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의 한계와 위험 1

김영수 이스트우드컴퍼니 CEO 2024. 4. 2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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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의 사모펀드 이야기] <3>

앞선 글을 보면 사모펀드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그 시작이 곧 대성공으로 이어질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다소 복잡하다. 현재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최상위 대학의 졸업생들이 선호하는 직종이 사모펀드로, 이는 최근까지 투자은행이 차지하던 위치를 대체한 것이다. 사모펀드 직종은 변호사나 의사를 포함한 기타 전문 직종을 능가하는 인기를 얻고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성공한 벤처기업가보다 사모펀드 직종으로 진출하고 싶어한다. 고액의 보수와 젊은 나이에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 때문에 끌리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젊은 시절 투자 분야에서 활동하며 일정한 성공을 거두었고, 이로 인해 '왜 사모펀드 운영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그러나 사모펀드 운영에는 여러 난관이 존재하며, 과거 필자는 이러한 난관을 극복할 자신이 없었다. 이 글로 사모펀드 직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과 현재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관리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한다.

1. 비공개기업으로서의 한계

규모가 커졌어도 사모펀드는 본질적으로 비공개 기업이며, 이는 그들의 운영에 있어 특정한 한계를 지닌다. 몇몇 사모펀드는 기업 공개를 했다. 그런데 공개기업의 지위에 따른 정보공개의무가 사모펀드 운영상의 ‘비밀주의’와 원천적으로 충돌이 있지 않을까. 공개하고 싶지 않은 사모펀드만의 능력이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그러한 능력이 없다는 것을 감추고 싶어할 수도 있다.

더욱이, 사모펀드의 경영진은 때때로 기업이나 정부의 내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이는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사외이사 경험을 바탕으로 특정 기업의 인수를 추진하는 사모펀드 파트너의 예, 정부 관련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보 활용 등은 사모펀드 거래에 있어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행위는 엄밀히 말하면 불법에 해당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사모펀드 산업이 성장하면서 전관예우와 같은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나중에 무죄로 밝혀졌지만 정부 재직시 사모펀드에 특혜를 베풀고, 나중에 자기가 사모펀드를 차렸을 때 (뇌물 성격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심을 사는 경우도 있었다. 연기금 관계자들이 사모펀드로 이직하는 경우도 전관예우를 바라고 고용한 게 아닐까 의심할 수 있다. 아직까지 한국은 사모펀드가 막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지는 않았지만 궁극적으로는 발생할 수 있다.

2. 다변화나 헷지로 피할 수 없는 원천적인 경기 (거시 경제) 순환 리스크

사모펀드의 자산은 보통 유동성이 낮고, 한 사모펀드가 운용하는 자산이나 프로젝트는 2~3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특정 프로젝트에서 실패하거나 급히 처분해야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사모펀드 자체가 공중분해 된다. 사모펀드는 원천적으로 투자에 위험이 분산되어있지 않다. 어떤 의미에서는 몇개의 프로젝트에 몰빵을 하는 것이다. 대부분 하나의 프로젝트에서 크게 실패하면 사모펀드 자체가 문을 닫는다. 그리고 사모펀드라는 것은 명망이 있는 몇몇 키-맨(핵심경영진)들이 자신의 명예와 주변의 돈을 걸고 하는 것이어서, 그 키-맨들에게는 무한 책임이 있다고 봐도 된다.

그런데 사모펀드라는 업종의 특성상 보유자산 하나 하나가 굉장히 높은 부채비율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성공했을 경우의 수익률은 높지만 리스크에도 매우 취약하다. '빈티지 투자 리스크'라고 불리는 현상이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경제 위기 직전의 투자들은 사모펀드의 능력과 무관하게 거의 대부분 실패했다. 사모펀드는 그런 거시 경제 리스크를 헷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뮤추얼펀드 등은 지수선물 거래를 통해 이러한 거시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그런 빈티지 투자 리스크가 '사모펀드의 능력과 무관하게' 사모펀드들이 투자한 모든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치듯이, 사모펀드들의 뛰어난 성적도 거시적 환경이 사모펀드들에게 빈티지 디비던드(빈티지 배당: 거시 환경이 사모펀드들이 투자를 한 모든 프로젝트에게 유리하여 전반적으로 수익율이 좋은 경우)를 주었던 것이 아닌가도 싶다. 그래서 빈티지 디비던드가 없어지면 사모펀드들은 전반적으로 수익율이 악화되는 정도를 넘어서 존립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사모펀드는 통상적으로 5년 후에 투자 프로젝트에서 철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투자 초기와 매각 시점 사이에 평균 5년 정도의 기간이 정해져 있다. 그러다 경기 순환에 잘못 걸릴 수가 있는데, 이것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예를 들어 MBK와 같은 일부 사모펀드는 '경기 순환에 영향을 받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두었으나, 실제로 경기 변동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기업은 희귀해 투자 대상을 찾기 매우 어렵다.)

평균 5년 뒤 철수가 목표라지만 회사를 인수하여 경영하다 보면 5년은 금방이다. 기업을 인수하고 경영하는 과정에서 5년이라는 시간은 모자라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면 기업의 잠재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시간에 쫓겨 큰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핵심직원들도 그 사이클에 맞춰 이직하기 때문에 그 점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도 높다.

