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천지원수’ 이란·이스라엘, 왜 저렇게 싸우는 거냐고요? [미드나잇 이슈]

이강진 2024. 4. 2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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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이란이 일주일 새 본토 공격을 주고받은 가운데 양국이 중동 지역의 대표적인 ‘앙숙’이 된 계기를 두고 관심이 쏠린다. 한때는 양국 모두 ‘친미(親美)’ 성향을 띄면서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으나 이란이 ‘이슬람 혁명’ 이후 반(反)이스라엘 성향 단체들을 조직·지원하고, 핵 보유 문제를 둘러싼 신경전 등도 계속되면서 이란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한 후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때 우호 관계였는데…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앙숙으로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전인 ‘팔레비 왕조(1925∼1979년)’ 때만 하더라도 양국 관계는 원만했다. 이란 팔레비 왕조는 미국의 도움으로 서구식 근대화를 추진하는 등 미국에 우호적이었으며 이스라엘을 향한 적대감도 없었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을 선포했는데, 이란은 이슬람 국가 중 튀르키예에 이어 두 번째로 이스라엘을 독립국으로 인정한 국가다. 당시 이스라엘은 이란에서 원유를 대거 수입하는 등 경제적으로도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우호적이던 양국의 관계가 틀어진 건 1979년이다.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일어난 해로, 혁명을 이끈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팔레비 왕조를 축출하고 이슬람 근본주의를 내세웠다. 

혁명 정부는 반미(反美), 반이스라엘로 돌아섰다. 이스라엘을 ‘이슬람의 적’으로 규정하며 미국이라는 ‘큰 사탄’ 옆의 ‘작은 사탄’이라고 지칭했다.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을 불법으로 점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래도 1980년대까지는 양국 관계가 지금처럼 완전한 단절에 이르지는 않았다. 1980년대 벌어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이란에 무기 등을 공급하며 배후에서 도왔다. 이스라엘의 당시 지원은 이란을 통해 ‘공동의 적’인 이라크를 견제하고, 이란에서의 영향력을 재확립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진=AP연합뉴스
◆이란, 반이스라엘 단체 지원…핵 개발 본격화로 갈등 심화

이후 양국이 극단적 관계로 치닫게 된 데는 이란이 레바논, 예멘, 시리아 등지에서 반이스라엘 성향 무장 단체를 지원하며 역내 영향력 확대에 나선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1992년 이스라엘 대사관 앞 폭탄 테러와 1994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이스라엘-아르헨티나 친선협회 건물 테러 등에 대해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배후 세력으로 지목하면서 양국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헤즈볼라 창설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이란의 핵과 미사일 문제도 양국의 커다란 갈등 요인으로 떠올랐다. 2005년 강경 보수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은 우라늄 농축을 재개하면서 핵 개발을 노골화했다.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지도에서 사라져야 하고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는 ‘꾸며낸 이야기’(myth)라고 발언하는 등 이스라엘을 향한 과격한 언행을 이어가면서 양국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란이 본격적으로 핵 개발에 착수하자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겨냥한 공격에 나서며 맞섰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개발 과학자 암살과 이란 내 핵 시설 작동 마비 공격 등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 건물에서 구조대원 등이 잔해를 수습하며 실종자 등을 찾고 있다. 다마스쿠스=A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 뒤 ‘보복전’

‘철천지원수’가 된 양국의 긴장 관계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을 계기로 격화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은 이스라엘군 진지를 겨냥한 드론 공격을 가하는 등 이스라엘을 위협해왔다. 

최근 양국이 직접적인 공격을 주고받게 된 계기는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이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일(현지시간) 시리아 다마스쿠스 남서쪽에 있는 이란 대사관 옆 영사관 건물을 미사일로 타격했다. 해당 폭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급 지휘관이 사망하기도 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에 이란은 지난 13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300여기가 넘는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다. 그간 이란은 이스라엘과 접경국도 아닌 데다 미국의 개입 가능성 등을 고려해 본토 직접 공격은 피해왔는데, 영사관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본토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이에 이스라엘은 19일 이란의 보복 공습에 맞서 이란 본토에 대한 재보복에 나섰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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