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부담 덜어주고 싶어서..." 푸른피 에이스의 책임감, '102구 역투→3연승'으로 보상 받았다 [대전 현장]

대전=안호근 기자 2024. 4. 2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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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대전=안호근 기자]
삼성 원태인이 20일 한화전 승리 투수가 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사진=안호근 기자

실점은 없었으나 한화 이글스 선발로 나온 황준서(19)의 깔끔한 투구와 대비됐다. 5회는 채울 수 있을지 의구심을 자아냈다. 그러나 6회를 마치고 내려온 투수는 원태인(24·삼성 라이온즈)이었다.

원태인은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102구를 던지며 2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팀이 1-0으로 앞선 6회를 마치고 승리 투수 자격을 안고 임무를 마치고 내려온 원태인은 불펜진의 무실점 호투 속에 승리를 지켜내며 3연승(1패)을 달렸다. 평균자책점(ERA)도 3.38에서 2.63으로 낮췄다.

지난해 3차례 국가대항전에 모두 태극마크를 달았던 원태인은 시즌을 앞두고도 메이저리그(MLB)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에 팀 코리아로 참가했다. 정신 없이 시즌을 준비한 원태인은 앞선 4경기에서 2승 1패를 기록했다.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지만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한 차례에 불과했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었다.

이날도 긴 이닝을 책임지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경기 초반 투구수가 많았다. 1회말 선두타자 최인호에게 안타를 맞은 원태인은 요나단 페라자를 높은 슬라이더, 안치홍을 속구로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삼성 원태인이 20일 한화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1회말 2사 1,2루에서 김태연을 상대로 볼카운트 0-2에서 던진 3구 바깥쪽 속구룰 뿌렸다. 삼진을 확신한 원태인은 곧장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려했지만 심판의 삼진콜이 나오지 않았다. 결과는 볼이었고 원태인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중계화면 상으로도 살짝 걸친 것처럼 보였으나 ABS는 원태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후 5구를 더 뿌렸고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김태연이 참아내며 볼넷을 내줬다. 이후 최재훈을 다시 한 번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결과적으로 1회 KKK를 기록했으나 볼 판정 이후 10구나 더 뿌리며 투구수가 늘어난 게 아쉬웠다. 1회에만 33구를 던졌다.

2,3회를 연속 삼자범퇴로 마쳤으나 투구수는 66구에 달했다. 5회를 넘기는 것도 장담하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반면 황준서는 3회까지 단 36구만 뿌리며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그러나 원태인은 국가대표 투수의 위용을 뽐냈다. 4회를 11구, 5회를 12구로 막아냈다. 5회까지 89구를 뿌린 원태인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최인호를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원태인은 투구수가 90구를 넘긴 상황에서도 상대를 압도하는 투구를 펼쳤다. 페라자와 풀카운트 승부에서 결정구 체인지업으로, 안치홍을 삼구삼진으로 헛스윙 삼진 아웃 처리했다.

삼성 원태인(오른쪽)이 20일 한화전 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황준서 또한 5회까지 64만 뿌리며 놀라운 투구를 펼쳤지만 4회 연속 2루타를 맞고 1실점한 게 뼈아팠다. 원태인은 초반 많았던 투구수에도 불구하고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특급 신인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팔색조 투구를 펼쳤다. 102구 중 속구는 39구. 최고 시속은 148㎞, 평균 146㎞를 찍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평균 124㎞)을 27구, 커터(평균 135㎞)와 슬라이더(평균 133㎞)는 각각 16구, 15구를 던졌다. 커브(평균 119㎞)도 5구를 섞었다.

경기 후 박진만 삼성 감독은 "원태인 선수가 에이스답게 완벽한 피칭을 보여 준 경기였고, 위기 상황에서 무실점으로 잘 막아 준 불펜 투수들도 칭찬해 주고 싶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앞서 선발 4연승을 달렸던 삼성이지만 6회를 채운 투수는 없었다. 최근 10경기에서 7승 3패로 상승세를 달리고 있던 삼성이지만 불펜 이닝 소화(105⅔이닝) 1위로 선발의 더 분발이 촉구됐다.

에이스 원태인이 느끼는 책임감은 남달랐으나 경기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경기 후 만난 원태인은 "1회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연속 볼넷을 주고 시작해서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요즘 선발 투수가 6이닝 소화를 못했다. 그런 책임감도 느끼고 있어 오늘은 투구수가 몇 개가 되든 꼭 6이닝까지 책임을 지고 싶었다"며 "그래도 후반부터 투구수 관리가 되면서 괜찮은 투구로 이제 6이닝을 소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 원태인이 20일 한화전 야수진의 호수비에 기뻐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1회말 2사 1루에서 김태연과 승부 때 아쉽게 빠져나간 볼 판정에 다소 흔들렸다. "정말 누가 봐도 스트라이크였던 것 같은데 그게 볼이 되면서 저도 좀 당황했다"며 "그 다음부터 똑같이 던졌어야 되는데 삼진도 잡고 싶어서 욕심이 생겨 오히려 승부가 어렵게 갔다. ABS(판정이)니까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몸 상태엔 자신이 있었다. 원태인은 "경기를 준비하면서 컨디션과 구위가 제일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마운드에서 욕심이 생기고 힘이 들어가면서 1회에 어려운 피칭을 했다"며 "2회부터 스스로 느끼기에 직구가 좋은 것 같아서 '어렵게 하지 말고 쉽게, 쉽게 자신감 있게 붙어보자'고 생각을 바꾸고 올라갔던 게 좋은 피칭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불펜진에 쏠리는 부담감을 에이스로서 최대한 덜어주고 싶었다. 원태인은 "이제는 책임감을 가져야 될 위치다. 오늘 경기는 몇 개를 던지든 6이닝 이상을 소화한다고 마음먹고 들어갔다"며 "6이닝 소화를 하면서 불펜에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준다면 그걸로 기분 좋게 생각을 한다. 최대한 이닝 소화를 많이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89구를 던지고 6회 마운드에 올랐지만 더 힘차게 공을 뿌렸고 삼진 2개를 잡아내며 임무를 마쳤다. 원태인은 "1회에 너무 많은 투구를 해서 2회부터 많이 힘들었다"며 "그래서 오히려 힘 빼고 던진 게 더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6회는 마지막이라고 생각을 해서 있는 힘껏 (힘을) 다 썼는데 중심 타자를 삼진으로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밝혔다.

5경기 만에 벌써 3승. 지난해 ERA 3.24를 기록하고도 26경기에서 7승(7패)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페이스다. 원태인은 "적응을 못하고 있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승수를 쌓고 있다"며 "뭐든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팀이나 저나 분위기를 탄 것 같다. 한 달에 2승씩 목표를 잡았는데 분위기도 기분도 좋게 3승을 챙겼다. 최대한 연승을 이어나가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삼성 원태인(오른쪽)이 20일 한화전 승리 후 박진만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사진=삼성 라이온즈

대전=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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