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층?..20층부터 고비"…123층, 2917개 계단 올라보니[르포]
"대회에서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 평소에 틈틈이 유산소 운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라는 답변을 방불케 하는 정석적인 답변이었다. 20일 진행된 '2024 스카이런'의 경쟁 부문 남성부 우승자 안봉준씨(35)의 기록은 19분 27초. 이날 오로지 완주 목표로 비경쟁 스카이런에 참여한 기자 기록 59분 48초의 1/3 수준이다.
스카이런은 롯데월드타워 1층에서부터 123층 전망대까지 총 2917개의 계단을 오르는 수직 마라톤 대회다. 6회째를 맞은 올해 대회엔 지난해보다 200명 늘어 2200여명이 참가했다. 최연소 만 3세부터, 최고령 82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에 사람이 한곳에 모였다.
22분 59초를 기록한 여성부 우승자 김보배씨(28)는 "80층부터 고비였다"고 했지만 직접 올라보니 15층부터 고비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기자의 초반 페이스메이커였던 초등학교 1학년 이도윤군(7)은 "22층에 물이 있다"며 기운을 북돋아 줬다. 이후 이군은 한 쪽에 있는 계단 손잡이에 힘을 딛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씩씩하게 올라갔다.
이 군이 안내한 대로 첫 번째 피난 안전 구역이 있는 22층에 도착하자 참가자들을 위해 준비된 물이 기다렸다. 22층 이후에는, 40층, 60층, 83층, 102층에 있는 피난안전구역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마련됐다. 이곳에는 물과 이온 음료, 그리고 호흡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휴대용 산소호흡기도 준비됐다. 또 응급상황 시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게 응급구조사도 함께 대기했다.
60층이 넘어가자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 붙은 응원 문구가 눈에 띄었다. '절반 왔습니다. 참고하세요. 꾹~!참~GO하세요!' '달고달고 달디단 정상행, 정상행이야~' '지:지치지말고 주:주우~~욱가!' 등 롯데그룹의 계열사가 사업 특성에 맞게 준비해놓은 문구였다.
70층부터는 올라온 계단이 남은 계단보다 많다는 생각으로 숨을 고르며 관성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3개 층마다 배치된 안전요원들의 큰 환호와 박수 소리 덕분에 정상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80층을 넘어서자 계단에 주저앉아서 쉬는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계단실 바닥에는 앞선 참가자들이 흘리고 간 땀자국 위로 남은 여러 개의 까만 발자국이 선명했다.
이날 대회는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을 기른 참가자들이 참가하는 경쟁 부문과 스스로의 한계를 깨기 위해 신청한 '이색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30분 초반대에 123층 주파에 성공한 허준회씨(29)는 "함께 운동하는 친구 중 유일하게 스카이런 티켓팅에 성공해 참여하게 됐다"며 "헬스장에 있는 '천국의 계단' 기계로 꾸준히 연습했지만 20분대 벽을 뚫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비경쟁 부문에는 인천 해양경찰 9명이 정복, 바디수트, 수색복 등을 입고 참여했다. 해양 수색에 나설때 입는 바디수트를 입고 나온 전희명 경장은 "해양경찰을 알리기 위해 특별한 복장으로 참가하게 됐다"며 "해양 경찰이 항상 시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4 스카이런 마케팅을 담당한 롯데물산 마케팅팀 김세민 대리는 "이번 대회로 모인 참가비 약 1억원은 '보바스어린이의원'에 참가자 개인 명의로 전액 기부된다"며 "계단 걷기 운동은 건강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보니 건강한 에너지가 환우들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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