령, 연정 수준으로 야당과 소통해주길’이라는 제목의 특별기고를 했습니다.

“그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대통령께서는 총선 실패가 민생을 돌보지 못한 데서 비롯됐고, 앞으로 민생을 더 철저히 챙기겠다는 결의를 다지셨습니다. 그러나 과연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고 계신지 의아했습니다. 민주주의를 깊이 성찰하고 대통령 자신부터 개혁해야 합니다. 현대 국가는 대의제 민주주의입니다. 의회는 국정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권력을 야당과 공유해야 합니다. 이제는 연정 수준으로 야당과 협조해야 합니다. 협상 파트너인 이재명 대표와 만나셔야 합니다. 법률적 문제는 사법부에 맡기면 됩니다.”

손학규 전 대표는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지사, 민주당 대표 등 정치 경험이 많은 사람입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냈던 이석연 동서대 석좌교수가 지난 15일치 한겨레신문에 ‘썩은 밧줄로 달리는 수레를 부릴 수 없다’는 제목의 칼럼을 썼습니다. 디지털에는 ‘임기 1년 단축 개헌…윤 대통령 박수받고 떠나려면’이라는 제목이 달렸습니다.

“임기 1년을 단축하고 보장된 임기 내에 무리 없이 국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0년 가까이 지속된 1987년 개정 헌법은 이제 전반적으로 손질할 때가 됐다.”

“만일 헌법 전반의 개정에 대한 국민적 합의 도출에 시일이 걸린다면 4년 중임 대통령제로 원포인트 개헌을 하는 방법도 있다.”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균형적인 인사들로 내각을 구성하여 국정을 이끌어간다면 단축된 1년의 임기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어쩌면 박수받고 떠나는 첫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저는 손학규 전 대표나 이석연 교수의 제안과 충고를 윤 대통령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은 대연정이나, 연정 수준의 협치, 임기 1년 단축 개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 경험이 풍부한 국민의힘 원로들이나 다선 의원들은 알 것입니다. 이러한 처방이 국정을 안정시키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지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안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비서실장으로 기용하려는 장제원·정진석 의원이나 이정현 전 의원 등은 지혜로운 정치인들입니다. 대연정이나, 연정 수준의 협치, 임기 단축 개헌을 받아들이도록 윤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대합니다.

노태우의 6·29 선언처럼

전두환 정권의 민정당은 1985년 2·12 총선에서 득표율 35.2%로 과반 의석을 겨우 차지했습니다. 한 지역구에서 2명씩 뽑는 중선거구제와 1당에 전국구 3분의 2를 몰아주도록 한 ‘엉터리 선거법’ 덕분이었습니다. 김영삼-김대중 양 김씨가 창당한 신민당이 득표율 29.3%를 기록했습니다. ‘관제야당’인 민한당의 득표율은 19.7%였습니다. 2·12 총선을 계기로 정권은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국민은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요구했습니다. 1987년 6월 항쟁을 고비로 정권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의 후계자로 지명된 노태우 민정당 대표가 개헌을 받아들여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습니다. 그는 스스로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내 한 몸 희생하자. 내 몸을 역사의 제단 앞에 바쳐서 역사의 흐름과 순리에 맡기자. 현행 헌법으로는 이 난국을 극복할 수 없고 이 나라 역사를 한 발자국도 진전시킬 수 없다. 변화가 있어야 한다. 역사에 하나의 획을 긋는 전환점을 만들자.”(2011, 노태우 회고록)

노태우 대통령이 한 것을 윤 대통령이 못할 리 없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9일 오후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다음주에는 직접 만날 것 같습니다. 다행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가 협치로, 연정으로, 개헌으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 발언 첫머리에 “국정의 최우선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민생을 잘하려면 입법을 잘해야 합니다. 입법을 잘하려면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해야 합니다. 야당은 국정의 동반자이기 때문입니다. 정치가 곧 민생인 것입니다. 윤 대통령이 총선에서 참패한 것은 정치에서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이 지금 전력을 다해야 하는 것도 바로 정치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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