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카 만난 김광석과 성시경…“용해된 감정 담아낸 여린 호흡” [인터뷰]

2024. 4. 20. 18:2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주자 박종성ㆍ작곡가 김형석
하모니카 앨범 ‘그대, 다시’ 발매
박종성 김형석 [리웨이뮤직앤미디어, 노느니특공대엔터테인먼트, 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하모니카는 사람의 목소리에 가장 가까운 악기예요. 하모니카가 가진 장점은 추억하게 한다는 거죠.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고, 사람의 목소리 호흡과 같아 친숙해요.” (작곡가 김형석)

노랫말은 지워져도 무심코 첫 소절을 따라 부르게 된다. 따뜻한 하모니카 숨소리가 김광석의 노래를 연주하자 기억 속 잠들었던 노랫말이 음표를 입는다.

한국 대중음악사를 써내려간 작곡가 김형석(58)은 “하모니카 연주를 듣다 보니 어린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사는 하나의 노래에서 화룡점정같은 역할인데 연주곡으로 들으니 듣는 사람의 감정이 녹아들 수 있는 폭이 무척 크다”고 했다.

20세기를 따스하게 물들였던 김형석의 명곡들이 하모니카 연주로 21세기와 만났다. 하모니카 연주자 박종성(38)의 앨범 ‘그대, 다시’를 통해서다. 김형석이 20대 초반에 쓴 처녀작 김광석의 ‘사랑이라는 이유로’ 역시 35년이 지나 하모니카 연주로 다시 불렸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종성은 “카세트테이프부터 MP3, 유튜브를 쓰는 지금까지 언제나 플레이리스트에 있었던 김형석 작곡가님의 선율 안에 나의 이야기를 담아 한 장의 앨범으로 엮었다”고 했다. 박종성은 클래식 기반 음악가이면서 국악, 대중음악 등 소화하는 장르의 폭이 넓다. 소프라노 조수미, 클래식 기타 연주자 박규희,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단골 협연자이면서 밴드 버스커버스커의 ‘꽃송이가’에서 하모니카 솔로 연주에 참여했다.

박종성 김형석 [리웨이뮤직앤미디어, 노느니특공대엔터테인먼트, 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

박종성은 이번 앨범을 위해 무수히 많은 히트곡 중 10곡을 선택했다.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 엄정화의 ‘하늘만 허락한 사랑’, 나윤권의 ‘나였으면’ 등이다. 그는 “하모니카로 연주했을 때 어울리는 곡, 재해석했을 때 더 잘 들려드릴 수 있는 곡을 골랐다”며 “선곡 과정이 어렵진 않았다”고 말했다.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는 박종성에게 깊은 영감과 울림을 준 곡이다. 그는 “앨범 타이틀을 정하는 과정에서 이 곡의 제목에 빗대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며 “‘김형석 작곡가의 곡을 다시 연주한다’, ‘학창시절 들었던 곡을 통해 다시 추억을 꺼내본다’는 의미들을 담아봤다”고 했다.

리메이크 앨범을 만들겠다는 마음을 먹고 원작자의 승낙까지 구하자, 닥친 어려움은 편곡 과정이었다. 클래식 음악 기반의 연주자인 박종성에게 원전 해석의 범위에 대한 고심이 컸다.

그는 “살아있는 작곡가의 곡에 함부로 손을 대도 되나 싶어 고민이 많았다. 특히 작곡가님께서 만든 원래의 정서를 해치지 않을까, 그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다른 방향으로 편곡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고심했다”고 털어놨다.

김형석은 이런 이유로 리메이크하는 박종성에게 모든 권한을 맡겼다. 그는 “우리가 아는 위대한 클래식 작곡가의 곡들은 그것 자체가 완벽한 건축 설계물이라 음 하나만 빠져도 안되지만, 대중음악은 그런 부분에서 자류롭다”며 “내가 곡을 썼지만, 사람들에게 들리게 된 이후엔 더이상 나의 것이 아니고 듣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라고 했다.

“제 곡들은 저에게 연애편지 같아요. 밤새 쓴 뒤 아침에 들으면 너무 어색하죠. 그 때 그 감정으로 접신하듯이 쓴 이 곡들에서 제가 어떤 음을 썼느냐는 두 번째예요. 리메이크를 할 때는 그들이 재해석하고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게 맞아요. 음 하나에 얽매이면 창작과 상상력은 제한되기 마련이니까요.” (김형석)

박종성이 구상한 편곡의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였다. ‘원곡의 정서에 집중’하는 것이 한 줄기 였고, 다른 한 줄기는 ‘박종성 자신의 감성과 정서를 담아내는 것’이었다.

박종성 김형석 [리웨이뮤직앤미디어, 노느니특공대엔터테인먼트, 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

다만 “어떤 곡들은 차마 손대기 어려워“ 김형석의 원곡을 고스란히 구현했다. 보보의 ‘늦은 후회’, 엄정화의 ‘하늘만 허락한 사랑’과 같은 곡은 “차마 손대기 어려울 만큼 멜로디 자체가 아름다워 원곡 그대로 구현한 곡”이다. 그런가 하면 나윤권의 ‘나였으면’,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는 박종성의 색깔을 입혔다. 김광석의 ‘‘사랑이라는 이유로’는 김형석이 함께 참여한 곡이다.

그간 김형석 노래는 다양한 곳에서 불렸으나 하모니카로 리메이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내 곡의 단점은 슬플 때 슬프다고 하지 않고 기쁠 때 기쁘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며 “용해돼서 추억하는 음악이라 하모니카의 여린 느낌, 아무리 신나게 불어도 애수가 깔린 느낌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하모니카는 듣기는 편하지만, 부르기는 힘든 악기인데 (박종성은) 워낙 연주를 잘 하는 연주자라 걱정은 없었다”고 했다.

수없이 불린 김형석의 명곡들은 박종성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로 스토리텔링됐다. 그는 “내 기억 속에 아름답게 남아있는 곡들, 나의 어린시절의 추억을 함께 전하고 싶었고, 박종성의 음악으로 승화하려 노력했다”고 했다.

앨범 작업을 하면서 연주 스타일도 대중음악과 클래식 사이에서 고민했다. “대중음악답게 연주해야 할지, 클래식의 어법을 그대로 사용해도 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결과적으론 박종성의 스타일 대로 했다. 그는 “억지로 대중음악을 흉내 내기보다는 제가 연주하던 어법 그대로 연주하려고 애썼다”고 귀띔했다.

이번 앨범을 계기로 두 사람의 협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형석은 “10곡 외에도 추천하고 싶은 곡도 있긴 했지만, 이번엔 오롯이 연주자의 몫으로 남겨뒀다”며 차마 담지 못한 곡은 “다음 앨범에서 내주면 좋겠다”는 바람까지 전했다. 그만큼 김형석에게 이번 앨범의 만족도는 100점이다.

두 사람은 오는 5월 31일 오후 7시 30분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그대, 다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연다. 이날 공연에는 김형석도 참석해 ‘사랑이라는 이유로’를 비롯해 피아노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형석은 “나의 주 장르인 발라드 음악에 하모니카를 섞는 것도 내겐 도전이다. 음악 시장의 판도가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내 색깔을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한다”며 “곡을 쓰는 것 자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하모니카 협업이 나의 다음 스텝에 있어서 좋은 영향과 자양분이 될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she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