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완전히 망했다” 비웃었는데…단종설에 본때, 흑역사 없는 ‘국민차’ [세상만車]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4. 4. 21.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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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와 그랜저 사이에 낀 세단?
아반떼 끌어주고 그랜저 밀어줬다
국내 세단 중 5위, 여전한 존재감
‘1000만대 돌파’ 대기록 임박했다
중형세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신형 쏘나타와 K5 [사진출처=현대차, 기아]
“한국에 이런 자동차가 있었나요?”

현대자동차 마르샤·아슬란. 30대 이상 자동차 마니아가 아니라면 생소하게 여기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마르샤는 현대차 쏘나타 위급으로 1995년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3년 뒤 혜성처럼 사라진 고급 중형세단입니다.

아슬란도 비슷하죠. 현대차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 틈새시장을 겨냥해 2014년 출시된 준대형 세단입니다. 반짝 인기도 끌지 못한 채 4년 만에 조용히 단종됐습니다.

마르샤와 아슬란은 현대차의 ‘흑역사’로 여겨집니다. 차종 차별화·다양화를 위해 나왔지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습니다.

철저한 시장 분석을 통해 등장했겠지만 어설픈 마케팅 전략으로 실패했다는 비난도 받았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마르샤 [사진출처=매경DB]
두 차종은 저조한 판매성적 때문에 ‘현대차 흑역사’를 대표하는 희생양이 됐습니다. 차라리 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실패작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판매대수가 적으면 존재가치도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상투적인 표현이 실패를 실패로만 여기지 않는다면 맞을 때가 많으니까요.

현대차는 두 차종의 실패를 밑거름 삼아 쏘나타, 그랜저, 제네시스 G80 등의 상품성을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고급화 전략도 더 꼼꼼하게 치밀하게 짤 수 있었습니다. 현대차가 내실을 탄탄히 다지는 데도 단단히 한몫했습니다.

“쏘나타, 완전히 망했다”
디자인 호평을 받은 기존 K5와 호불호에 시달린 쏘나타 [사진출처=기아, 현대차]
들어보셨을 겁니다. 마르샤·아슬란에 이어 쏘나타가 단종설과 함께 흑역사 대상이 됐습니다.

쏘나타 단종설은 2020년대 들어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대세로 중형 세단 존재감이 약해지면서 등장했습니다.

설상가상, 형님인 그랜저와 동생인 아반떼에 낀 세단이 되면서 판매대수가 줄자 단종은 기정사실화되기도 했습니다.

8세대 쏘나타 [사진출처=현대차]
쏘나타 단종은 마르샤·아슬란과 비교할 수 없는 충격적 사건입니다.

이유가 있죠. 1985년 스텔라 뒤를 이어 출시된 쏘나타는 ‘국민차’로 대접받았습니다. 그랜저에 앞서 ‘성공하면 타는 아빠차’로 여겨지기도 했죠. 국내 자동차 역사의 한 역사를 쓴 기념비적인 모델입니다.

쏘나타 단종설은 2022년 확산됐습니다. 후속 모델인 9세대 쏘나타의 개발이 지연됐기 때문이죠.

지난해 완전변경에 버금가는 8세대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되면서 쏘나타 단종설은 사라졌습니다.

올해 또다시 고개를 쳐들었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판매성적 때문이죠. “쏘나타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평가가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쏘나타는 죽지 않을 겁니다.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부활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지금부터 쏘나타의 역사적 가치와 ‘불멸의 이유’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아빠, 쏘나타 다음엔 그랜저 타세요”
쏘나타는 스텔라(사진)의 고급형 모델로 첫선을 보였다. [사진출처=매경DB]
쏘나타는 한국의 경제발전을 상징하는 자동차입니다.

1980년대 쏘나타 개발 당시 한국은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을 추구하는 소비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높아진 소득수준은 자동차 구입에도 영향을 줬죠.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표출하는 수단이기도 한 자동차도 포니, 엑셀 등 소형차보다 더 크고 넓은 세단을 선호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현대차는 스텔라의 고급형 모델로 쏘나타를 내놨습니다. 쏘나타는 ‘VIP를 위한 고급 승용차’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대 인기배우 신성일이 첫 번째로 계약해서 고급차 인지도도 높였습니다.

