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얻은 반도체 세제 혜택… 실효성 높이려면
[편집자주] 불황 터널을 벗어난 반도체업계가 인공지능(AI) 시대 고부가제품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 속도를 높인다. 미국 등 주요국들은 경제성장 핵심인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제공할 계획이지만 한국은 아직 없다. 그나마 있는 세액공제 혜택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AI 반도체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나아가야 할 정책 방향과 업계 목소리를 담았다.
①반도체 업황 반등 본격화… 글로벌 투자 경쟁 '격화'
②경제성장 핵심인데… '보조금 미비' 한국, 반도체 공장 놓친다
③겨우 얻은 반도체 세제 혜택… 실효성 높이려면
반도체 패권을 놓고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대만 등 주요국은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한국은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데 그치고 있으며 긴 진통 끝에 통과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마저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해당 법안의 일몰을 연장하고 혜택을 키워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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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칩스법'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을 대기업·중견기업은 기존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각각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당초 세액공제 비율을 대기업 20%, 중소기업 25%, 중소기업 30%로 높이는 내용도 논의됐으나 반도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을 겨냥한 것이란 반발에 좌초됐다.
힘겹게 통과된 'K-칩스법'이지만 국내 반도체 업계는 법안으로 인한 혜택이 크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는 세제 혜택에 더해 보조금까지 지급하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에서 밀린다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생산 보조금 총 390억 달러(약 52조2000억원), 연구개발(R&D) 지원금 총 132억 달러(약 17조7000억원)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약 70조5000억원)을 지원하도록 했다. 일본은 자국 반도체 회사 라피더스에 올해 최대 5900억엔(약 5조2600억원)의 추가 보조금을 승인했다. 앞서 일본 정부가 라피더스에 약속한 보조금 3300억엔(약 3조원)까지 합하면 1조엔(약 8조9000억원)에 육박한다.
'K-칩스법'은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해당 법안까지 일몰되면 반도체 대기업의 설비투자 공제율은 기존 15%에서 8%로 줄어든다.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이 'K-칩스법'의 일몰을 2030년까지 6년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논의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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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K-칩스법'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어 법 적용기한 연장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양측 모두 이번 총선에서 'K-칩스법'을 추가로 연장하겠다는 공약을 내놨기 때문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전력, 용수, 도로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인프라 신속 지원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반도체 산업 세부 지원에 대해선 여야가 다른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관련 시설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주요 경쟁에 대응할 수준의 보조금 지급을 추진한다고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세액공제 확대를 강조했으며 직접적인 보조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반도체 업계는 보조금 지급과 더불어 국가전략기술에 직접환급 세액공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세액공제 방식에서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첨단기술 기업이 손실로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 현금으로 환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경쟁국과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업들이 위기 속에서도 투자를 지속할 수 있도록 보조금 지급과 세제 혜택 확대 등을 지원한다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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