3. 인간적(?)인 리스크

아무리 투자자(LP)와 사모펀드간에 서류로 된 명확한 계약이 있다곤 하나 투자자 중 일부가 예상치 못했던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면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그런 경우가 많다)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계약 상으로는 해줄 필요가 없는 환매 등의 방법으로 도움을 주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때 매정하게 계약상의 조건을 이유로 도움을 거절하면 사모펀드의 평판에 악영향을 줘 다음 펀딩이 곤란해질 수가 있다. 내가 아는 사모펀드들은 개인투자를 받았을 경우, 늘 이 위험이 있다고 하소연한다. 심지어 기관투자자들도 이런 경우가 있다.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는 케이스인데, 어느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경우 상당수 투자시 체결한 계약 내용과는 별개로 (인간적으로) 손실을 투자자에게 보전해야하는, 심지어 공식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사모펀드 운용자들이 개인적으로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경우도 많다. 굉장히 많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4. 인적 자원 리스크: 사모펀드 경영의 가장 큰 리스크

사모펀드 경영자들이 가장 괴로워하는 문제를 논하자.

수 십년간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경영해왔던 오너들이 다양한 이유로 경영을 계속하기 어려워서 그 회사를 넘기고 싶을 수 있다. 이러한 포트폴리오(투자 대상이 된) 회사들을 외부인들이 아무리 유명 대학 출신이라 할지라도 몇 주만에 기업의 전망을 정확히 판단하고 오너가 계속 경영했다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유명 대학 출신이라는 화려한 학벌을 가진 사람을 동원했다고 인수한 기업을 잘 경영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착각이다. 필자는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에서 성공한 커리어를 가진 간부를 딜 매니저(Deal Manager, 프로젝트 추진자/ 파견 경영인: 사모펀드가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 사모펀드로부터 인수되는 회사에 파견되어 그 회사의 경영을 책임질 사람)로 권한다.(이런 인물들 중 유명 대학 출신이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다.)

많은 사모펀드 속에는 허영에 들떠 있고, 발이 땅에 닿아있지 않고 공중에 떠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딜 매니저들이 많았다. 대부분 2~3년 뒤에 그 사모펀드에 가보면, 그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이런 허영에 들떠있는 간부들은 자신의 일을 설명할 때 핵심 개념을 잘 설명하지 못하고, 영어 단어를 많이 쓴다는 첫인상을 받곤한다. 오히려 모든 개념을 어색하나마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대화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좋은 책임자들일 가능성이 크다.

사모펀드의 설립자·오너들은 인적 자원 부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보다 한국·일본·중국 사모펀드가 더 심한 듯 하다. 5년 동안 강한 책임감으로 한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결과도 내는 딜 매니저는 구하기도, 회사 내에 계속 잡아두기도 아주 힘들다. 건별로 스타 경영인을 영입하는 것도 방법이겠으나, 실제로 일 잘하는 스타 경영인들은 하늘의 별처럼 드물다.

미국처럼 천문학적인 보너스가 아직은 보편화되지 못한 한국 사모펀드의 경우 그 정도의 능력있는 사람은 사직·이직·자기 창업의 가능성이 높다. 국내 사모펀드 몇 곳을 관찰해 보았는데, 굉장히 심각한 문제였다. 인수할 기업을 확보하고, 경영을 책임질 매니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니저를 먼저 확보한 후 인수할 기업을 찾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지도 모른다. 펀드의 규모가 커서 스타들을 평소에 많이 확보하고 있으면 이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내가 아는 대부분의 펀드들은 규모가 커도 대부분 이 인력자원 부족현상을 호소하고 있다.(이 문제에 관해서는 나중에 사모펀드의 공헌부분에 가서 좀 더 의논하자)

인적 자원의 부족에서 발생하는 기현상도 있다. 펀딩이 필요해 사모펀드에게 찾아온 고객에게 사모펀드가 제시한 조건을 보면 많은 경우 ‘당신이 자금을 구해와서 우리에게 맡기면 수수료를 떼고 당신에게 재투자하겠소. 그리고 당신이 책임지고 연 15% 이상 수익이 내는 것을 보장하거나 그것을 보증할 재벌(Anchor)을 하나 물어오시오’ 식의 조건을 제시하여 폭소를 자아내는 경우가 한국 사모펀드의 경우는 참 많았다. "철저히 실사(Due Diligence)를 하겠다. 모든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전투의지는 높이 평가할 수 있겠으나, 그런 황당한 일을 '계속' 하는 사모펀드들이 오히려 더 황당한 속임수에 쉽게 당하는 케이스도 많이 보아왔다.한마디로 투자 게임에 참여해서는 안되는 사람들이 투자게임에 들어온 것이다. 사모펀드라는 것이 왜 존재하는지, 무슨 일을 하고, 왜 돈을 버는지 전혀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다. 후순위 등 개념의 경제적 의미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교섭에 응하면 바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우매한 조건을 내걸게 된다. 그런 사모펀드가 의외로 많다. 대부분 오래 못간다.

핵심 운용역(Key-Man) 퇴직·독립에 따른 문제도 발생한다. 핵심경영진이 퇴사를 하면 투자를 철회하는 조건을 거는 투자자들도 많다. 그리고 스타 경영인 영입 혹은 중심으로 성립되는 사모펀드들이 많은데, 핵심 운용역들의 퇴사·이직은 큰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지금 한국 사모펀드계의 성공케이스들이 전부 다른 사모펀드들로부터 이직한 사람들이 만든 것인데, 원래 사모펀드들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큰 리스크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비밀·핵심 정보 누출은 당연히 발생한다.

[김영수 이스트우드컴퍼니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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