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부업, 30만원"… 알뜰주부 노린 맘카페 사기꾼

윤준호 2024. 4. 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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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빙자 사기로 맘카페 회원 현혹
“골드바·상품권 이용한 원금 손실 없는 투자” 광고
아기침대·분유 판매 대금 받고 잠적하기도
“재택, 부업, 30만원 무료 머니 받아 가세요”
 
“유지 비용·초기 비용 없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 맘카페에 올라온 투자 광고 글이다. 온라인 선물거래소에서 신규 가입 이벤트로 현금으로 환급할 수 있는 사이버머니 3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겠냐마는, 내 돈을 따로 들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가입만 하면 돈을 준다니 솔깃하다. 게시물 작성자에게 연락해 선물거래소 인터넷 주소를 받아 가입하면, 정말로 계정에 사이버머니 30만원이 들어와 있다.

사기꾼들의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30만원을 10배로 불려준다며 투자를 유도한다. 물론 진짜 투자는 아니다. 피해자가 승낙하면 여러 차례에 걸쳐 ‘콜(콜옵션) 또는 풋(풋옵션)’을 선택하도록 하고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가장한다. 눈앞에서 돈이 불어나는 광경을 목격한 피해자들은 이성이 마비된다.

이때 사기꾼들이 말한다. “수익금을 이체받기 위해선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지정된 계좌로 세금만 보내면 수익금이 입금됩니다.” 2021년 이들 일당으로부터 사기 피해를 본 맘카페 회원이 5명, 피해 금액은 5600여만원에 달했다. 피해자 수는 적지만 한 사람당 1000만원 넘는 돈을 잃은 셈이다.

주부들을 노린 ‘맘카페발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로 큰 자본을 투자하지 않고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로 재테크나 부업에 관심 많은 주부를 현혹하는 식이다. 아기침대나 분유 등 육아용품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속여 물품 대금을 받고 잠적하는 물품거래 사기도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육아 관련 게시물을 올리면서 맘카페 회원들이 자신을 선량한 주부로 믿게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2019년에는 전국 맘카페가 분유 사기로 떠들썩했다. 분유와 기저귀 등 육아용품 판매 대행업자라고 밝힌 김모씨는 시중 판매 가격보다 5000∼6000원가량 저렴한 가격에 분유를 판매한다는 글을 맘카페에 게시했다. 많이 살수록 할인 폭을 늘리며 대량 구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가족사진까지 올려놓고 친절하게 응대하는 그를 피해자들은 의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차일피일 배송을 미루던 김씨는 돌연 잠적했다. 전화번호는 없는 번호로 바뀌어 있었다. 피해자는 300명이 넘고 피해 금액은 10만원대부터 1000만원대까지 이르렀다. 피해 회원들이 자체 조사한 피해액은 총 4646만원이 넘었다. 잠적 도중에도 이름을 바꿔 비슷한 사기를 이어가며 피해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재태크를 빙자한 사기도 벌어진다. 최근 주목받은 ‘상테크 빙자 사기 사건’이 그 예다. 상테크는 온라인으로 액면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품권을 구매하고, 해당 상품권을 네이버페이나 페이코 같은 간편결제서비스를 활용해 현금으로 환급받는 과정에서 수익을 낸다. 환급 과정에서 수수료가 발생해도, 할인율이 높은 상품권을 사고 상품권 구매 시 혜택이 있는 카드를 이용하면 손해는 보지 않는다. 투자에 들인 돈에 더해 수익까지 바로 회수할 수 있는 재테크인 셈이다.

맘카페 운영자 박모(51)씨는 대신 상테크를 해주고 수익금을 나눠주겠다는 말로 회원들을 현혹해 약 166억원을 편취했다. 범행 기간은 2019년 1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로 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는 69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피해자 290명으로부터는 상테크 자금 명목으로 486억원을 조달받기도 했다.

박씨는 “상품권에 투자하면 3~4개월 후 투자금에 10~39%의 수익금을 더한 액수의 상품권 또는 현금을 지급하겠다”며 회원들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회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다른 회원들에게 수익금으로 교부하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범행을 지속해 피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박씨에 대해선 다른 사기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카페 회원들에게 금을 시세보다 10%가량 싸게 살 수 있다며 투자를 권유한 것이다. 피해 회원들은 1인당 많게는 수천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씨는 과거 같은 종류의 범행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

박씨가 운영하던 카페는 아기용품 등을 공동구매 방식으로 저렴하게 판매해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회원이 1만6000명에 달하기도 했다. 박씨는 회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유명 연예인들과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법원은 지난 11일 박씨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범행에 가담한 박씨의 아들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한 뒤 법정구속했고, 남편에게는 “미필적으로나마 상품권 사기를 인식하면서 범행을 용이하게 하려고 방조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인천지검은 지난 16일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항소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장기간 소위 ‘돌려막기’ 방식으로 범행을 지속하면서 피해를 확대시켰다”며 “범행 후에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고소 취하를 종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가 다수이고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피고인들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 등의 형이 지나치게 가볍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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