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비서실장 인선 임박…중재형·형식형, 尹의 선택은?

박숙현 2024. 4. 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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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군 원점 재검토…다음 주께 발표할 듯
정진석·김한길·이정현 등 물망…정무적 역량 및 직언 가능 여부 중요할 듯

윤석열 대통령이 비서실장 인선을 두고 막판 고심 중이다.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늦어도 다음 주께 대통령 비서실장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비서실장 인선에는 향후 국정운영 기조에 대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서실장이 누가 될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총선 이후 10일째를 맞은 이날도 비서실장 인선을 두고 막판 고심 중이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롯해 여러 인사들로부터 총리·비서실장 후보 추천을 받거나 특정 인사에 대한 조언을 폭넓게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참패 이후 윤 대통령이 곧바로 인적 쇄신에 시동을 걸면서 신속하게 인사를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인선 작업은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제안한 인물들이 거듭 고사하거나, 특정 후보들에 대한 여야 반발이 커 결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주에는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비서실장 기용설'로 여론이 악화하고 대통령실 내 비선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후임 비서실장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그러나 이내 적임자를 찾는 게 최우선이라며 신중 모드에 돌입, 물망에 오른 모든 후보군을 두고 원점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신속보다도 신중한 게 더 중요한 상황"이라며 "지켜보는 국민은 피로감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윤 대통령이) 신중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 (인선 작업이)길어진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다음 주초에는 비서실장을 임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실 고위 참모가 모두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 공식 의사 결정 라인에 공백이 생기면서 대통령실 내부 엇박자가 표출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양자회담이 다음 주 이뤄질 예정으로, 신임 비서실장이 보좌하는 모양새가 적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무수석, 시민사회수석, 홍보수석실을 아래에 두고 있고 총무비서관, 부속실장, 국정상황실장, 공직기강비서관, 의전비서관, 국정기획비서관, 메시지비서관, 법률비서관, 인사비서관 등을 관할한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부터 정무와 인사, 정책 홍보 등을 총괄하고 있다.

'대통령 비서실의 기능과 역할에 관한 연구(한국행정연구원, 2013년)'에서 정치인 72명, 공무원 76명, 정치 행정학 전공 연구자 70명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마련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서실장의 역할은 방대하다. 대통령실에 행정부 기능이 집중되면서 정책결정의 우선순위 등 질서를 잡아야 한다. 부처간, 당정간 발생할 수 있는 정책적 논란이 생길 때 대통령의 뜻을 반영해 중재하는 역할도 한다. 또 대통령 일정이나 문서, 제안 등을 걸러 대통령에 대한 접근권을 통제하는 일도 한다. 즉, 비서실장은 대통령실 실무진, 내각과 공무원들에게 대통령 견해와 입장을 효율적으로 전하는 전달자 역할이 가장 크다. 비서실장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비공식 채널이 활성화하고 정책과정의 질서가 깨져 혼선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비서실장은 대통령실 내 300명 넘는 규모의 실무진들을 화합, 통제하는 조정력이 요구된다. 또 대통령의 국정목표와 개혁의지 및 업적을 효과적으로 국민에게 전달하고 민심을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능력, 대통령의 성급한 결정이나 사적 판단에 의한 결정을 제어하는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막강한 기능을 가진 비서실장은 권력의 2인자로 군림하기도, 대통령을 보좌하는 얼굴마담 역할을 하는 데 그치는 경우도 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 접근권과 비서실을 엄격히 관리하고 정책에도 깊게 개입하는 지배적 유형,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거나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달해 쌍방향으로 정책을 중재하고 조정하는 중재형, 대통령의 성향에 맞추어 정책조정 업무보다 비서 업무에 충실한 형식적 유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대통령실 1,2기 비서실장은 모두 관료 출신으로 정무적 판단이 아쉬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2023년 12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모습,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11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모습. /남용희·이새롬 기자

비서실장 인선에 앞서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 대통령은 실질적인 정치 경험 없이 취임했는데, 대통령실 1·2기 비서실장도 모두 관료 출신으로 조직관리 및 거버넌스 경험만 있는 행정형이 기용됐다. 김건희 여사 디올백 논란 대응과 이종섭 주호주대사 임명,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 문제까지 등 대통령실의 정무적 역량이 아쉽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군이 모두 정치인인 점은 정무적 역량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민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대통령에 직언할 수 있는 인물이 임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비서실장 후보로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이정현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비롯해 장제원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 위원장 등이 본인들 의사와 별개로 물망에 올라와 있다.

유력한 비서실장 후보로 김한길 국민통합위 위원장(오른쪽), 정진석 의원, 이정현 전 의원(왼쪽) 등이 거론된다. /더팩트 DB·남용희 기자·국민통합위원회

정 의원은 충청권에 기반을 둔 5선 중진이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국회부의장, 청와대 정무수석 등 당과 국회, 행정부 핵심 요직을 지내 경륜과 정무 역량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윤 대통령이 정계 진출을 선언할 때 현역 의원들을 모아 초창기부터 힘을 실어준 인물이기도 하다. 친분이 두터워 직언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또 다른 유력 후보는 김 위원장이다.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과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민주통합당 대표를 역임하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이후 2021년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 캠프의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정계에 복귀, 국민통합위를 이끌고 있다. 당과 행정부, 청와대 등 국정 주요 분야 경험을 두루 갖추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독대하며 편안히 대화하는 손에 꼽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3년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때 각각 의원과 여주지청장으로 만나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저한테도 많은 통찰을 줬다"며 극찬할 정도로 서로 신뢰와 친분이 두텁다. 또 야당 출신 중도 성향 인사라는 점에서 향후 국정운영 방향에서 야당과의 협치 및 중도 확장 기조 노선을 수립하기에도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의 당선인 비서실장을 맡을 정도로 대표적인 원조 '친윤계'로 알려졌다. 원 전 장관은 인지도가 높고 정무 감각이 있지만 총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맞붙었다. 이들 모두 '협치' 메시지를 담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 의원과 원 전 장관은 우회적으로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위원장은 '호남 3선'이라는 특이 이력이 있다. 박근혜 청와대의 정무·홍보수석, 새누리당 대표를 역임했다. 그러나 이 부위원장은 '인적 쇄신'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는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하던 2014년 4월 KBS에 전화를 걸어 세월호 참사 관련 정부 비판 보도를 빼라고 한 사실이 드러나 유죄(방송법 위반)를 받았던 인물이다. 여당 대표 시절에는 박 대통령을 향한 공세를 막기 위해 단식 시위를 하는 등 대통령에게 직언보다는 적극 보좌하는 유형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총리 후보자 지명은 비서실장보다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서실장과 달리 국회 인준이 필요해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등 기준이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비서실장을 먼저 교체해 대통령실 쇄신을 마친 뒤 차기 국회 개원에 맞춰 후보자를 지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총리 후보로는 비서실장 후보로도 올라와 있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정진석 의원을 비롯해 권영세 의원, 오연천 전 서울대 총장, 이번 총선으로 6선 고지에 오른 주호영 의원, 5선 의원을 지낸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등이 거론된다. 검토됐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야당이 "협치를 빙자한 협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사실상 지명 가능성이 낮아진 분위기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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