1세대 쏘나타 [사진출처=매경DB]
쏘나타는 1988년 2세대, 1993년 3세대(쏘나타Ⅱ), 1996년 3세대 부분변경 모델(쏘나타Ⅲ), 1998년 4세대(EF), 2004년 5세대(NF), 2009년 6세대(YF), 2014년 7세대(LF), 2019년 8세대(DN8) 진화했습니다.

쏘나타는 7세대 모델이 맹활약한 201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국내 판매 1위를 거의 독점하면서 국민차가 됐죠.

동생인 아반떼를 끌어주고 형님인 그랜저를 밀어주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덩달아 구매층이 젊어지면서 아빠차에서 오빠차로 거듭났습니다.

“K5,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1~8세대 쏘나타 변천사 [사진출처=매경DB, 현대차]
쏘나타의 위기는 8세대부터 시작됐습니다. ‘내우외환’ 때문이죠.

‘내우’는 디자인입니다. 글로벌 트렌드에 맞춘 역동적인 4도어 쿠페 스타일은 국내에서는 디자인 호불호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외환’은 형제 차종이자 경쟁 차종인 기아 K5가 가장 먼저 일으켰습니다. K5는 2019년 11월 3세대로 진화하면서 더 강력해졌습니다.

독일 프리미엄 세단을 연상시키는 깔끔하고 단정하면서 역동적인 디자인이 호평받았습니다.

3세대 K5는 사전예약 3일 만에 1만대 넘게 계약됐습니다. 기아 모델 중 역대 최단 기록을 세웠죠.

같은 해 3월 8세대 쏘나타가 세운 사전예약 1만대 돌파 기록을 이틀 앞당기면서 쏘나타에 모욕감을 줬습니다.

3세대 K5는 2020년에는 11만843대 판매되면서 9만1734대에 그친 쏘나타를 이겼습니다. 2021년에 쏘나타는 10만6261대 판매되면서 8만7240대 팔린 K5를 제치며 자존심을 회복했습니다.

K5에 이겼지만 쏘나타의 위상은 타격을 입었습니다. 택시 아니면 K5에 졌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쏘나타 독점 시대는 사실상 끝났습니다.

아이오닉6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쏘나타 입장에서 ‘설상가상’이 또 발생했습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대세가 형성되면서 중형 세단 수요를 잠식했습니다.

쏘나타가 차지했던 패밀리카 시장을 기아 쏘렌토와 현대차 싼타페 등 중형 SUV가 가져갔습니다.

중형급으로 크기를 키우고 성능도 향상한 준중형 SUV인 기아 스포티지와 현대차 투싼도 쏘나타에 위협이 됐습니다.

전기차도 ‘외환’에 가세했습니다. 쏘나타와 체급이 비슷한 전기차인 아이오닉6이 등장했습니다.

쏘나타 위상이 약화되자 2022년부터 단종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8세대 부분변경 모델 출시 시점이 미뤄지고 9세대 쏘나타 개발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단종은 ‘기정사실’처럼 됐습니다.

현대차는 2~3년마다 부분변경 모델, 4~6년마다 완전변경 모델을 내놓습니다. 현대차 신차 출시 사이클로 판단하면 2019년 출시됐던 8세대의 부분변경 모델은 2022년 나와야 했죠.

당시 업계는 후속인 9세대(DN9) 쏘나타의 개발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8세대 부분변경 모델 개발 방향이 수정되고 출시 시점도 1~2년 늦춰졌다고 풀이했습니다.

“쏘나타 사전에 ‘흑역사’는 없다”
쏘나타 디 엣지 [사진출처=현대차]
지난해 단종설은 다시 수면 아래로 들어갔습니다. 디자인이 확 바뀐 8세대 부분변경 모델 ‘쏘나타 디 엣지’가 나왔기 때문이죠.

