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공실률 사상 최고… 세수 줄어 도시 ‘파멸의 고리’ 부상 [심층기획-美 상업용 부동산 위기]
코로나 끝나도 사무실 임대 계속 줄어
경제 활황에도 이례적 ‘디커플링’ 현상
하이브리드 근무 등 보편화 영향 분석
美 전역 오피스빌딩 가격 폭락 이어져
입주기업 세금 줄어 지자체 재정 악화
도시 유지보수 어려워져 기피 ‘악순환’
오피스빌딩, 주거용 전환 대안 떠올라
◆사상 최고치 기록한 사무실 공실률
정보기술(IT) 업계 기업들이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 CBRE 자료를 인용해 기술기업 임차가 많은 미국 30개 도시에서 부분 임대, 혹은 전대용으로 나온 오피스 매물이 10년 만에 최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올해 1분기 부분 임대 매물 오피스 물량은 약 1732만㎡로 작년 4분기 정점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2019년 초에 비해서는 거의 3배나 많은 수준이다.
◆경기 흐름과 디커플링한 공실률
문제는 이렇게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공실률이 경제 침체 탓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은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 2.5%로 주요 선진국 대비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실업률도 4% 이하 수준에서 낮게 유지되고 있는 등 고용시장도 뜨겁다. 이런 활황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들이 사무실 임차를 줄이고 있는 IT 기업들이다. 과거에는 이런 활황기에 창업 등이 급속하게 늘어나며 사무실 공실률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여 왔다. 공실률이 경기와 동조화돼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동조화의 흐름이 확연하게 끊겼다.
업무 환경의 변화에 기인한 공실률 상승은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최근 높아진 사무실 공실률이 오피스 빌딩 등의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10년 전 1억4600만달러였던 샌프란시스코 빌딩이 지난해 12월에 8000만달러에 거래됐으며, 2018년 1억달러의 가치를 가졌던 워싱턴 백악관 근처 건물은 최근 3600만달러로 가격이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시카고에서 한때 9000만달러를 호가했던 오피스 빌딩은 올해 2월 무려 78%가 할인된 2000만달러에 매도됐다. 현재 공실률이 심각한 데다 향후 전망조차 밝지 못하다 보니 절반은커녕 4분의 1 가격 선조차 지키지 못하는 오피스 빌딩들이 부지기수다.
이는 도시와 국가의 위기로까지 이어진다. 오피스 빌딩 자체와 입주한 기업 등에서 창출되는 세금이 도시 및 국가의 주요 세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상업용 부동산 위기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도시 중 하나인 샌프란시스코의 에런 페스킨 감독위원회 위원장은 “향후 수년간 샌프란시스코가 10억달러의 예산 부족을 맞이할 수 있다”면서 상업용 부동산 부진으로 인한 세수 손실을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가장 활발히 진행되는 해법 중 하나가 오피스빌딩의 주거용 변경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월 부동산 시장조사업체 렌트카페 자료를 인용해 올해 5만5300여채의 오피스 빌딩이 주거용으로 용도 전환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2021년과 비교해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미국에서 이런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곳은 수도 워싱턴으로 지난해 대비 88%나 증가한 5820채가 주거용으로 용도를 변경 중이다. 뉴욕이 5215채로 뒤를 이었는데 특히 국제경제의 중심지인 맨해튼에서 용도 변경 건수가 급증했다. 도심공동화를 대표하던 대도시 도심 지역에 이제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이들 도시에 새로 들어서게 될 건물들도 업무·상업뿐 아니라 거주까지 함께 고려해서 세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춰 주거 편의시설과 거주에 필요한 상업시설 등까지 들어서게 되면 향후 도시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업무 환경의 변화에 기인한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도시 구조 변화로 연결되는 셈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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