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울 수 없는 그날의 흔적들…10년 동안 '기억'으로 지켜온 사람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면서 늘 같은 곳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닷가에서, 교실에서 최연수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주차장 한 가운데 녹슨 컨테이너가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진도항 기억관 입니다.
[정기열/광주시민상주모임 활동가 : (주변이) 주차장으로 변했거든요. 그래서 보통 차들로 다 이렇게 둘러싸여져 있고.]
바닷바람에 빛이 바랜 깃발과 현수막도 갈아줍니다.
[정기열/광주시민상주모임 활동가 : (기억관이) 하나의 섬처럼 고립돼있는데 그 공간에 지금 우리들은 '기억 공간'을 하나 좀 마련해달라, 이렇게 계속 요구하고 있습니다.]
수학여행을 떠났다 돌아오지 못한 도언이의 꿈은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더 좋아했습니다.
엄마 이지성씨는 그런 도언이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기억교실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지성/4·16 기억저장소 소장 : 매일매일 250명의 우리 학생들과 그리고 11명의 선생님도 같이 살아가고 있어요.]
도언이 반 달력엔 수학여행을 기다리며 아이들이 그렸던 낙서도 그대로입니다.
[이지성/4·16 기억저장소 소장 : 제가 가슴으로 안고 살아가는 공간이고 또 이 공간이 제가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해요.]
딸에겐 아직도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이지성/4·16 기억저장소 소장 : {도언이라면 어머니한테 감사한 마음이 들었을 것 같아요} 감사한 마음이 들까요? 10년이 지난 지금도 죄인이고, 앞으로도 아마 죄인일 것 같아요.]
목포신항에 있는 세월호는 지난해 7월부터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게 됐습니다.
안전상의 이유였습니다.
참사의 직접적인 장소지만 더는 볼 수 없는 겁니다.
활동가들이 지키던 부스도 이제 휴일에만 열립니다.
공간이 줄고, 시간이 줄고, 사람이 줄면서 약해질 때마다 그날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습니다.
[최송춘/세월호 잊지않기 목포지역공동실천회의 공동상임대표 : 우리들 머릿속에서 (세월호를) 지우려고 한단 말이지. 그 안타까움 너머에는 분노가 있죠.]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시 의회 앞으로 옮겨간 기억관은 확 쪼그라들었습니다.
힘이 돼준 건 정부도 국회도 아닌 살아남은 학생들이었습니다.
[성기봉/활동가 : "(생존 학생들이)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해요. 저보다 더 많이 힘들 거란 말이에요. 그 친구들이 건강하게 잘 살아냈으면 좋겠어요.]
이제 그만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공간을 이렇게 10년 동안 지킨 사람들은 이곳이 곧 일상이 됐습니다.
[영상자막 장희정 취재지원 박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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