4년 만에 나온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지만 완전변경(풀체인지) 뺨치게 진화하고 형님인 그랜저 뺨치는 중형세단으로 거듭났습니다.

쏘나타 디 엣지는 호평보다는 혹평이 많았던 기존 모델의 디자인 논란을 완전히 극복했습니다.

현대차가 일반적인 부분변경 교체 사이클보다 1~2년 늦게 내놓은 만큼 역량을 발휘, 디자인과 품질 측면에서는 완전히 다른 차로 만들었죠.

호평과 판매는 정비례하지 않았습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쏘나타는 지난해 3만7912대 판매됐습니다. 전년보다 22.4% 감소했죠.

K5는 전년보다 4.9% 증가한 3만4071대 팔렸습니다. 쏘타나가 K5를 이겼지만 ‘상처뿐인 영광’인 셈입니다.

올해 1분기(1~3월)에는 쏘나타가 7981대, K5가 1만304대 각각 판매됐습니다. 전년보다 22% 판매가 늘어난 K5가 2.3% 증가하는 데 그친 쏘나타를 잡았습니다.

쏘나타 신형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환골탈태’ 쏘나타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자 또다시 “쏘나타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쏘나타 위상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8세대 부분변경 모델을 끝으로 단종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전동화 강화 전략에 따라 내연기관 모델들이 잇달아 단종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쏘나타도 같은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죠.

단, 지금은 아닙니다. 시기상조입니다. 현재 판매되는 쏘나타는 적어도 2~3년은 판매됩니다.

상품성을 계속 개선해 완전·부분변경에 버금가는 효과를 내며 더 오랫동안 판매될 수도 있습니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전동화의 역풍으로 충전 시스템 부족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내연기관 쏘나타의 생명은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 판매되는 쏘나타 [사진출처=현대차]
하이브리드도 쏘나타의 생명연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세단 중 판매 ‘톱5’에도 포함됩니다. 올해에도 그랜저, 아반떼, 제네시스 G80, K5에 이어 5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랜저도 사실 쏘나타의 뒷받침 덕에 국민차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쏘나타를 사려다 그랜저를 사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아반떼와 그랜저 사이에 끼어 ‘팀킬’을 당하는 게 아니라 징검다리 역할을 담당하면서 고객 유출도 방지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아주 고마운 차종입니다.

무엇보다 아반떼, 엑센트에 이어 ‘1000만대 판매 대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쏘나타 누적 판매대수는 941만4814대입니다.

현재 판매되는 쏘나타가 ‘1000만대’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시 출시될 ‘쏘나타 택시’는 1000만대 돌파를 앞당기겠죠.

‘국민차’ 쏘나타는 지금도 ‘국산차 전설’을 쓰고 있습니다. 쏘나타에 흑역사는 없습니다.

※사족(蛇足) 쏘나타를 보면 20세기 대표 역사가로 경제·경영학에도 큰 영향을 끼친 아놀드 토인비의 ‘문명 흥망법칙’이 떠오릅니다.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반복”이라고 강조한 토인비는 “문명은 발생, 성장, 쇠퇴, 해체 4개의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습니다. 문명뿐 아니라 자동차도 흥망성쇠를 겪습니다. 현대차를 넘어 한국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쏘나타는 3번째 과정인 쇠퇴를 거쳐 해체 수순으로 갈 수 있습니다. 쏘나타 단종설도 따져보면 같은 근거에서 나왔을 겁니다. 토인비의 흥망법칙은 4개의 과정에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순환합니다. 발생-성장-쇠퇴-해체, 다음에 ‘도전과 응전’을 거쳐 재탄생합니다. 쏘나타가 혹시 단종되더라도 다시 부활할 수 있습니다. 무쏘에서 영감을 받은 KG모빌리티의 토레스와 지금 한창 개발중인 코란도 후속 KR10을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국내 판매 1위인 쏘렌토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신형 싼타페도 현대차 갤로퍼의 재탄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명도 자동차도 처음 모습 그대로 영원히 존재하지는 못합니다. 대신 영원히 기억되는 것은 있습니다. 쏘나타도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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